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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농업기사철

도라지 코로나 효과

도라지의 ‘플라티코틴 D’ 바이러스 차단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21.03.18 

 

 

 

 

 

도라지 꽃(왼쪽)과 뿌리. 도라지 추출물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체에 감염되는 과정을 차단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위키미디어

 

인류는 질병과의 전쟁에서 자연의 지혜를 활용했다. 진통제 아스피린은 버드나무 껍질 추출물에서, 항생제 페니실린은 푸른곰팡이에서 탄생했다. 바이러스 질환도 마찬가지다. 미국 길리어드의 인플루엔자 치료제인 타미플루는 중국 토착 식물인 팔각회향에 함유된 시킴산을 이용해 개발했다.

 

국내 연구진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물리칠 수 있는 물질을 자연에서 찾았다. 바로 도라지이다. 이창준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장은 최근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에 “도라지에 있는 ‘플라티코틴 D’라는 성분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람 세포와 융합하는 과정을 차단해 감염을 막을 수 있음을 세포 실험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플라티코틴 D는 도라지에 풍부한 트리테르페노이드 사포닌의 일종이다. 도라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동아시아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한 천연물 약재이다. 도라지는 인후통과 기침, 가래, 기관지염 등 호흡기 질환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는데, 이는 플라티코틴 D라는 성분 때문이다.

 

이창준 단장 연구진은 플라티코틴 D가 역시 급성 호흡기 질환인 코로나19에도 효과가 있을지 알아보는 연구를 진행했다. 먼저 특수 연구 시설 없이 실험을 할 수 있도록 코로나 바이러스를 꼭 닮은 가짜 바이러스를 만들었다. 이 바이러스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러 구성 물질 중에 세포 진입에 관여하는 표면의 스파이크 단백질만 갖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돌기 모양의 스파이크를 인체 세포의 ACE2 수용체에 결합시킨 다음 세포 안으로 침입한다. 이 때 스파이크가 인체의 단백질 분해효소에 절단된다. 잘린 스파이크는 바이러스의 외피와 인체 세포막의 융합을 유도한다. 스파이크를 자르는 분해효소는 카텝신과 TMPRSS2가 있다. 처음에 코로나 치료제로 주목받았다가 승인이 취소된 말라리아 치료제는 카텝신을 억제하고, 종근당과 대웅제약, SK케미칼 등 국내 제약사가 개발 중인 코로나 치료제는 TMPRSS2를 저해한다.

 

IBS 연구진은 원숭이 세포와 사람 폐세포에 가짜 바이러스를 감염시키는 실험을 통해 도라지의 플라티코틴 D가 단백질 분해효소인 카텝신과 TMPRSS2를 동시에 억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도라지 성분을 가진 약품인 용각산과 식품인 도라지청도 비슷한 효과가 있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인삼의 사포닌은 그런 효과가 없었다. 실제 코로나 바이러스로 실험해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창준 단장은 지난 8일 IBS 코로나19 과학리포트에서 “도라지의 플라티코틴 D의 중심 구조는 세포막의 구성 물질인 콜레스테롤과 매우 유사하다”며 “세포가 플라티코틴 D를 콜레스테롤과 같이 세포막에 받아들이면 이 부분이 바이러스와 세포막의 융합을 막는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플라티코틴 D를 호흡기에 투여하는 약물로 개발하기 위해 동물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오랫동안 섭취한 천연 성분이라 인체 대상 임상 시험은 무리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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