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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건강이야기

건강관리도 수치화로

체중에 민감한 당신 '혈관숫자'는요?

[중앙일보] 입력 2014.09.01

 

 

 


서울 응암동에 거주하는 성윤환(78)씨. 산수(80·傘壽)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40∼50대처럼 정정하다. 군대 시절 맹장수술을 받은 것 외에는 병원 신세를 져본 적이 없다.

그의 건강 비결은 생활패턴을 보면 답이 보인다. 오전 5시에 일어나 도보로 15분 정도 거리의 교회에서 예배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집에 돌아오면 오전 6시40분. 날씨가 춥거나 비가 오지 않는 이상 40분 이상 집 주변을 걷는다. 날씨가 궂으면 집안에서 실내자전거를 탄다. 400칼로리 정도 소모되는 운동량이다.

운동 후에는 아침식사를 한다. 식사는 소식을 하되 채소를 고루 섭취하고, 짜지 않게 먹는다. 밥을 먹을 때는 50번 이상 씹는다. 자가용이 있지만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담배나 술은 전혀 하지 않는다. 일과가 끝나고 오후에는 다시 실내자전거를 40분간 탄다. 그리고 무겁지 않은 아령과 역기로 30분간 운동한다. 하루 두 시간 반을 운동에 투자하는 셈이다. 성씨는 이 같은 하루 일과를 30여 년 지속하고 있다.

그는 6개월에 한 번 꼭 종합검진을 받는다. 혈압은 수축기혈압 125㎜Hg에 이완기혈압 75㎜Hg다. 거의 정상 수치(120~80㎜Hg)다. 혈당도 공복 시 89㎎/dL로 정상 수준(100㎎/dL)이다. 콜레스테롤은 담당 의사가 “걱정하지 말고 계란·치즈·버터를 막 잡수셔도 된다”고 했을 정도다. 성씨는 “건강을 유지하는 데는 지속적인 운동과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하는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쁜 습관 하나에 심뇌혈관질환 위험 급상승

성씨의 일과는 ‘심뇌혈관질환 예방·관리를 위한 9대 생활수칙’에 비춰보면 완벽하다. 9대 수칙은 ▶금연 ▶하루 한두 잔 이하 음주 ▶음식은 싱겁게 골고루, 채소·생선 충분히 섭취 ▶매일 30분 이상 적절한 운동 ▶적정 체중과 허리둘레 유지 ▶스트레스 줄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 ▶정기적으로 혈압·혈당·콜레스테롤 측정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꾸준히 치료 ▶뇌졸중·심근경색증 응급 증상 숙지 및 발생 즉시 병원 방문 등이다.

당연한 내용이지만 수칙이 담고 있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심뇌혈관질환 위험을 확연히 줄이는 것이다. 흡연자는 심근경색증·뇌졸중에 걸릴 위험이 비흡연자에 비해 2배 높지만, 금연 1년 후에는 절반으로 준다. 당뇨병 환자가 흡연을 하면 합병증이 더 일찍 발생한다. 과도한 음주는 부정맥과 심근병증을 유발하고, 뇌졸중 위험을 증가시킨다. 짜게 먹는 습관은 혈압을 높여 심뇌혈관질환 발생·악화를 초래한다. 한국인의 하루 평균 소금 섭취량은 세계보건기구 기준(5g)의 2배가 넘는 11.2g이다. 체질량지수가 비만 진단기준인 25㎏/㎡을 넘으면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위험이 2배 증가하고, 30㎏/㎡ 이상이면 이로 인한 사망률이 1.5배 증가한다.

혈관 숫자만 알아도 심혈관질환 예방 시작

 

심뇌혈관질환 예방수칙은 누구나 알 만한 쉬운 내용이다. 하지만 실행에 옮기긴 어렵다. 더 이상 ‘아는 것이 힘’이 아니라 ‘실행에 옮기는 것’이 비로소 힘이 된다.

그럼에도 생활습관을 바꾸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이럴 땐 자신의 혈관건강 숫자를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심뇌혈관질환 예방 모범 사례자인 성씨도 혈관 숫자 숙지가 건강한 생활습관 유지에 도움이 됐다.

