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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이 '지구의 허파'라는 환상

아마존이 '지구의 허파'라는 환상

  • 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2020.06.16

 

한여름도 아닌데 벌써 푹푹 찐다. 폭염주의보와 폭염특보가 빈번하게 발령된다. 심지어 열대야까지 나타난다. 이런 추세라면 장마가 일찍 시작하지 않는 한 올 6월은 작년보다 훨씬 더운 한 달이 될 것이다.

폭염은 보통 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에 똬리를 틀고 뜨거워진 공기를 오래 잡아둘 때 발생한다. 특히 고기압이 한반도 동쪽에 있을 때 바람이 태백산맥을 타고 내려오면서 기온이 상승, 영서 지방 및 수도권에 폭염을 초래한다. 원인은 다양하다. 지난 2018년 기록적인 폭염은 티베트 고원 상공에 발달한 고기압이 주원인이었고, 20세기 가장 강력했던 1994년 폭염은 태풍 영향을 받아 북상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 부근에 자리 잡으면서 발생했다.

폭염의 피해는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10년간 폭염 빈도는 그 이전 30년에 비해 두드러지게 증가했다. 재작년 여름 우리나라에선 최고기온이 40도가 넘는 날이 다수 관측됐다. 강원도 홍천은 역대 최고인 41도를 기록했다. 서울의 경우 폭염 일수가 평소보다 5배 가까이 많아졌다. 전국적으로 온열 질환자가 속출했고 사망자도 발생했다. 말 그대로 살인적인 더위였다. 기상청은 올해도 강력한 폭염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빈번해지고 강력해진 폭염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지구온난화이다. 지속적으로 상승한 기온에 고기압성 순환이 더해지면 폭염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지구온난화는 전 지구적 현상이지만 지역적으로는 큰 편차가 있다. 한반도 평균 기온은 지난 50년간 약 1.1도 상승했다. 지구 평균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이다. 세계기상기구에 따르면 최근 5년(2015~2019년) 지구의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1850~1900년)에 비해 약 1.1도 높았다. 기온이 1.1도 오르는 데 지구는 100년이 훨씬 넘게 걸렸지만 한반도에선 50년밖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 여러 과학자가 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지만, 아직 확실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다만, 급격한 도시화가 핵심 원인 아닐까 하는 설명이 나오는 정도이다. 이처럼 한반도 기온의 급격한 상승은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우리나라가 지구온난화에 특히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필연적 이유가 된다.

 

일러스트=이철원

 

 

폭염, 그리고 지구온난화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가장 효과적이고 직접적인 대책은 온실기체 배출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복잡하게 얽힌 국제 정치·경제적 이슈들 때문에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온실기체 최대 배출국인 미국은 파리 협정을 파기했고, 중국의 온실기체 배출 감시는 형식적일 뿐이다. 폭염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나무를 심고 숲을 만드는 것이다. 도심 폭염은 도시 열섬 효과로 변두리보다 강하게 발생한다. 숲은 작은 규모라고 해도 도시 열섬 효과를 줄여 폭염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숲은 장기적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함으로써 지구온난화를 줄이는 데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숲에 대한 접근은 전략적이어야 한다. 작년 아마존 산불이 발생했을 때 전 세계 곳곳에서 '지구의 허파'가 불타고 있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이는 진실과는 거리가 먼 얘기이다. 아마존 우림이 타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할 수는 있다. 하지만 열대우림이 사라진다고 해서 장기적으로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지는 않는다. 열대우림은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문제는 밤이 되면 나무들과 우림 속 토양 미생물들이 호흡하면서 이산화탄소를 다량 배출한다는 점이다. 결국, 열대우림은 흡수와 배출의 양이 거의 같다. 오히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효과적으로 줄이는 것은 토양 미생물이 많지 않은 북유럽, 유라시아, 캐나다 등 한대 지역 나무들이다. 우리의 경우에도 조림을 할 땐 이상 기후에 잘 버티면서 이산화탄소를 잘 흡수하는 활엽수를 중심으로 심어야 한다.


올해 폭염 피해가 얼마나 될지 예측할 순 없지만 중요한 것은 취약층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시급하다는 점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그랬던 것처럼 폭염에 의한 피해도 저소득층과 노년층에 집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온열 질환자 다수는 에어컨 등 냉방 시설이 불충분한 저소득층과 고령자들에게서 발생한다. 과학적 이해를 넘어, 사회복지 측면에서 폭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15/202006150451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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