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체크 새지표 ‘부하’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입력 2021.02.24
식사를 하고 디저트로 백설기를 먹는 것과 저지방 요구르트를 먹는 것, 어떤 차이가 있을까. 칼로리는 별 차이가 없겠지만, 탄수화물 함량 차이에 따라 식후 혈당 오르는 속도는 다르다. 백설기는 급격히 올리고, 요구르트는 천천히 올린다. 일상생활 식사에서 가장 안 좋은 것이 식후 혈당이 급격히 올라가는 혈당 스파이크 상황이다. 그렇게 되면 혈당을 분해하는 인슐린이 과잉 분비되고, 체지방 축적이 일어나 비만이 촉진된다.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도 지친다.
◇혈당 부하 알고 스파이크 줄여야
당뇨병 인구 500만명, 전 단계인 내당능 장애 500만명, 혈당 관리 천만 시대다(대한당뇨병학회 2020년 보고서). 이들은 혈당 스파이크를 줄이는 식사를 하려고 애써야 한다. 그렇기에 혈당을 얼마나 빨리 올리는지를 알려주는 혈당 지수(glycemic index)에 대해 많이들 알고 있다. 이는 음식을 섭취한 뒤 혈당이 올라가는 속도를 0~100으로 나타낸 수치다.
설탕이나 단맛 초콜릿을 100으로 기준해서 음식 100g을 기준으로 혈당이 어느 정도 빨리 올라가는지를 알려준다. 75 이상은 고(高)혈당지수로 분류되는데, 백설기⋅쌀죽⋅찹쌀경단⋅옥수수죽⋅찐감자 등은 혈당 지수가 매우 높은 대표적인 음식이다<그래픽 참조>.
하지만 일상생활서 초콜릿을 밥처럼 많이 먹지는 않는다. 1회 식사에 찐감자를 100g 넘게 먹지도 않는다. 혈당 지수 값이 높은 식품을 적게 먹거나, 낮은 음식을 많이 먹은 경우는 혈당과 인슐린에 미치는 영향은 같은 셈이다. 따라서 일반 식사에서 많이 먹게 되는 음식과 탄수화물 양을 감안하여 혈당이 얼마나 빨리 올라가는지 알려주는 지표가 필요하다. 그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 혈당 부하(glycemic load)다. 부하 수치를 알면 혈당 스파이크를 실질적으로 줄이는 식사를 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과 경희대가 국민건강영양 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만 19~64세 한국인 남녀가 가장 많이 섭취하는 탄수화물 식품을 선별하여 혈당 부하 지수를 측정한 결과에 따르면, 통상적인 1회 식사량을 기준으로 혈당 부하는 찹쌀밥(72), 흰쌀밥(51), 라면(45) 등이 높았다. 한국인은 주식을 먹으면서 혈당 스파이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혈당 지수가 높아서 유혹을 참아가며 먹게 되는 단 과일에 주의해야 할 상황이 아니라, 주 식사량을 줄여야 한다는 의미다. 수제비(41), 백설기(41), 가래떡(41), 칼국수(40), 우동면(39) 등도 높은 축에 속했다.
반면 한두개씩 집어 먹는 찐밤⋅군밤⋅찐호박⋅메밀묵⋅메밀전병⋅도토리묵⋅찐감자 등은 혈당 부하가 10 이하로 낮다. 찐감자는 혈당 지수가 94점이나 되는 대표적인 고(高)혈당 지수 식품이지만, 일반적으로 먹는 양(주먹 감자 반쪽·65g)은 혈당 부하는 10 이하로 떨어진다. 물론 찐감자를 밥처럼 너무 많이 먹으면 혈당 부하가 올라간다.
◇조리 방법에 따라 지수와 부하 달라져
같은 식품이라도 갈아서 액체로 만들면 흡수가 빨라 혈당 지수도 높다. 입자 크기가 감소하면 표면적이 증가하여 소화 효소가 더욱 쉽게 작용하여 혈당 지수가 올라간다. 채 썬 감자 볶음보다 으깬 감자가 더 혈당 지수가 높다. 곡물은 도정을 할수록 혈당 지수가 올라간다. 조리 시 가열 시간이 길수록, 물의 양이 많을수록, 조리 과정서 압력이 강할수록 혈당 지수가 증가한다. 환자들이 많이 먹는 쌀죽의 경우, 혈당 지수가 93점으로 매우 높은데, 쇠고기나 야채를 섞어서 만들면 혈당 지수를 낮출 수 있다.
조영민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혈당 지수나 부하는 음식 속에 있는 여러 영양 성분(단백질, 지방, 미네랄, 비타민, 식이섬유)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는 개념”이라며 “식사에 탄수화물이 많이 있더라도 비타민, 미네랄, 식이섬유가 풍부히 들어가 있다면 건강에 이롭다”고 말했다. “개인마다 혈당 반응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먹는 음식의 혈당이 얼마나 상승할지 궁금하다면 식후 혈당을 측정해보면 도움이 된다”고 조 교수는 덧붙였다.
☞혈당 지수(glycemic index)
설탕(100점)을 기준으로 해당 음식이 혈당 수치를 얼마나 크게 올리는지를 보여주는 지표(75점 이상이면 고혈당지수).
☞혈당 부하(glycemic load)
혈당 지수 값이 높은 식품을 적게 먹거나, 낮은 음식을 많이 먹은 경우에 혈당과 인슐린에 미치는 영향은 같다는 전제하에 일상 생활 속 식사에서 먹는 음식 양을 감안하여 어떤 음식이 혈당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지를 보여주는 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