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의 탄생
천재의 탄생
앤드루 로빈슨 지음|박종성 옮김
학고재|624쪽|2만5000원
천재들 분석했다 - 유전·심리·뇌활동… '법칙'은 발견 못해
그래도 공통점 있다고독을 즐기고 업적 남길 때까지 10년의 세월 걸려
갑자기 튀어나오는 '유레카'란 없다
"내가 알아냈어."1822년 9월 14일 정오 무렵. 샹폴리옹은 형에게 달려가 이집트 비문 필사본을 책상 위에 던지며 이렇게 외쳤다. 그러고는 실신해 닷새 동안 깨어나지 못했다. 상형문자를 해독함으로써 투탕카멘을 비롯해 신비에 싸여있던 고대 이집트 문명이 제 목소리를 내게 되는 순간이었다. 인류 문명사와 과학사엔 이런 '순간 도약(breakthrough)'의 전설이 드물지 않다.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해냈다)"부터 '뉴턴의 사과', 플레밍의 페니실린 발견, 꿈속에서 벤젠 분자의 여섯 개 탄소 원자의 육각 고리구조를 발견했다는 케쿨레까지…. 이런 엄청난 도약의 번개같은 아이디어는 천재들의 머릿속에만 떨어지는 것일까? 또한 학교 교육과 불화할수록 천재들의 창의성은 더욱 빛나는 것일까, 창의적인 성격은 따로 있는 것일까? 요컨대 천재는 타고나는가? 키워지는가?
이 책(원제 'Sudden Genius?')은 '천재의 법칙'을 찾아내기 위해 분투한 19세기 이후 과학자, 심리학자, 우생학자 등의 노력을 생생하게 전한다. 그런 노력은 우선 '정말 천재들은 우리와 다른 무언가가 있는가?'라는 궁금증의 발로였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범인(凡人)들을 위한 위로의 구실 찾기로도 읽힌다.
◇천재의 법칙을 찾아서
'천재의 법칙'을 찾는 학자들의 분석은 크게 '본성과 양육'으로 나뉜다. 시작은 다윈의 사촌이기도 한 골턴. 그는 1869년 '유전적 천재성'이란 책을 통해 비범한 사람들은 우생학적으로 어떤 가계(家系)에 속했는지 분석했다. '타임스' 등 신문의 부고란 등을 분석한 그의 작업은 법조인과 과학계에선 일부 맞는 듯했다. 하지만 뉴턴의 부계(父系)에선 어떤 뛰어난 사람도 발견하지 못했고, 물리학자 패러데이, 화학자 존 돌턴 등은 아예 명단에서 빼버렸다. '재능은 유전된다'는 결론에 맞지 않아서다.
앤드루 로빈슨이 과학과 예술 분야의 천재로 꼽은 10인. 다빈치, 런던 세인트폴 대성당 설계자 크리스토퍼 렌, 모차르트, 이집트 상형문자를 해독한 샹폴리옹, 다윈(윗줄 왼쪽부터), 마리 퀴리, 아인슈타인, 버지니아 울프,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인도 영화감독 사티야지트 레이(아랫줄 왼쪽부터). /학고재 제공
이런 노력은 20세기 미국의 캐서린 콕스의 '천재 300명의 유소년기 정신적 특질'(1926년) 등으로 이어진다. 천재들이 타고났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화석 지능지수(fossil IQs)'까지 동원된다. 남아있는 자료를 통해 지능지수 측정이 없던 시대의 위인들의 IQ를 추산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17세 이하의 지능지수와 17~26세 사이의 지능지수를 각각 측정했더니 다빈치는 135/140, 미켈란젤로는 145/160, 모차르트는 150/155, 뉴턴은 130/170의 결과가 나왔다. 존 스튜어트 밀은 190/170으로 나이가 들면서 떨어지는 것으로 나왔다. 그러나 이런 결과에 대해 스티븐 제이 굴드는 "그저 그때까지 남아있던 역사적 사실 기록만을 반영해 이뤄진 것일 뿐 그 천재들을 제대로 평가해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네틀이란 학자가 제안해 심리학계에서 통용되는 5요인 모델 역시 완벽하지는 못하다. 5요인 모델이란 외향성(개방적·열정적이면 높은 점수) 신경성(스트레스를 쉽게 받고 걱정을 잘하면 높은 점수) 의식성(조직적, 자기 통제력이 강하면 높은 점수) 동의성(신뢰와 감정이입을 잘하면 높은 점수) 개방성(창조적 상상력이 풍부하면 높은 점수)을 측정하는 것이다. 그 외에도 최근 자기공명장치 등을 이용해 뇌의 활동을 분석하는 기법이 도입됐지만 여전히 '천재의 법칙'은 증명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아주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우선 천재들은 고독을 즐겼다. 다빈치는 '최후의 만찬'을 혼자 그렸고, 모차르트도 '피가로의 결혼'을 작곡할 때는 집에 틀어박혔으며 샹폴리옹은 상형문자를 해독한 후 형에게만 소식을 알리고 실신했다. 다윈은 자연선택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아내에게도 비밀로 했다.
저자는 이런 이론들을 검증하기 위해 '천재' 10명을 선정, 그들의 '도약' 과정을 상세히 설명한다. '최후의 만찬'의 다빈치, 런던의 세인트폴 대성당을 건축한 크리스토퍼 렌(Wren),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의 모차르트, 이집트 상형문자를 해독한 샹폴리옹, 진화론의 다윈, 라듐을 발견한 마리 퀴리,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아인슈타인, '댈러웨이 부인'의 작가 버지니아 울프, 사진집 '결정적 순간'의 사진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인도 영화감독 사티야지트 레이 등이다.
◇'10년 법칙'
저자는 이들 10명을 모델로 '10년 법칙'을 펴나간다. 심리학자 존 헤이스와 하워드 가드너 등이 주장하는 '도약의 10년 법칙'은 "누구든 도약을 이루기 전에 약 10년 동안 관련 기술이나 학문을 부단히 배우고 연습해야 한다"는 것.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이론의 기초에 대한 생각을 처음 떠올린 것이 1895년, 발표된 것은 1905년이다. 샹폴리옹이 로제타스톤 상형문자 해독을 결심한 것은 1814년, 완전 해독한 것은 1824년이다. 저자가 제시한 모델 10명이 모두 느슨한 '10년 법칙'에 해당된다. 저자는 결론적으로 이렇게 말한다. "99%의 땀과 1%의 영감이라는 에디슨의 말 대신 10년(120개월) 동안 노력한 사람에게는 한두 달(1%) 동안 '천재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주어진다고 말해도 좋으리라. 역사상 그 어떤 천재에게도 심지어 다윈, 아인슈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차르트 같은 천재에게조차도 창조적 도약으로 가는 멀고 더딘 여정에서 지름길은 허용되지 않았다." 결국 '갑자기 튀어나오는 천재(Sudden Genius)' '유레카'는 없고, 10년 공력만 있다는 이야기다. 저자가 '대표 천재'로 선정한 10명의 선정 기준에 대해선 이론이 있을 수 있다. 결론 역시 전복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천재란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의문에 대한 인류의 오랜 탐구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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