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1000리길 현황
‘전북 1000리 길’엔 1000가지 이야기가 담겼다. 작은 샘을 떠난 물이 모여 만든 금강·섬진강 길엔 역사와 문화가 함께 흐른다. 1000리 길 곳곳에 있는 바위·나무 등에도 애틋한 사랑 이야기와 신비한 전설이 숨어 있다. 끝없이 펼쳐진 들판 너머로 해가 지는 길엔 농민의 땀과 한(恨)이 서린 역사가 있다. 하루 네 번 밀물과 썰물이 오가는 바닷길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이야기를 품고 있다.
전북도는 지난해 ‘전라도 정도(定都) 1000년’을 기념해 ‘전북 1000리 길’을 만들었다.
바다와 강, 산 등을 지나는 44개 노선(총 길이 405㎞)이 있다. 지난해 100여만명의 관광객이 이 길을 찾았다고 한다. 진안 마이산길'은 1000리 길 중에서 으뜸으로 꼽힌다. 마이산길은 암마이산(해발 685m)과 숫마이산(680m) 사이를 남북으로 가로지른다. 이 길을 걷다 보면 말의 귀를 닮았다는 마이산(馬耳山)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서 있는 위치에 따라 사람의 코, 용의 뿔 등으로 달리 보인다. 지난 17일 오후 찾아간 마이산 북쪽 사양제. 수면 위로 벚꽃이 비처럼 쏟아졌다. 물 위에 비친 마이산의 두 봉우리가 벚꽃을 뿜어내는 듯한 모습은 장관을 이뤘다. 상춘객들은 물 위로 난 산책로에서 이 풍경을 놓치지 않기 위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오수경(35)씨는 "거대한 바위가 우뚝 솟은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길은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고 말했다.
사양제를 지나 길을 따라 걸으면 마이산의 다양한 식생과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작은 돌을 쌓아 올려 만든 수백 개의 돌탑으로 유명한 탑사, 천연기념물 380호 줄사철 나무군락이 있는 은수사도 볼거리다. 마이산길엔 온천과 관광·음식·숙박 등이 갖춰진 관광단지도 있다. '진안 홍삼스파'에선 홍삼 팩을 하고 홍삼 물에 몸을 담글 수 있다. 홍삼 향이 나는 방에서 숙박도 가능하다. 마이산 북부진입로에 있는 진안 명인명품관에선 자수·부채 등 전통 공예품을 만날 수 있다. 명인 9명이 만들기를 시연하고 체험을 돕는다.
임실과 순창으로 이어지는 섬진강길~장군목길엔 섬진강의 때 묻지 않은 풍경이 숨어 있다. 이 길에 있는 역사·인문·생태학적 이야기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설계 단계부터 공공디자인 전문가가 참여했다. 임실 섬진강 체육공원을 출발해 1시간 20분 정도 걸으면 '섬진강 시인'으로 유명한 김용택 시인의 고향 진뫼마을이 나온다. '김용택 시인 문학관'에서 강연을 듣고, 직접 글 쓰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장군목길 끝에 있는 향가유원지엔 향가 목교(높이 20m·길이 219m)와 향가 터널(390m)이 있다. 일제강점기에 철도를 놓다가 방치돼 있던 시설에 미술 작품과 조명 등을 설치해 섬진강의 랜드마크로 만들었다. 향가 목교 중간 지점엔 투명 강화유리로 바닥을 깐 '스카이 워크'가 있다.
무주군에 있는 '금강변 마실길' 주변은 사과꽃, 복숭아꽃 천지다. 대부분 흙길로 되어 있어 자연을 느끼며 걷기에 좋다. '선녀와 나무꾼' 설화가 얽힌 각시바위 등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구간이다.
