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農/약초이야기

헛개나무 등극

  헛개나무 

 

 

간경화증을 앓던 충남 공주의 이기범(65)씨는 강원도 인제에 술병에 달여먹는 약재가 있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헛개나무에 관한 것이었다. 이씨는 곧바로 헛개나무를 공수해와 가지와 열매를 달여서 먹고 효과를 체감했다. 그러고는 1995년부터 헛개나무 재배를 시작했다. 이씨는 “친구들이 효과가 좋다며 서로 달라고 했다”며 “이 정도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겠다 싶어 대량으로 심게 됐다”고 말했다. 우선 뒷산에 30여 주를 재배하기 시작했고 이듬해 1만6500㎡에 걸쳐 1만2000그루를 심었다. 지금 이씨의 뒷산을 오르면 양 옆으로 헛개나무 3만여 주가 1m 간격으로 약 10만㎡에 걸쳐 심어져 있다.

 

이씨는 헛개나무에서 채취한 열매와 가지, 잎 제품을 넣고 가공을 할 수 있는 가공공장을 세우고, 이후 2~3년째부터 헛개나무 이파리와 가지로 헛개나무 즙을 만들어 팔았다. 2002년에는 헛개나무 추출 진액 제조공법의 특허를 획득했다. 열매는 10년째인 2005년부터 거둬들일 수 있었다. 헛개나무 종자를 파종해 묘목을 심었기 때문이었다. 이후 열매를 자급하며 이씨는 헛개나무 열매 추출액이 각각 40%와 85%인 제품을 8만원, 13만원에 팔면서 소득을 늘렸다. 매년 10%씩 꾸준히 성장하며 지난해 1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이씨는 “인터넷과 전화로 하루 30박스 이상 주문이 들어온다. 주로 직장인들이나 간이 쉽게 피로해지는 사람들이 찾는다”고 말했다. 현재 연회비 1만원 이상을 내는 회원만 3500명에 이른다. 이 중 1년에 3개월 이상 헛개나무 제품을 구매해가는 고객은 30% 정도 된다.


전남 장흥엔 국내에서 단일 면적으로는 최대로 헛개나무를 재배하는 곳이 있다. 헛개나무 방문판매 사원을 하던 김대일(34)씨가 2003년 장흥에 헛개나무 10만 그루를 심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2년 뒤 장흥영농조합법인이 세워지고 점점 사람이 늘어나 100여 가구가 헛개나무를 재배하고 있다. 김씨는 접붙이기 방식을 통해 헛개나무를 심은 지 7년째부터 헛개나무 열매를 수확할 수 있었다. 이 조합에서 헛개나무를 전업으로 심는 7가구의 연소득은 최저 5000만원에서 최대 6억원에 이른다. 6만6000㎡에서 시작한 헛개나무 재배지역은 현재 165만㎡에 이른다.

여기에 조합에서 수확한 헛개나무의 열매와 가지, 이파리를 바로 가공해 상품으로 내놓는 유통업체 PNK가 2008년 세워졌다. 김씨는 “물류비 절감과 부가소득 창출을 위해 유통업체가 자리 잡게 됐다”며 “재배지와 유통업체가 가까이 붙어 있어 신상품 개발에도 유용하다”고 말했다. 조합에서 생산된 헛개나무 가지와 잎, 열매를 이용해 ‘장흥헛개’라는 이름의 자체 제품을 생산해낸다. 매일유업·동원데어리·푸르밀 등 국내 대기업에도 헛개제품을 납품한다.

국립산림과학원 특용자원연구과 김세현 박사는 “간 기능 회복과 숙취해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헛개나무는 1990년대 후반부터 약용작물로 전국 농가에서 재배되기 시작했다”며 “최근엔 항산화제가 들어 있어 미백효과에 탁월한 헛개나무 꿀을 채취하는 농가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남자가 다 먹었나 … 헛개 열매 품귀

[중앙일보] 입력 2012년 05월 24일


‘헛개라테’ ‘헛개두유’ ‘헛개스무디’…. 그야말로 헛개 열풍이다. ‘술독을 푸는 데 좋다’느니, ‘술 마신 뒤 갈증 해소에 그만’이라느니 하는 선전 문구와 함께 시중에 나온 헛개음료만 50여 종에 이른다. 2010년 초 ‘힘찬 하루 헛개차’를 내놓아 시장을 연 광동제약을 비롯해 CJ제일제당·롯데칠성·풀무원 등 웬만한 식품 기업은 다 헛개 음료 사업에 뛰어들었다. 여기에 대형마트와 편의점까지 자체 브랜드 상품(PB)을 들고 가세한 상태다.

