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트륨에 중독된 한국인
조선일보연중기획 '건강한 삶 9988'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8명은 짠맛에 길들여진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정도로 간을 맞춰 먹는다'고 생각하는 국민도 실제로는 세계보건기구(WHO) 나트륨 권고량의 2배 이상을 하루에 섭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2012년 2~11월 전국에 거주하는만 18세 이상 국민 3223명(남성 1337명, 여성 1886명)을 대상으로 '짠맛 미각(味覺) 검사'를 실시한 결과 짜게 식사하는 국민이 76%로 나타났다고 31일 밝혔다.
검사는 참가자들에게 나트륨 농도가 다른 콩나물국 시료 5개(약 5g씩)를 맛보게 한 뒤 짠맛의 강도와 가장 적당한 간이라고 생각하는 선호도 결과 등을 분석한 것이다.
검사 결과 ▲'짜게 먹는다'고 분석된 참가자는 7.7%(249명) ▲'약간 짜게 먹는다'는 27.4%(883명) ▲'보통으로 먹는다'는 40.9%(1319명)로 보통 이상의 짠맛을 즐기는 참가자가 76%에 이르렀다.
그런데 '보통 간으로 먹는다'고 평가받는 콩나물국 시료의 염도를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으로 환산하면 4791㎎으로 나타났다. 이는 WHO 권고량 2000㎎의 2.4배 정도다. 반면 ▲'약간 싱겁게 먹는다'는 사람은 16.5%(531명) ▲'싱겁게 먹는다'는 7.5%(241명)로 전체 참가자의 24% 정도에 불과했다.
이번 짠맛 미각 검사에서 콩나물국 시료 가운데 가장 짠맛(나트륨 농도 1.25%)을 선호한 사람들은 거의 바닷물 수준에 근접한 염도를 적절한 간으로 생각한 사람으로, 이 정도 짠맛을 즐기는 집단의 하루 나트륨 섭취량 환산치(1만9319㎎)는 WHO 권고량(2000㎎)의 9.6배 이상일 것으로 추정됐다.
또 약간 짜게 먹는다(농도 0.63%)고 분석된 집단도 WHO 권고량의 4.8배(9737㎎) 나트륨을 섭취할 것으로 분석됐다. 약간 싱겁게 먹는다(농도 0.16%)고 분석된 집단은 WHO 권고량에 가장 근접한 2473㎎의 나트륨을, 가장 싱겁게 먹는 집단(농도 0.08%)은 하루 1236㎎ 정도의 나트륨을 섭취할 것으로 식약청은 예상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나트륨 과잉 섭취는 고혈압이나 심혈관계·심장 질환 등을 유발하기 때문에 2013년에는 국민의 짠 입맛 정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나트륨을 줄일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100세 장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누구나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삶을 마치기도 원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65세 이상 고령자 10명 중 8명이 고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젊은 세대들은 서구식 고지방질 식사, 운동 부족에 빠져 앞선 세대의 질병을 답습하고 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짠맛에 절어 있다. 외식과 가공업체들은 짭조름한 맛으로 입맛을 묶어 놓고 있고, 우리는 그것에 중독돼 왔다. 소금의 주성분인 나트륨 과다 섭취는 거의 모든 만성질환의 시발점이다. 음식을 통해 들어온 나트륨은 혈액으로 들어간다. 그러면 혈액의 염도가 높아져 삼투압 현상으로 주변의 물을 혈액 내로 대거 끌어온다. 갑자기 혈관 내 홍수가 생기는 현상이다. 늘어난 혈액 볼륨으로 혈관이 부풀면 혈관 벽이 압박을 받는다. 나트륨 과다 섭취가 일상이 되면 동맥의 벽은 갈수록 딱딱해질 수밖에 없다. 이는 동맥경화로 가는 직행 길이다.
