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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우시인시선

그래요, 아무도 모를 거예요

 

시인동네 시인선 120    그래요 아무도 모를 거예요

우은숙 시집 펴낸곳 문학의전당 출간일 2020년 1월 9일

 

시인동네 시인선 120. 199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조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우은숙 시인의 네 번째 신작 시집.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이 세계의 모든 것을 재료 삼아 ‘사랑’이라는 관점과 ‘애련’이라는 능력으로 재구성해내고 있다. 균형과 절제의 ‘갖춘’ 형식미 속 견고한 시조의 품격을 지키면서도 활달한 언어로 펼쳐나가는 우은숙 시인만의 감각적인 사유는, 장르의 인식적 경계를 무너뜨리며 무한한 시의 촉수를 뻗어나간다.

 

시집 속 시인의 문장처럼, 결국 이 세계는 “신명난 사랑의 굿판”에 올라서서 “얼쑤얼쑤 어허라!” 어우러지며 용서와 관용, 시간과 공간, 삶과 죽음마저 사랑으로 점철되는 하나의 흔적 아닐까. 촘촘하고 단단하게 수렴된 시의 형식으로부터 “딱딱하다가 / 말랑한” 시인의 언어로 광활하게 팽창해가는 동안, ‘아무도 모를’ 이야기는 어느새 우리들 자신의 이야기가 되어 한껏 우리를 끌어당길 것이다.

절제와 균형이 선사하는 아름다운 메타포

우은숙 시인의 작품들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정제된 형식을 통해서 시조의 품격을 한껏 높이고 있다. 최대한 말을 아끼고, 감정을 절제해서 울림의 여백을 만든다. 그리고 참신한 감각과 사유를 통해서 이 세상에 숨어 있는 생명의 기운과 사랑의 온기를 확인하려고 한다. 현싱의 부조리와 구조적 모순을 목격할 때에는 분노가 없지는 않지만 그러한 모순을 감싸 안고서 조그만 위로와 위안을 주려고 한다. 그러한 위로와 위안이 삭막한 현실의 작은 숨통이 될 수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우은숙 시인은 사랑의 시인이라고 할 만하다.

황치복(문학평론가, 서울과기대 교수)

 

마음아 천천히 걸어라 *

 

사랑은 눈물을, 눈물은 사랑을

낮게낮게 두라는 말 하늘 끝에 매달고

천천히 다가가는 법 내 안에다 적는다

 

좀처럼 서두르지 않는 섬진강 강가에서

그리움의 세포마다 마음귀를 열어놓고

듣는다!

 

천천히 천천히 걸어라, 마음아

*인도어 ‘디레 디레 잘 레 만느(마음아 천천히 천천히 걸어라)’에서 따옴.

두 눈을 감으세요

구겨 넣고 싶은 순간 살다 보면 종종 있죠

끔찍한 시간들을 베어내고 싶기도 하죠

치명적 실수일수록 더욱더 덮고 싶죠

두 눈을 감으세요 시계를 돌려요

이름도 거울도 모두 다 버리세요

가슴속 돌무덤 가에 잽싸게 묻으세요

됐어요 끝났어요 아무도 모를 거예요

밀랍인형이 다가와 폴카 춤을 출 거예요

ㅡ 그런데

그림자에 박힌 눈물 냄새는 어쩌죠

 

 

동백꽃 보러 갔다가

 

당신의 닫힌 방을 하염없이 쳐다보다

돌아올 때 눈동자만 거기 두고 왔나 보다

난 그만 길을 잃었다 길들이 흩어진다

숲속에 짙은 그늘 드리운 봉오리가

있는 힘껏 제 숨결을 나누어 주겠다고

접혀진 하늘을 펴지만 또다시 헛걸음질이다

끝끝내 닿지 못한 붉은 방의 숨은 내력

불우한 혼잣말이 난무하는 그사이

당신은 모퉁이에서 햇살 한 줌 모으는 중

저자 소개우은숙​

희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조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 『마른꽃』 『물소리를 읽다』 『소리가 멈춰서다』, 시선집 『붉은 시간』, 평론집 『생태적 상상력의 귀환』이 있다. <중앙시조대상>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경희대학교 강사, 오늘의시조시인회의, 한국시조시인협회, <역류>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E-mail: kangmulcc@hanmail.net      [출처] [시집] 그래요, 아무도 모를 거예요 / 우은숙 시인|작성자 공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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