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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우시인시선

모래가 되다


 

모래가 되다

 

우은숙

 

 

 

 

무릎 접은 낙타의 겸손에 올라타고

 

둥근 가슴 몇을 지나 사구沙丘에 도착한 순간

 

시뻘건 불덩이로 넘는 사막의 꽃을 본다

 

설렘은 떨림으로, 떨림은 두근거림으로

 

고요마저 삼켜버린 핼쑥한 지구 한 켠

 

응고된 지난 죄목들 모래 위에 뒹군다

 

나는 고해성사하는 신자처럼 엎드려

 

흠집 난 내 영혼을 달래 줄 사막에서

 

모래와 하나가 된다, 한 알의 모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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