나트륨의 해악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나트륨 자체가 혈관 내피세포를 자극해 혈관을 수축시킨다. 혈액 볼륨은 늘어 가뜩이나 혈액순환이 부담스러운데, 동맥마저 수축해버리면 동맥 내부의 압력은 이런 이중 효과로 급속히 치솟는다. 고혈압이 안 생기는 것이 이상한 것이다. 고혈압 상태가 되면 혈관 덩어리인 신장이 가장 먼저 손상당한다. 콩팥 혈관이 딱딱해지고 망가진다. 신장은 체내 과다 섭취된 나트륨을 소변으로 걸러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신장이 망가져 나트륨 배출이 지연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뇌혈관 동맥도 ‘나트륨 고혈압’으로 동맥경화를 앓는다. 뇌동맥이 막히는 뇌경색 발생 위험 요인이 된다. 때론 뇌동맥이 고(高) 압력을 못 견디어 출혈을 일으키기도 한다. 고혈압은 심장 근육을 압박하여 경화를 일으키고,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손상을 준다. 이로써 나트륨 과다 섭취가 연쇄 고리로 연결돼 고령 장수의 3대 복병인 만성 신부전증, 뇌경색, 심근경색증의 기폭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나트륨 과다 섭취는 또한 위점막을 자극한다. 위 점막을 퇴행·위축시켜 위암 발생의 위험을 높인다. 특히 소금에 오랫동안 절인 음식을 통한 나트륨 과다 섭취는 직접적으로 위암 발병 요인이 된다. 나트륨 과다 상태는 또한 칼슘이 소변에서 배출되는 현상을 촉진한다.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오게 하니, 골다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나트륨이 위험한 것은 중독성이 있기 때문이다. 나트륨을 섭취하면 소화기에 있는 나트륨 수용체가 자극을 받아 뇌에 있는 중독 중추를 흥분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속하여 짠맛을 찾게 되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김성권 교수는 “우리 사회 음식 전반에 나트륨이 과도하게 함유됐기 때문에 나트륨 과다 섭취 문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며 “가정식, 외식, 가공식품, 음식재료, 식습관 등 우리 사회 음식 산업과 문화, 제도에서 짠맛을 줄여나가는 대대적인 캠페인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소금과 나트륨
나트륨은 철분·칼슘과 같은 무기질의 일종이다. 인체에 들어와 삼투압을 통해 체액의 양을 조절한다. 과다 섭취하면 고혈압을 유발한다. 소금 성분의 약 40%가 나트륨(Na· Sodium)이고, 소금이 나트륨 섭취의 최대 공급원이기 때문에 '싱겁게 먹기'는 '나트륨 적게 먹기'와 같은 의미로 쓰인다.
하루에 최고 6808㎎ 먹어 WHO 권장량의 3.4배… 그중 절반을 외식 통해 섭취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채 갈수록 짠맛에 길들여지면서 나트륨 섭취량도 따라 늘고 있다. 2007년 우리 국민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4453㎎이었다. 그러다 2011년에는 4791㎎으로 늘었다. WHO(세계보건기구) 권장량 2000㎎의 2.4배가량이다. 나트륨은 소금의 주성분이다. 최근 5년 동안 우리가 먹는 음식에 들어가는 소금양이 점점 더 많아졌다.
이 때문에 우선 고혈압 환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07년 만 30세 이상 성인 가운데 고혈압 환자 비율은 25.1%였다. 하지만 2009년에는 28.0%, 2011년에는 30.8%로 늘어났다. 4명 중 1명꼴이던 고혈압 환자가 5년 만에 3명 중 1명꼴로 증가한 것이다.
고혈압은 통상 혈관 탄력이 떨어지는 50대 후반이나 60대에 발생한다. 하지만 짠맛에 익숙해진 한국인에게 고혈압은 젊은 층에서도 급증하고 있다. 30대 고혈압 유병률은 2007년 7.5%에서 2011년 9.1%로 증가했다. 40대도 15.7%에서 21.1%로 높아졌다. 이무영 동국대일산병원 심혈관센터장은 "최근 고혈압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 10명 중 3~4명은 30~40대로, 젊은 환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 30~40대 남성들은 직장 생활 등 외부 활동이 많은 연령대다. 그러다 보니 섭취하는 나트륨양의 절반(48.6%)을 외식을 통해 먹고 있으며,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6808㎎이다. 국민 평균(4791㎎)의 1.4배, WHO 권장량의 3.4배에 이른다.
고혈압 환자가 늘면서 진료비도 덩달아 늘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7년 고혈압 관련 건강보험 총진료비는 1조9000억원이었다가 2008년에는 2조원을 넘었고(2조1000억원), 2011년에는 2조3044억원으로 증가했다. 우리 사회에 스며든 짠 음식이 고혈압을 양산하고, 국민 의료비를 축내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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