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敎/마이스터대학

가족농 열전 백년농부

 4대째 맥 이어온 인삼명가, 협업 통해 6차산업 발돋움

 
4대째 인삼농사를 짓는 전북 김제 청년농부 김태엽씨 (왼쪽부터)와 어머니 이미자씨(66), 아버지 김동탁(71)씨, 아내 이재린씨 등 가족이 협업을 통해 생산부터 가공·판매까지 성공적으로 이뤄내고 있다.

 

전북 김제에서 인삼농사를 짓는 김태엽씨(41)는 지역에서 꽤 이름을 떨치는 유명인이다. 원물 생산부터 가공은 물론 유통·판매까지, 1·2·3차에 걸친 모든 산업 과정을 능숙하게 실천하는 보기 드문 청년농으로 인정받고 있어서다. 최근엔 ‘인삼아빠’라는 이름을 달고 ‘농(農)튜버’로도 인기를 끈다. 그를 더욱 유명하게 만든 것은 ‘4대째 인삼농가’라는 이력이다.

김씨 고향은 충남 금산으로 그곳에서 증조할아버지·할아버지가 인삼농사를 지었다. 1988년 부친 김동탁씨(71)가 규모화를 위해 비옥한 평지로 이뤄진 김제로 이주해 와 인삼밭을 일궜다. 김제시 백산면에 씨앗을 뿌린 지 34년, 이제는 김씨까지 어엿한 농사꾼이 돼 ‘백년’ 인삼농가로서 명맥을 잇고 있다.

지금이야 천생 농사꾼 소리를 듣는 김씨지만 어렸을 땐 절대 농사는 짓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철마다 부모님을 도와드리면서 밭일이 얼마나 힘든지 몸소 느꼈기 때문이다. 성인이 되고선 내내 서울 등 대도시에 살았고 한때 이스라엘·이집트를 돌며 내국인을 위한 현지 가이드 일도 했다. 김씨가 운명을 받아들이듯 농사꾼이 된 건 2012년이다. 편찮으신 아버지를 보살피려 고향에 내려왔다가 그해 여름, 태풍 ‘볼라벤’을 만났다. 태풍이 휩쓸고 간 인삼밭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다. 쓰러진 차양막 밑으로 채 여물지 못한 인삼이 썩어 자빠진 것을 봤다. 수년간 땀 흘려 일군 밭이 수해로 순식간에 망가졌던 모습을 김씨는 생생히 기억한다.

그런 상황에서도 묵묵히 다시 농사를 준비하는 아버지를 보고 존경심이 들었다. “수십년 농사를 짓다보면 별일을 다 겪어요. 그렇게 죽 쑤는 일이 한두번이겠어요. 오뚝이처럼 일어서는 아버지가 정말 대단해 보였습니다.” 그때 이후로 김씨는 자신도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걸으리라 다짐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영농비결은 멘토인 아버지·할아버지·증조할아버지에게서 나왔다. 아버지가 할아버지에게 배운 대로, 그도 아버지가 손수 몸으로 알려준 농사법을 곁에서 전수받았다. 그 가운데 예정지 관리법은 지금도 꼭 지킨다. 씨 뿌리기 전 2년 동안 풋거름작물(녹비작물)을 기르고 퇴비를 줘 토양 산도를 맞추는 한편 지력도 보강해준다. 이때 얼마나 잘 관리하는지에 따라 농사 결과가 달라지고, 그것이 곧 농부로서 실력이 되기 때문이다. 김씨는 집안에 내려온 비결을 원천 삼아 실력을 키웠다.

한국농수산대학에서 인삼마이스터과정을 이수하며 자신만의 역량을 높이기도 했다. 특히 경쟁력 제고를 위한 농법으로 스마트팜에 관심이 많다. 현재 330㎡(100평) 규모로 인삼 스마트팜을 운영한다. “환경을 제대로 만들어준다면 생산성이 높아질 겁니다. 성공 사례가 아직 많지 않기 때문에 아버지께서 반대가 심하셨어요. 여전히 못 미더워하시죠.” 김씨는 아버지를 이해하지만 배운 것을 제대로 써서 고유 기술을 만들고픈 마음이다. 올해는 시범적으로 한번 해보고 앞으로 보완해 스마트팜을 늘려갈 계획이다.

                                         김태엽씨가 생산·판매하는 인삼비빔밥(왼쪽)과 홍삼즙.

김씨가 생산하는 <백산인삼>은 김제에서 유일하게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해썹·HACCP) 인증을 받았다. 홍삼즙과 ‘인삼비빔밥’ 가공품이 대표적이다. 말린 인삼과 함께 채소·버섯을 잘게 썰어 포장한 제품인데 밥을 지을 때 함께 넣어 먹으면 건강관리에 최고란다.

판로 개척 노력도 눈에 띈다. 지역주민을 위한 현장 판매는 물론 온·오프라인을 활용한 할인행사에다 최근엔 라이브 커머스(실시간 상거래)에도 적극적이다.

이렇듯 6차산업을 능숙하게 해낼 수 있었던 데는 가족이 준 힘이 컸다. 농사기술을 아버지에게 물려받았다면 제품 개발 아이디어는 아내 이재린씨(37)에게서 나왔기 때문이다. 고객 소비 성향을 발 빠르게 포착한 이씨 덕분에 제품 다각화가 가능했고, 김씨가 밖에서 농민 모임을 만들고 가끔 교육이나 강연에 참석할 수 있었던 건 아내가 살뜰하게 농장경영을 해준 덕분이다.

지역농가와 정보를 공유하는 등 상생 노력도 돋보인다. 김씨는 농민 모임을 열어 인삼 시세나 업계 동향 등 소식을 나눈다. 함께 나눈 정보가 큰 힘이 될 수 있단 판단에서다.

“김제시에 인삼농가가 300여곳이나 됩니다. 다들 재배기술이 뛰어나고 고품질 인삼 재배에 관심이 높아요. 하지만 홍보는 제대로 안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김제 인삼’이 얼마나 우수한지 알리는 데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4대 농부가 가진 역량을 쏟아부으면 금세 이룰 수 있을 겁니다.”

김제=지유리 기자 yuriji@nongmin.com, 사진=김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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