시장조사기관 AC닐슨에 따르면 2010년 40억원이던 헛개음료 시장은 지난해 300억원으로 폭발했다. 올해는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업체들은 내다보고 있다. 불과 2년 새 25배로 자라는 셈이다. 2010년 헛개 음료를 26억원어치 팔았던 광동제약은 지난해 120억원어치를 팔았다. CJ제일제당의 ‘컨디션 헛개수’ 역시 지난해 11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남성을 공략하다=헛개음료는 틈새시장이던 ‘남성 차(茶) 소비자’를 개발해 성공했다. 종전에 인기를 끈 ‘옥수수수염차’나 ‘17차’와 같은 제품은 대부분 여성을 겨냥했다. 하지만 광동제약은 ‘남자들의 차’라는 광고 카피와 함께 헛개음료를 내놓고 광고에도 남성 모델만 썼다. 지난해 말 바꾼 포장엔 아예 한자로 ‘男(남)’을 크게 써놨다. 연세대 오세조(경영대) 교수는 “남성들이 본인에게 돈을 쓰기 시작하는 세태와 잘 맞아떨어졌다”며 “남자들의 ‘웰빙’이 ‘웰 이팅(eating·먹기)’, ‘웰 셰이핑(shaping·가꾸기)’으로 세분화되는 과정에서 등장해 성공한 마케팅”이라고 해석했다.

헛개는 음료 비수기인 겨울에도 불황을 몰랐다. ‘간에 좋다’는 헛개의 효능과 술자리가 잦은 연말 풍경이 맞물렸다. 업체들은 아예 경쟁할 음료가 없는 겨울을 호기로 보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CJ제일제당은 소비자 중 추첨을 통해 회식 후 대리운전을 지원해주는 식이었다. 그 결과 여름보다 겨울에 음료 매출이 늘어나는 기현상까지 벌어졌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에 전체 음료 매출은 7월보다 23% 떨어졌으나 헛개 관련 음료는 20%가 더 팔렸다.

◆귀하신 몸, 헛개 열매=헛개 음료 인기 때문에 원료인 헛개나무 열매값이 치솟았다. 2009년 600g에 2만5000원이던 국내산 도매가격은 지난해 말 7만원대까지 올라갔다. 중국산 수입도 늘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헛개나무와 열매가 포함된 ‘기타 한약재’ 수입액은 2009년 3860만 달러(약 450억원)에서 지난해 6424만 달러로 증가했다.
서울 제기동 경동시장에서는 중국산 열매가 주로 거래되고 있다. 8년째 상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국산은 그나마 얼마 안 되는 양이 식품회사 쪽으로 죄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동시장에서 중국산 열매는 300g에 7000~1만원. 국내산은 4만5000~5만원에 판매된다.

현재 나와 있는 제품 중 국내산 헛개 열매가 들어간 것은 CJ제일제당·한국인삼공사·롯데칠성의 음료 정도다. 나머지는 중국산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음료는 인기인데 원료인 헛개 공급은 달려 그럴 수밖에 없다. 게다가 헛개는 심은 지 3~4년이 지나야 열매를 맺는다. 2010년 하반기에 헛개 음료 인기를 목격하고 나무를 심었다면 내후년에나 수확을 기대할 처지다. 국내산 공급이 달릴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국내산 헛개 열매 가격이 중국산의 네 배이지만 묘하게도 음료 값은 340~500mL에 1200~1800원으로 큰 차이가 없다. 한 식품회사 관계자는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원료가 국내산임을 내세워 가격을 올리기 힘든 실정”이라며 “그러나 헛개 값이 워낙 많이 뛰어 가격인상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나무·줄기도 인기=음료뿐 아니라 직접 달여 먹는 열매·줄기도 인기다. 롯데마트에선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헛개나무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세 배가 됐다. 이마트에선 같은 기간 53.1% 신장했다. 헛개나무 줄기의 도매가격 또한 2010년 1500원(600g)에서 올해 2200원으로 올라간 상황이다.

10년 전부터 헛개를 취급한 금광약초의 신성일 대표는 “열매뿐 아니라 줄기·가지도 돈이 되면서 열매를 맺기 전에 나무를 잘라 파는 농가가 늘고 있다”며 “그래서 열매 품귀현상이 더 심해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재률 이마트 차담당 바이어는 “국내에 헛개 계약재배가 제대로 이뤄지는 곳이 없다”며 “이마트는 계약재배가 가능한 헛개 단지를 올해 내로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앙일보 2012,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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