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꼴의 나라, 미얀마
이백순/駐미얀마 대사
우리나라 국민에게 미얀마는 아직 생소한 나라다. 나이 드신 분들에게는 버마로 알려진 이 나라가 1989년에 미얀마로 이름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50여 년 동안 폐쇄적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유지해왔고, 국제사회의 제재까지 받게 되면서 국제무대에서 알려질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한때 동남아시아의 허브였던 미얀마는 1962년 군사혁명 후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택하면서 ‘새우도 그냥 늙어 죽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활력 없는 경제체제 속에서 국제무대의 중심에서 점점 멀어져 갔다. 또한 불교를 숭상하는 국민은 운명에 도전하기보다는 순응하며 군부독재의 질곡의 세월을 숨죽이며 보냈다.
그러나 1988년 국민 저항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아웅산 수지 여사가 저항운동을 이끌면서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이런 국민의 각성에 대한 반작용으로 군부도 나라의 통합과 단결을 위해 개혁을 도모하는데 이때 국명도 ‘빠르고 강하다’는 뜻의 미얀마로 바꾸었다. 본격적인 변화가 시작된 것은 2011년 현 테인 세인 대통령의 민선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다.
이후 3년 동안 미얀마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고 마지막 ‘엘도라도’라는 별명에 걸맞게 많은 외국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얀마는 50여 년의 긴 잠에서 깨어나 이제 막 기지개를 켜고 있다.
미얀마는 아직 우리 국민에게 동남아의 개도국으로만 인식돼 있지만 6000만이 넘는 인구와 남한의 7배 국토, 특히 3모작 가능 경작지만도 우리 경작지의 25배가 넘는 광활한 영토를 가진 나라다.
미얀마는 천연 자원도 풍부해 스스로를 ‘황금의 나라’라고 부른다. 광업부는 ‘엠포리엄’이라는 보석경매행사를 연간 수 차례 여는데, 얼마 전 행사에서 큰 여성용 핸드백 크기의 최상급 ‘제국 옥(imperial jade)’ 원석이 6000만 유로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란 기억이 있다. 우리나라가 중형차 3000여 대, 아니 가득률로 따지면 몇 만대를 수출해야 벌 수 있는 외화를 땅에서 그냥 파내는 것이다. 루비, 사파이어 등 보석은 물론 구리, 니켈 등 우리나라가 전략 광물로 지정한 6대 광물이 풍부하고 석유와 가스도 적잖게 매장돼 있다. 이처럼 국토가 넓고, 자원이 많으며 노동력도 풍부한 미얀마는 경제발전이 궤도에 오르면 못 살 이유가 전혀 없는 잠재력이 큰 나라다.
여기서 살다보면 미얀마는 우리나라와 참 닮은 점이 많은 나라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우선 대부분의 아이가 몽골반점을 가지고 태어나며, 언어의 구조와 표현 방식이 우리와 신기하리만치 비슷해 단어만 바꿔 넣기만 하면 원하는 문장을 만들 수 있다. 대가족제를 유지하고 어른과 스승을 공경하며, 인간관계를 중시해 ‘정’이란 단어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우리와 비슷하다. 교육열 또한 높아서 문맹률이 8%도 안 되고, 아이들을 학교에서 학원으로 모셔가는 엄마들로 등·하굣길 교통정체를 겪는 것도 한국과 유사하다.
이런 배경으로 미얀마인들은 한류(韓流)에 열광하고 있다. 미얀마에는 사실 한류라는 말이 만들어지기 전인 2002년 ‘가을동화’ 방영을 기점으로 한류 열풍이 불기 시작해 지금도 황금시간대 TV채널은 모두 한국 드라마를 방영하고 있다. 일부 여성들은 인터넷을 통해 한국 드라마를 실시간 시청할 정도로 열광적이다. 특히 이 나라 지도층은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을 배우고 따라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이렇게 우리와 닮은 점이 많고 우리를 짝사랑하는 미얀마를 우리가 좀 더 도와준다면 미얀마를 우리의 가까운 친구, 형제의 나라로 만들 수 있다고 본다. 그리하여 미얀마의 풍부한 자원과 인력에 우리의 자본과 기술이 결합된다면 서로 윈윈할 수 있을 것이고, 머지않아 미얀마가 다시 동남아의 중요 국가로 발돋움하는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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