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詩/농업과과학

피는 왜 붉은색일까

피는 왜 붉은색일까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산소 운반하는 피속 헤모글로빈
철분 성분 산화되며 붉은색 띠어



그런데 왜 피는 붉담? 피가 붉은 것은 궁극적으로 철분이 산화된 산화철(酸化鐵·Iron oxide)이 붉은 탓이다! 적혈구에 든 색소단백질인 헤모글로빈(C3032H4816O872N780S8Fe4)은 헴(Hem)단백질과 철(鐵·Fe)원소가 들었고, 한 사람의 몸에 들어있는 4g 정도의 철 중 60%는 헤모글로빈에 있다고 한다.

동물의 헤모글로빈에는 산소가 붙었다가 떨어졌다(포화와 해리)를 반복하는데 붉게 녹슨 쇠는 그렇지 못하다. 적혈구의 주 임무는 산소를 녹이는 데(결합하는 데) 있다. 산소는 물이 거의 전부인 혈장 에도 녹아들 수도 있지만, 적혈구의 헤모글로빈이 도맡아 운반한다. 헤모글로빈은 물보다 약 60~65배 정도 더 쉽게 산소와 결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뿐만 아니라 세포에서 대사과정에서 생성된 이산화탄소도 운반한다.

그런데 헤모글로빈은 산소(O2)보다 일산화탄소(CO)와 결합하는 힘이 250배나 더 강해서(일산화탄소가 적혈구에 쉽게 달라붙어버려) 산소가 모자라게 되니 그것이 연탄가스중독인데, 요새는 연탄중독 대신 가스중독이 빈번하다.

헤모글로빈은 4개의 헴(Heme)과 글로빈(Globin)단백질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1분자의 헤모글로빈은 많게는 4분자의 산소와 결합한다.

적혈구는 특이하게도 다른 세포들이 다 지니고 있는, 세포 안에서 우리가 숨쉰 산소와 음식을 먹어 소화시킨 양분을 산화시키는,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가 없다. 그건 우리가 쓰는 모든 힘(ATP)과 열을 만드는 세포소기관인데 적혈구에는 이것이 없어 물질대사기능을 거의 않는다.

이렇게 핵이 없을 뿐더러 어이없게도 미토콘드리아까지 없는 것으로도 유별나다.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가 미토콘드리아가 없어 자기는 그 산소를 쓰지 않고, 산소 없이도 적혈구는 무탈하기에 헌혈을 위해 뽑은 피를 한 달 넘게(35일간) 보관할 수 있단다. 아무튼 우리의 피에는 범상치 않은 이상야릇한 생명이 흐른다.


피는 체중의 약 8%(성인의 경우 보통 4~6ℓ)를 차지하고, 혈관을 통해 온몸을 순환하면서 각 조직과 기관에 산소와 영양소, 호르몬 등을 몫몫으로 대주고, 이산화탄소나 요소 따위의 노폐물을 나른다. 혈액(Blood)은 혈장과 혈구로 이뤄지고, 혈장(血漿·Plasma)은 전체 혈액의 55%를 차지하고, 단백질, 지방, 당, 비타민, 무기염류 등이 녹아 있으며, 나머지 혈구(血球·Blood corpuscle)는 피의 45%로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으로 구성된다. 혈장은 많은 단백질이 녹아 있어 일반적인 물보다 5배 정도 점도(粘度)가 높고 누르스름하니 이는 “피(DNA)는 물보다 진하다(Blood is thicker than water)”는 말이 백번 옳다.


혈장의 산도(pH)는 평균 7.4이고 삼투압은 0.9%다. 즉, 인간 혈액의 염분농도는 0.9%이며 이와 같은 소금물을 생리식염수(Normal saline)라 한다. 그리고 혈액을 시험관에 넣어 두면 응고해 응혈이 되고, 이것이 수축해 암적색의 덩어리인 피떡(혈병·血餠)과 담황색의 투명한 액체인 혈청(血淸·Serum)으로 분리되며, 혈청 중에 함유돼 있는 알부민(Albumin)과 글로불린(Globulin)단백질 탓에 피가 무척 끈적끈적한 것이다. 이래저래 과학적으로 단백질과 염분 때문에 피는 물보다 훨씬 더 짙다. 실제로 이 말은 내림하는 `혈육의 정이 깊음'을 이르는 말임을 독자들은 이미 잘 알고 있겠지. 아무렴 붉은피톨(적혈구)은 피의 대명사다.


혈액세포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이 적혈구이고, 적혈구(赤血球)는 지름이 7~8㎛(1㎛는 1/1,000㎜)로 모세혈관을 겨우 지날 수 있는 크기다. 가운데가 움푹 들어간 것이 도넛(Doughnut) 꼴을 하니 모든 포유류의 적혈구가 다 그렇다. 처음 골수(骨髓)에서 만들어질 때는 핵(核·Nucleus)이 있었으나 적혈구세포가 성숙하면서 핵을 잃어버린 대신 그 자리에 헤모글로빈(Hemoglobin,Hb)이 들어찼다. 헤모글로빈은 산소를 운반하는 데 중요한 것이기에 결국 핵이 없어진 것은 되레 유리한 적응인 것.






몽골 칭기스칸 시대에 전쟁터에서 상처를 입은 병사나 말을 치료하는 데 쓰였던 천연 약재의 상처 치유 효능이 최근 입증됐다. 시중에 판매 중인 상처 치료제의 원료보다도 치료 효과가 뛰어나 새로운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노주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SFS융합연구단 책임연구원 연구팀은 몽골, 중국, 러시아 등지의 자생 식물인 ‘피뿌리풀’ 추출물이 실제로 상처 치유에 활용될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고 16일 밝혔다. 피뿌리풀은 항염증, 항암, 항균활성 등 다양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 어떤 물질이 어떤 효과를 내는지 등은 밝혀진 바 없었다.

 

연구진은 생쥐의 몸에 인위적으로 상처를 낸 뒤, 피뿌리풀의 추출물들을 각각 시험했다. 그 결과, 피뿌리풀의 추출물 중 ‘쿠마린’류 8종이 상처 치유 효능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성분은 대식세포의 염증 반응은 억제하고 각질세포의 이동은 촉진시켰다. 뿐만 아니라 피부의 섬유아세포가 더 많은 콜라겐을 합성하도록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 살이 잘 돋아나도록 돕는 셈이다.

 

기존 상처 치료제의 원료 ‘병풀’의 추출물보다 더 빠른 속도로 상처 면적을 감소시켰다. 같은 면적의 상처에 추출물을 바르고 15일이 지난 뒤 남아 있는 상처의 면적은 병풀 추출물보다 25~30%가량 작았다.  노 연구원은 “피뿌리풀은 전통적으로 민간에서 사용해 온 안전한 소재”라며 “이번 연구로 치유 효능을 가진 성분이 확인된 만큼 천연물 유래 상처 치료제나 피부 재생을 촉진시키는 기능성 화장품의 원료로 상용화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2월 22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