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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농업기사철

명품 말고 더덕 사러 ‘오픈 런’

농산물 직거래 장터 ‘그로우마켓’ 

최보윤 기자 입력 2021.05.06 

 

 

 

충남 예산에서 더덕 농사를 짓는 청년 농부 강수일(34)·김예슬(32) 부부는 몇 년 전만 해도 화려한 ‘도시인’이었다. 예산서 태어나 동네 오빠 동생으로 알고 지내긴 했지만 자라면서 헤어져 어느덧 수일씨는 삼성전자 개발자로, 예슬씨는 승무원으로 각자의 길을 걸었다. 남들은 ‘최고의 직장’이라며 부러워했지만 숨 가쁜 일상에 지쳐갔다. 어느 날 모임에서 다시 만난 둘은 지난 2018년 3월 같은 날 퇴사한 뒤 2달 뒤 결혼했다. 이후 2년간 세계 25국을 여행하면서 내린 결론. ‘고향으로 가자!’ 예산에서 더덕 농사를 짓는 예슬씨 아버지의 대를 잇기로 결심한 것이다. 

 

지난 1일 서울 한남동에서 열린 농산물 직거래 장터 ‘그로우마켓’에서 만난 이 부부가 선보인 건 당도 높은 1년근 아삭더덕. 가야산 밑자락 삽다리더덕농장에서 키웠다. “더덕도 새싹인삼처럼 쌈 채소든 샐러드든 쉽게 먹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다 내놓게 됐어요. 초보 농부지만, 수십년 쌓인 아버지 기술력에 저희의 신선한 아이디어를 접목하면 ‘물건’이 나올 듯싶었죠.” 보통 더덕은 2~3년이나 6년근이어서 주름이 많고 다소 쓴 편이지만 ‘아삭더덕’은 연하면서도 단맛이 강해 사각사각 씹힌다. “더덕에 이런 맛이 있었냐”면서 젊은 고객들이 더 많다더니 개점 시간인 오전 11시부터 ‘오픈 런’(문 열기 전부터 기다리는 것)을 연출했다. 1시간도 안 돼 대략 50인분이 ‘완판’.

 

‘그로우마켓’은 지난해 6월 친환경 유기농 등 지속 가능 농법을 이용하는 농부들의 판로를 개척하고자 처음 열렸다. 이날은 아삭더덕 강수일 부부를 비롯해, 어린 배와 어린 순을 발효한 뒤 식물 영양제로 사용해 엄나무·고추·열매마(땅속이 아닌 줄기에서 열매처럼 열리는 마) 등을 재배하는 친환경 복합농 경기 양평 김호준 농부, 국내 최초로 무농약 인증을 받은 애플망고를 재배하는 경남 함안 이종욱 농부, 토양에서 유기농 딸기를 재배하는 경기 양평 노태환 농부, 제주도 감귤에 효모와 누룩만 넣고 발효시킨 감귤발효식초의 제주·서울 정유리 농부, 톳밥과 버섯 종균, 물로만 버섯을 키우는 친환경 참송이버섯의 경기 화성 강병훈 농부, 경남 하동에서 무농약으로 자색 아스파라거스 등을 키우는 박철경 농부 등 14팀이 참여했다. 오프라인은 2주에 한 번꼴이지만 온라인 마켓도 있다.

 

1일 서울 한남동‘엘초코 데 떼레노’에서 열린‘그로우마켓’. 전국 각지에서 온 농부들이 친환경 농산물을 들고 소비자를 만났다.

‘친환경’을 표방하는 만큼 소비자들은 장바구니를 챙겨와야 한다. /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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