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敎/실습현장풍경

영농일지, 과학영농 밑거름

 

영농일지, 과학영농 밑거름

정종진 씨<강원 양구 현장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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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대까지는 삼한사온이 뚜렷하고 기후 예측이 가능했는데 2000년대 들어서는 기온변화가 심해 예측이 어렵더라고요.”


 정종진씨(70·강원 양구군 양구읍 수인리)는 이처럼 날씨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농사를 짓고 있다. 소양호 근처에서 오이, 더덕, 참당귀, 들깨, 머루, 산마늘 등 20여품목을 유기재배하는 그에게 날씨는 농작업에 꼭 필요한 연장과도 같다. 날씨 파악을 위해 그가 참고하는 것은 영농일지다.


 1980년대 초 유기농업을 시작했지만 마땅한 교재가 없어 애를 먹으면서 직접 만들겠다고 시작한 게 영농일지였다. 처음 쓴 날은 1986년 1월21일. 정농회 이사이기도 한 정씨는 영농일지를 ‘정농(正農) 경영일지’라 이름 짓고 날씨와 농작업 등을 간단하게 정리하고 있다. 농사철이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쓴 덕분에 영농일지는 그에게는 중요한 농사지침서다.


 영농일지를 쓰면서 달라진 점은 과학적인 농사를 짓게 됐다는 것. 정씨는 그간의 기록을 통해 따뜻한 5월이라도 10년 주기로 한두해는 영하로 기온이 내려간다는 점을 주목했다. 그후 비닐하우스에서 키운 고추 모종은 5월10일 이후에 노지로 옮겨 심어 실패를 줄이고 있다. 동해 피해가 기온이 내려가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도 일지를 통해 알았다.


정씨는 “수확량을 늘리려고 질소비료를 많이 사용하면 동해 피해를 볼 수 있으므로 시기를 맞춰 적당량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무가 언 상태에서 바람이 강하게 불면 세포가 죽어 동해 피해를 본다는 것을 깨닫고는 과수나무를 심을 때면 바람이 덜 부는 곳을 택한다.


 20여년에 걸친 기록을 통해 알게 된 가장 중요한 점으로 그가 꼽는 것은 ‘토양관리’다. 그는 “토양을 기름지게 한 후로 기상에 따라 수확량에 변화가 있을지언정 병해는 없었다”며 “토양이 건강하면 웬만한 기상이변에도 농작물은 견뎌 낸다”고 말했다.


 그는 농산물 대부분을 직거래로 판매해 2만3,140㎡(7,000평) 규모에서 한해 5,0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린다. 대부분 고정고객일 만큼 그가 생산하는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는 탄탄하다고 한다. 작업 과정을 기록한 영농일지가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데 도움이 됐음은 물론이다.


 친환경농업과 관련한 강의를 다닐 만큼 유기농업 전문가로 자리 잡은 그는 “인간의 기억은 한계가 있지만 기록은 남아 되돌아볼 기회와 가르침을 준다”며 “지역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는 과정을 기록해 나만의 농사법을 터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농일지 활용법


1. 영농일지에는 농작물 상태, 농작업, 참고할 점 등을 간략하게 적는다. 많은 내용을 담고자 욕심내면 포기하기 쉽다.

2. 기온과 함께 하루 동안의 날씨 변화도 적어 두면 도움이 된다.

3. 일지는 몇년간의 기록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한다. 정씨는 한장에 4일치, 4년간을 볼 수 있게 칸을 나눠 쓰고 두장을 붙이고 뒷면까지 이어지게 해 10년 단위로 볼 수 있게 했다.   양구=이인아 기자(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