코닥이 화천군에게 배워야 할 것
매년 1월 강원도 화천에서 열리는 '산천어 축제'의 인기가 대단하다. 지난 7일 개장 이후 벌써 30만명이 이 작은 시골을 찾았다. 이달 말까지 150만명이 몰려들 전망이다. 대만과 동남아에서는 산천어 축제 방문 코스가 인기 관광상품으로 팔리고 있다. 미국 CNN 방송은 산천어 축제를 세계 겨울철 7대 불가사의로 선정했고, 시카고 트리뷴 지(紙)는 '강원도 화천이 가장 인기있는 겨울휴가를 선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산천어 축제가 이렇게 성공한 비결은 뭘까? 대형 얼음낚시터 정도를 상상하고 축제장에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낚시만 해도 산천어·빙어·철갑상어·송어 등 어종(魚種)이 다양하다. 낚시 하면 떠오르는 풍부한 경험과 전문 장비도 필요 없다. 물속에 들어가 맨손으로 산천어를 잡을 수 있다. 인근에는 얼음썰매, 스케이트장, 얼음자전거, 얼음야구, 대형윷놀이, 투호, 연 만들기 프로그램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다. 불을 밝힌 아시아 빙등(?燈)광장에는 수십점의 얼음조각물이 장관을 이룬다. 산천어 축제장 입장료 중 절반은 화천군 농산물상품권으로 입장객에게 돌려준다. 산천어 축제 행사에 따른 경제적 효과만 540억원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들이 벌이는 지역축제는 1200여개에 이른다. 산천어 축제가 다른 축제들과 차별화할 수 있었던 것은 독창성이다. 화천군은 지역특성인 지독한 한파(寒波)를 무기로 축제를 기획했다. 화천천(川)은 한파가 몰아치면 40㎝ 두께의 얼음이 언다. 수천 명이 한꺼번에 올라가도 깨지지 않는다. 여기에 관광객이 한번 찾아오면 만족할 만한 풍성한 놀거리와 먹을거리를 제공했다. 고객이 찾아와서 보고, 먹고 가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직접 참여하고 즐기는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한 것이다. 산천어 축제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읽고 준비한 점이 적중했다.
이스트만 코닥은 지난 1881년에 만들어진 세계적인 카메라·필름 생산 업체이다. 이 회사는 누적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조만간 파산 신청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필름시장 1위 업체가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망한 것이다. 코닥은 지난 1975년 디지털 카메라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등 어떤 카메라 업체보다 빨리 미래를 예견하고 대비했었다.
그런 코닥이 허망하게 망한 것은 기술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고객이 코닥을 찾게 하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 울월스(Woolworth)라는 회사는 아주 좋은 쥐덫을 개발했다. 한 번 잡힌 쥐는 절대로 놓치지 않을 뿐 아니라, 깨끗하고 현대적인 디자인에 근사해 보였다. 그런데 이 비싼 '더 좋은 쥐덫'은 실패한 제품이 되었다. 고객들은 쥐가 잡혀 있는 쥐덫을 통째로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 쥐덫은 버리기에는 너무 예쁘고 아까웠다. 그래서 쥐가 죽은 후 꺼내서 쥐덫을 깨끗이 씻은 후 사용하려고 하는데, 그 과정이 징그럽고 불쾌해서 아예 구식 쥐덫을 택한 것이다.
과거에는 소비자들의 제품이나 서비스 선택의 폭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선두기업에 대한 충성도가 높았다. 그러나 경쟁이 거세지고 대안이 많아지면서 소비자는 '얼마나 높은 수준의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느냐'를 따지기 시작했다. 라면의 대명사 농심과 '커피믹스 하면 동서식품'의 독점(獨占) 체제가 무너지는 것이 좋은 예다. 우리 기업들도 산천어 축제의 성공과 코닥의 실패에서 혁신적인 서비스의 교훈을 배워야 한다. (김영수 입력 : 2012.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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