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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좋은글모심

불행하다고? 살아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불행하다고? 살아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어수웅기자(조선일보)

 

 

 

정신과 의사 꾸뻬씨가 말하는 행복의 조건 23

①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라         
②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라                   
③ 다른 사람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라      
④ 행복은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에 달려 있다
⑤ 행복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  

    

 

 

번역·출간된 지 10년 만에 뒤늦게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책이 있다.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 프랑수아 를로르(60)가 소설 형식으로 쓴 일상의 행복론, '꾸뻬씨의 행복 여행'(오유란 옮김·오래된 미래)이다. 2004년에 번역된 이 책은 10주 넘게 부동의 1위였던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제치고, 지난 주말 교보문고·예스24 등 대부분의 온라인·오프라인 서점에서 맨 윗자리에 올랐다.

뒤늦은 주목의 계기는 방송인 강호동이 진행하는 KBS 예능 프로그램 '달빛 프린스'에서의 책 소개.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 소개됐던 다른 책들의 반향이 극히 미미했던 걸 떠올려보면, 이 대중적 성공을 방송 덕으로만 돌리는 것은 공정하지 않을 것이다. 파리에 거주 중인 작가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10년 만의 팡파르다. 우선 축하.

"율리시스(Ulysses)가 된 기분이다. 여신(女神)의 입김으로 배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의 율리시스 말이다."

작가는 그리스 신화의 영웅 율리시스를 인용했다. 여신 아테네의 도움을 받아 1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트로이 전쟁의 영웅. 율리시스의 고난에는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와 마녀 세이렌이라는 거대한 적(敵)이 있었지만, 이 정신과 의사 출신 작가가 진단하는 현대인의 불행에는 특별한 적이 없다. "실제로는 불행하지 않은데도 불행하다고 느끼는 환자들이 많다"는 것. 많은 것을 갖췄는데도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게 현대인의 특징이라는 것이다.

―왜 그럴까.

"우리의 첫 번째 실수는 행복을 목적이라고 믿는 데 있다. 행복을 목표로 하는 순간 불행해진다."

이 책에서 성공한 정신과 의사 꾸뻬는 성업 중인 진료실 문을 닫고 세계 여행을 떠난다. 그를 찾아오는 환자들을 이해하기 어려웠고, 스스로도 행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명예와 권력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자유로운 삶까지 누리고 싶어하는 사람들. 꾸뻬는 이 여행을 통해 무엇이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불행하게 만드는지를 하나씩 수첩에 적어 나간다. ①행복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것 ②행복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등 23가지 행복의 발견이다.

여행에서 돌아온 꾸뻬는 이제 '불행하지 않은데도 불행하다 느끼는' 환자들에게 시인 알프레드 디 수자의 경구가 적힌 카드를 선물한다.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양극화 해결 등 사회 문제 해결이 행복의 전제 조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보너스가 깎여 괴로워하는 증권사의 부자 딜러보다 홍콩에서 어렵게 사는 소박한 필리핀 사람들이 더 행복할 수 있다. 사회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개인적 행복을 추구할 수 없다고 보지는 않는다. 행복은 타인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 그리고 자신이 사회에서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필요한 사람'보다 '중요한 사람'이 되어야 행복을 느낀다는 사람도 있다.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BC 341~BC 270)가 이렇게 말했다. 분별 있는 사람이라면 투쟁을 통해 얻어야 하는 어떤 쾌락도 찾지 말아야 한다고. 하지만 그는 사회를 위해서는 분별력 있는 야심가와 리더들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었던 것 같다. 잔잔하고 끊이지 않는 행복이든, 투쟁과 승리의 자극적 행복이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개성과 인생의 시기에 맞는 행복의 길을 찾는 것이다."

이 책이 출간된 10여 개국 중 한국은 독자들의 호응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단기간의 급속한 경제적 성장에 비해 정신적 결핍이 유별났기 때문은 아닐까. 생전의 법정 스님(1932~2010)이 자신의 법문에 이 책을 소개한 적이 있다. 스님은 이 책을 추천하면서, '화엄경'의 선재 동자가 선지식을 찾아 구도의 길을 나선 것에 꾸뻬씨의 행복 찾기 여행을 빗댔다. 파리의 정신과 의사가 쓴 현대의 화엄경. 단 전제가 있다. 선재 동자도 그랬지만, 꾸뻬씨도 당신 손에 행복을 직접 가져다줄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깨달음을 얻는 것. 꾸뻬씨의 행복 비결 ①은 다른 사람과 자신의 행복을 비교하지 않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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