성씨는 “정기적으로 자주 검진을 받다 보니 내 혈압이나 혈당 수치는 잊어버리지 않고 항상 숙지한다”며 “그러다 보니 수치가 좀 안 좋아지면 식단 조절과 운동으로 다시 맞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혈관 숫자에 대한 사소한 관심이 심뇌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실질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서울아산병원 송재관(대한심장학회 홍보이사) 교수는 “키나 체중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혈압과 같은 수치가 얼마나 중요한 정보인지 관심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수치는 건강습관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자극이 된다”며 “수치를 알면 자연히 정상 범위에 관심이 가고, 행동으로 이어지는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류장훈 기자 사진=김수정 기자

 

고혈압·당뇨가 주범 … 술·담배는 뚝, 운동은 쭉~

 [중앙일보] 입력 2014년 09월 01일

돌연사의 주범이자 우리나라에서 암 다음으로 높은 사망 원인을 차지하는 심뇌혈관 질환.
발병 초기엔 자각하기 힘들어 ‘침묵의 살인자’로도 불린다. 대표적인 심뇌혈관 질환의 발생 원인과 예방·치료법을 알아봤다.
40세 이상 성인 중 위험 요인을 갖고 있다면 유념해야 한다.
※ ① 발생기전 ② 예방법 ③ 치료법

협심증
심장혈관이 막히다

 

관상동맥 혈관 벽에 붙은 콜레스테롤 등에 의해 혈관이 좁아져 혈액순환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① 심장 내 3개의 관상동맥 중 한 곳이라도 협착(혈관의 지름이 줄어 듦)이 일어나면 산소 및 영양공급이 급격히 줄어 심장근육이 허혈(ischemia, 虛血·조직에 피가 국부적으로 모자란 상태) 상태에 빠진다. 이 것이 협심증이다.
② 위험인자의 철저한 예방이 필수. 규칙적인 운동, 금연과 함께 저지방 식단과 과일을 많이 섭취해야 한다.
③ 약물치료와 협착된 혈관을 확장시키는 관혈적 치료 두 가지다. 협심증 중에서도 갑자기 통증이 심해지는 불안정형 협심증은 최근 심근경색증의 바로 전 단계로 보고 심근경색증에 준해 관리·치료한다. 약물치료는 협심증 재발 방지와 심근경색증으로 발전하지 못하도록 아스피린과 함께 혈압강하제를 복용한다


심근경색
심장세포가 죽다

 

협심증의 상태가 더 진행돼 관상동맥혈관이 70% 이상 막히면 심장세포의 괴사가 일어난다.

① 심장은 평소 3개의 관상동맥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는다. 이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근육 조직이나 세포가 죽는데 이런 현상이 ‘심근경색증’이다.
② 운동과 금연, 건강한 식습관이 요구된다. 위험인자 제거를 위해 고혈압·당뇨병 환자는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약물치료를 고려해 보는 것이 좋다.
③ 심근경색은 관상동맥 전체가 막혀 응급수술이 필요하거나(ST절 상승 심근경색증)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히지 않은 경우(비 ST절 상승 심근경색증) 등 두 가지로 나뉜다. 응급 심혈관성형술을 비롯한 혈관 내 금속 그물망을 삽입하는 스텐트(STENT) 삽입술, 혈전용해술을 시도한다.



심부전
혈액 공급에 빨간불


 

심장 기능 이상으로 심장이 힘차게 뛸 수 없어 몸 전체로 보내지는 혈액이 부족하게 된다.

① 심근경색 등 심장혈관질환이나 심근병증 등 심장근육질환 같은 심장의 구조적 혹은 기능적 이상 때문에 심장이 신체 조직에 필요한 혈액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② 과도한 음주·스트레스, 지속적으로 빠른 맥박수가 원인. 평소 관리가 필요하다. 이미 심부전 진단을 받았다면 부정맥, 진통소염제 과다 사용, 감염 및 발열 등을 조심한다.
③ 1주일 이내에 발생한 급성 심부전은 심부전의 원인을 파악해 제거하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만성은 교감신경 및 호르몬계의 과도한 활성을 막아 심장기능 저하를 막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심장마비
단 한 시간의 킬링 타임

 

관상동맥질환, 심근병증이 원인의 95%를 차지한다. 가슴 통증·두근거림의 전조증상을 보인다.

① 증상이 나타난 후 1시간 이내에 심장 관련 이유로 사망하는 자연사(돌연심장사)를 말한다. 목격자가 없으면 치명적 원인 없이 24시간 이내에 발생한 자연사를 포함한다.
② 심장질환 관리를 철저히 하고 1주일에 3회 이상 유산소 운동을 한다. 단, 심장에 무리를 주는 과격한 운동은 피한다.
③ 일차 심폐소생술이 가장 중요하다. 생존하면 삽입형 제세동기(ICD)를 시술해 평소 환자의 심장박동을 감시하고 부정맥 등을 관리한다.

뇌출혈
뇌의 동맥이 터지다

 

혈압이 높으면 동맥에도 높은 압력이 가해지고 이 압력이 계속 지속되면 혈관이 파열되고 출혈이 생긴다.

