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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농업기사철

한삼희의 환경칼람

한삼희의 환경칼람

산업혁명 후 온실효과, 지구 표면 ㎡당 2.29와트
원폭 하루 159만발씩 폭발 에너지와 같은 수준
대부분 바다가 흡수하지만 지구가 언제까지 견딜지

호주 산불이 기후변화 탓인지 아닌지 논란이 있다. 기상 현상엔 평균에서 벗어나는 극단이 있을 수 있다. 호주 산불은 온난화와 관련된 구조적 변화가 표출된 것일 수도 있고, 정상 상태에서 보기 드물게 나타나는 특이 현상일 수도 있다. 다만 특이 기상이 더 빈발하고 더 극심해진다면 기후변화 작용의 강한 심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직접 증거는 못 찾았더라도 곳곳에 정황 증거가 흩어진 것을 보고 있는 것과 같다.

기후변화의 인과 사슬은 원인과 결과가 복잡하게 얽혀 가닥을 구분하기 힘들다. 예를 들어 석탄발전소가 내뿜는 이산화탄소가 50년, 100년 뒤 해수면 상승을 일으킨다는 과학 논리를 머릿속에 그려낸다는 것은 굉장히 힘들다. 기후변화는 서서히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진행되는 데다 그 형태가 모호하고 추상적이어서 인간의 감성적 뇌에 쉽게 자극을 주지 못한다. 더구나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에 겨우 0.04% 존재하는 희박 가스다. 그것이 지구에서 우주로 달아나는 열을 가두는 바람에 호주 산불이 격렬해진다는 것을 직관(直觀)으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과학자들은 기후 문제를 쉽고 가슴에 와닿게 설명하려고 비유(比喩)를 동원하곤 한다. 예를 들어 기후학자 제임스 핸슨은 2012년 TED 강연에서 "(기후변화로 초래된) 에너지 불균형은 매일 히로시마 원자폭탄 40만발을 터트리는 것과 맞먹는다"고 설명했다. 지구 도처에서 매초 4~5발씩 원폭이 터지면서 내뿜는 만큼의 에너지로 지구가 가열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즈음 다른 기후학자들도 비슷한 비유법을 써서 기후변화의 작용력을 실감나게 설명하려 했다.

자료를 뒤져보니 당시 설명들은 바다 수온의 정밀 측정이 가능해진 1971년 시점부터 2010년까지 40년간 축적된 온실가스의 가열 효과를 계산한 것이었다. 그 40년 동안 이산화탄소 농도는 325ppm에서 390ppm까지 상승했다. 그런데 우리가 보통 온난화를 말할 때는 산업혁명 직전인 1700년대 중반 이후 현재까지 대기 중에 추가된 온실가스의 작용을 의미한다. 산업혁명 이전 농도는 280ppm이었다. 따라서 화석연료의 총 온난화 작용력은 핸슨의 계산 값(1970년부터 2010년까지)에다 '산업혁명부터 1970년까지' 축적된 온실가스 작용력을 더해야 한다(단위 ppm 상승당 온난화 작용력은 저농도 때 더 강하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정부간패널(IPCC)의 2013년 보고서는 1750~2010년 사이 늘어난 온실가스의 작용력(복사 강제력)을 '지구 표면 ㎡당 2.29W'라고 계산했다. 지구 전체 표면적은 510조㎡인데, 거기에 매 1m 간격으로 2.29W 꼬마전구를 510조개 설치해 놓은 상황과 같다는 것이다. 연간 에너지로 합산해 102억GWh(기가와트아워·1GWh=10억Wh)가 된다. 히로시마 원폭의 폭발력은 TNT 15kt(전기 에너지로 17.55GWh)이었다. 그만한 폭탄을 매초 18.5발씩 하루 159만발, 연간 총 5억8300만발을 터뜨리는 상황에 해당한다.

그 에너지가 모두 대기에 축적됐다면 인간은 튀겨지고 말았을 것이다. 다행히도 온난화 에너지의 93%는 바다가 흡수한다. 그 93% 에너지가 바닷물을 팽창시켜 해수면을 높이고 사나운 허리케인을 만들어낸다. 3%는 빙하를 녹이고, 3%는 대지를 덥히는 데 소모된다. 나머지 1%만 대기를 데운다.

온난화 작용력을 '2.29W'로 설명하면 너무 건조해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반면 '매초 원폭 18발'은 비현실적일 만큼 충격적이다. '히로시마 원폭' 비유에는 원자폭탄의 죽음·파괴 이미지를 기후변화에 덧씌우려는 의도가 분명 있다. 온실가스가 원자폭탄처럼 한꺼번에 수만명씩 죽이는 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기후 시스템에 끊임없이 축적돼가는 온난화 에너지가 어떤 선을 넘으면 걷잡을 수 없는 연쇄 붕괴가 있을지 모른다. 호주 산불이 그런 스위치의 하나일 수도 있다. 호주 산불로 배출된 이산화탄소 4억t은 온난화를 더 가속화시키는 작용을 할 것이다.

'온난화' 또는 '온실(green-house)효과'라는 용어는 기후변화가 온화하게 다가오는 현상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이 있다. 그뿐 아니다. 현실의 온실에선 온실을 걷어내면 바로 가열 효과가 사라진다. 그러나 대기 중에 쌓인 이산화탄소는 일시에 제거할 방법이 없다. 수백년, 길게는 수천년 지구 대기에 머물면서 까마득한 후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현재의 '㎡당 2.29W' 온실효과로 인한 기온 상승치는 섭씨 1도 정도다. IPCC는 2100년엔 그 작용력이 ㎡당 4.5~6.0W, 어쩌면 8.5W까지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 뒤의 세상은 어떤 세상일지 잘 상상이 안 간다.

출처 : http://new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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