서해안을 따라 난 부안 '적벽강 노을길'과 군산 '고군산길'은 낙조(落照)로 유명하다. 적벽강 노을길의 출발지는 부안 고사포 해수욕장이다. 이곳에서 해안절벽 사이로 난 좁다란 길을 따라 30분 정도 걸으면 하섬이 나온다. 하섬에선 보름과 그믐날에 맞춰 2~3일 동안 바닷물이 갈라지는 풍경을 볼 수 있다. 물이 빠지면 바지락을 캐고, 바닷길을 걸을 수도 있다. 하섬을 지나 20여분을 걷다 보면 적벽강(赤壁江·명승 제13호)이 나온다. 후박나무 군락(천연기념물 제123호)이 있는 연안에서 용두산(龍頭山)을 돌아 절벽으로 이뤄진 해안선까지 약 2㎞ 구간을 적벽강이라 부른다. 중국의 적벽강만큼 경치가 뛰어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고군산길에선 고군산군도 섬 60여개의 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지난 2016년 '고군산군도 연결도로'가 개통하면서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 위를 걸으며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게 됐다. 고군산길에서 가장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곳은 선유도다. 망주봉을 지나 남악리에 닿으면 선유도 최고의 전망대인 '남악리 대봉(152m)'이 있다. 정상까지 20분 정도 걸린다. 길은 험하지만, 전망대에 오르면 명사십리 해수욕장을 비롯한 선유도의 전경이 보인다. 선유도에서 장자대교를 통해 이어진 장자도는 '선유 8경'의 하나로 꼽힌다. 장자도에서 대장도로 넘어가는 길목에는 20m 정도 길이의 작은 다리가 있는데, 이곳은 유명한 낙조 촬영 포인트다.
고창 '운곡 생태 습지길'은 비무장지대 수준의 생태계를 품고 있다. 울창한 습지 사이로 난 탐방로(17㎞)를 따라가다 보면 다양한 동·식물을 만날 수 있다. 저층 산지형 습지인 운곡습지는 계단식 논과 밭을 따라 운곡저수지 수면 바로 위쪽부터 산 중턱에 걸쳐 있다. 이곳에는 식물 376종, 곤충 390종, 파충류 12종, 조류 51종, 포유류 11종 등의 동식물이 살고 있다. 특히 멸종 위기종 1급인 수달과 황새, 멸종 위기종 2급인 삵·담비 등이 서식하고 있어 창녕 우포늪보다 보호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생태 탐방열차, 오디 따기, 누에고치 공예와 같은 생태관광 프로그램도 체험할 수 있다. 운곡습지는 지난 2011년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고, 2013년엔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 지역으로 지정됐다.
장수 뜬봉샘 생태길에선 금강의 생태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천리 금강 물길의 발원지인 뜬봉샘은 장수군 장수읍 수분리 신무산(해발 897m) 9부 능선에 있다.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 뜬봉샘에서 시작한 작은 물줄기는 크고 작은 내를 받아들여 몸집을 불려 용담호에 이른다. 용담호를 나온 물은 다시 대전과 충남을 가로질러 군산 앞바다까지 394.79㎞를 유유히 흐른다.
뜬봉샘 인근엔 물의 광장, 생태 연못, 야생화 군락지, 수족관 등 36만7582㎡ 규모의 자연학습 공간이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청정 지역 전북은 우리나라 생태 관광의 메카이다"며 "정읍사 오솔길에선 생태계가 살아 숨 쉬는 '월영 습지'를 만날 수 있고, 김제 금구 명품길 2구간에서 고사리 군락, 편백나무 숲 등의 생태 관광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북의 멋과 맛을 즐길 수 있는 길도 다양하게 있다. 완주군 소양면 위봉산성에서 동상면 학동마을로 이어지는 11㎞ 길이의 '고종시 마실길'이 대표적이다. 고종시의 '시'는 도시를 의미하는 '시(市)'가 아닌 감나무 '시(枾)'다. 조선시대 고종 임금이 완주 동상 곶감을 즐겨 먹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고종시 마실길에선 곶감의 생산 과정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다.
고종시 마실길에 있는 위봉 폭포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60m 높이에서 떨어지는 폭포수가 기암절벽과 조화를 이룬다. 비가 내린 후엔 더욱 웅장하게 폭포수가 쏟아진다. 위봉 산성은 조선 숙종 원년(1675년)에 쌓은 포곡식 산성(산줄기를 따라 축조한 성벽)이다. 축조 당시엔 산성의 둘레가 16㎞에 달할 정도로 큰 규모였으나, 현재는 성벽 일부와 성문 등이 남아 있다.
전주 '한옥마을 둘레길'에선 오목대·향교·치명자산 등 한옥마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인근 남부시장엔 콩나물 국밥, 막걸리, 비빔밥 등 먹을거리도 풍성하다. 익산 '미륵산 둘레길'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미륵사지에서 시작된다. 길 주변에 다양한 식물이 자생하고 있으며, 특히 구룡마을의 대나무숲은 생태·경관적 가치가 높다. 산간 고원지대에 펼쳐진 운봉 들판을 걸으면서 백두대간을 감상할 수 있는 남원 '지리산 둘레길 2코스'도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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