① 뇌 안의 혈관이 터져서 출혈이 일어나는 출혈성 뇌졸중을 말한다. 고혈압이 발생 원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의식을 잃고 졸도하는 졸중발작과 반신불수 증상이 흔하다.
② 최근 연구에서 뇌출혈을 포함한 뇌졸중 위험도와 음주 여부가 관련이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흡연이 혈액 점도를 높여 내출혈을 유발한다는 연구도 있다. 금주·금연은 필수다.
③ 수술이 보통이다. 단, 출혈 부위가 크거나 환자 상태에 따라 추가적인 뇌 손상을 막기 위해 수술하지 않기도 한다. 이 경우 항고혈압제 투여, 합병증 방지 등 보존적 치료가 이뤄진다.


뇌경색
뇌 조직의 괴사

 

뇌혈관이 막히면 뇌에 산소와 영양분 공급이 제대로 안돼 뇌 조직이 괴사한다

① 평상시 뇌 조직은 많은 양의 혈액을 공급받는데 다양한 원인으로 뇌혈관이 막혀 혈액 공급이 감소해 뇌 조직이 괴사한다. 이것이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되면 뇌경색이라 한다.
②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심장부정맥이 있는 사람은 뇌졸중 발생 위험이 크므로 적절한 운동과 식사요법 등 평소 건강관리에 힘쓴다.
③ 뇌경색 치료는 세 단계가 있다. 증상 후 3시간 이내에는 막힌 뇌혈관의 재개통을 위해 혈전용해술, 이후에는 혈소판억제제를 투여해 재발을 막고 적극적인 재활치료를 통해 뇌 기능을 회복한다.

도움말 :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송재관 교수 강북삼성병원 신경과 문희수 교수 기고자 : 류장훈

혈압·혈당·콜레스테롤 수시로 체크해야

 [중앙일보] 입력 2014년 09월 01일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

질병관리본부는 2006년부터 레드서클(Red Circle) 캠페인을 진행해 오고 있다. 레드서클은 건강한 혈관을 의미한다. 캠페인 이후 뇌혈관질환 사망률은 줄었지만 OECD 국가 평균(10만 명당 68.1명)보다 높은 수준(76.5명)이다. 반대로 심혈관질환 사망률은 OECD국가(119.2명)에 비해 낮지만 느는 추세(43.2명)다. 이에 질병관리본부는 ‘자기 혈관 숫자 알기’라는 칼을 빼들었다.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사진)을 만나 이번 캠페인의 중요성과 의미에 대해 들었다.

-레드서클 캠페인의 의미는.
“사람은 노화하면 혈관에 노폐물이 쌓인다. 이렇게 되면 혈관을 통해 각종 영양소나 산소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퇴행 변화가 온다. 이 중 심혈관과 뇌혈관이 가장 큰 문제다. 우리가 종합 계획을 세우고 캠페인을 진행하는 이유다.”

-심뇌혈관질환 예방과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검진 등을 통해 본인 혈압·혈당·콜레스테롤 수치를 알아야 한다. 측정결과가 정상 수치와 다르면 의사 상담을 통해 고위험군은 건강 행태를 개선하고, 고혈압·당뇨병 진단을 받은 사람은 꾸준히 치료를 받아 합병증을 예방해야 한다.”

-이번에 ‘혈관 숫자’를 내건 것이 눈에 띈다.
“캠페인의 핵심이 바로 혈압·혈당·콜레스테롤 수치를 알자는 거다. 이를 통해 구체적인 심뇌혈관질환 예방 캠페인이 되리라고 본다. 관련 수치를 측정하는 움직임이 확대되길 기대한다. 본부 내에 혈압측정기가 있는데 혈당·콜레스테롤 측정도 광범위하고, 쉽게 측정하도록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혹시 본인 혈관 숫자를 알고 있나.
“물론 알고 있다. 혈압은 정상 범위를 넘어나 본 적이 없다. 공복 시 혈당은 지난 검진 때 보니 정상이 100㎎/dL인데 101㎎/dL이다. 단 콜레스테롤은 문제가 있다. 총 콜레스테롤 수치가 200㎎/dL 이하가 정상이고, 240㎎/dL을 넘으면 고지혈증인데 234㎎/dL. LDL(저밀도지단백, 나쁜콜레스테롤)은 높지 않은데 중성지방이 높았다.

- 추진해 보고 싶은 다른 캠페인이 있다면.
“만성질환 관리에서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 사람은 지방 섭취가 많은 것보다 탄수화물 섭취 비율이 높은 게 문제다. 탄수화물은 축적되면 다 지방으로 바뀐다. 식당에서는 싱겁게 먹는 것, 적게 먹는 것 모두 가능한데 밥 종류는 선택을 못한다. 탄수화물을 덜 먹을 수 있도록 식당에 가면 밥을 쌀밥과 잡곡밥을 구비해 놓는 캠페인을 해보고 싶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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