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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우시인시선

정선아리랑

정선아리랑

[가슴으로 읽는 시조]

조선일보 2012. 10. 9

 

 

 

 

 

손도  발도 다 녹고 목소리만 남았나 봐
목젖만 남겨놓고  몸  던지는  꽃잎처럼
혼자서 흘러왔다가 터져버린 폭포처럼

울 수조차  없는  한(恨)을 안으로 삭히며
강 밑바닥 물청때를 밀봉 풀고 건진 소리
잘 익은 막걸리 속엔 후렴구만 짙게 핀다

                                                            ―우은숙-

 

 

'눈이 오려나 비가 오려나 억수장마 지려나'. 이런 심정으로 추석을 넘은 이가 많을 법하다. '산 첩첩 물 첩첩' 강원도 정선의 구절양장(九折羊腸)처럼, 그 땅의 노래인 정선아리랑처럼, 팍팍하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 구구절절 말하기에도 지쳐 폭포처럼 혼자 터져버리는 사람도 있다. 그러니 가족과 함께하는 명절이란 마음뿐, 하수상한 세상 형편이 언제나 편해질지 막막하기 짝이 없다.

밖은 눈부신데 속은 자꾸 눈물겹고, 울분이 쌓이면 물청때(이끼)가 낀다. 게다가 울분은 자신부터 갉아먹는다. 밀봉을 풀고 건진 소리처럼 풀어내야 그나마도 좀 가뜬해진다. 베네치아영화제 시상식장에서 부른 김기덕표(標) 아리랑에도 그만의 구절양장 같은 게 있었다. 그것들을 다 녹여낸 탁음의 또 다른 시간도 배어나왔다. 그렇지, 우리에게는 아프고 고프고 슬픈 생(生)의 구절양장을 넘겨주던 아리랑이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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