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農/약초이야기

풍기 인삼 축제

인삼, 세계를 향해 비상하다

영주 세계 풍기인삼엑스포 30일 개막 

 
 
 
 
 
봉화군 법전면 법전리 김제윤씨가 재배한 인삼을 들고 있다. 김씨는 3300㎡ 남짓한 밭에서 평소보다 2배에 이르는 6년생 인삼 5700kg을 수확했다. /김동환 기자

 

“우와, 아(아기) 팔뚝만하네.”

지난 20일 오전 경북 영주 풍기읍 인근 해발 400m 지역의 한 인삼밭. 빛을 막아주는 차양막 시설을 제거한 후 트랙터가 한번 지나갈 때마다 흙 속에서 ‘사람 인(人)’ 자 모양의 삼(蔘)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저기서 탄성과 함께 대기 중이던 20여명의 인부들이 땅 위로 불쑥 튀어나온 인삼을 박스에 담기 시작했다.

“뿌리가 다치면 안 돼요. 살~살, 아기 다루 듯….” 인삼밭 주인 김제윤(66)씨의 안내에 따라 인부들의 손길이 더 조심스러워졌다. 이날 김씨의 3300㎡(1000평) 밭에서 수확한 6년생 인삼은 5700kg. 시중가로 2억원쯤 되는 양이다. 김씨의 아들 김영식(38)씨는 “기후, 토질 등 인삼 생육에 필요한 조건이 딱 맞아 떨어져 평소보다 2배 가까이 수확했다”고 말했다.

3대째 인삼 농사를 이어온 김제윤씨가 영주, 봉화 등지에서 인삼 재배면적만 66ha(20만평)에 달한다. 이 같은 공로로 그는 2009년 영주시로부터 인삼생산 최고농가 ‘인삼명인’으로 인정받았다.

영주에선 지난해 기준 1450ha 면적에 805개 농가에서 인삼을 재배하고 있다. 연평균 인삼 수확량은 610여t으로 농가수익만 155억5000여만원에 이른다.

 

6년생 한 뿌리에 400g 이상의 풍기인삼. /영주시 제공
                                                     

◇인삼의 본향, 풍기 인삼이 최고인 이유

‘세계 최고의 풍기 인삼’, ‘인삼 하면 풍기’. 경북 영주 풍기나들목에 들어서면 온통 인삼 팻말로 이어진다. 초행길이라도 ‘과연 인삼고장’이란 말이 절로 떠오를 정도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영주 풍기는 오랜 세월 국내 인삼시장과 맞물려 돌아가면서 자연스레 인삼의 본향(本鄕)으로 뿌리내릴 수 있었다.

풍기 인삼에 대한 첫 기록은 삼국사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서기 734년 (신라 성덕왕33년) 당 현종에게 하정사(賀正使·사신)를 보내 풍기 산삼 200근을 선물했다는 내용이다. 밭에서 인위적으로 재배한 인삼이 첫 출현한 때는 조선시대부터다. 1541년 중종 무렵 풍기군수로 부임한 주세붕(1495~1554년)이 산삼 종자를 채취해 본격적으로 인삼 재배를 시작했다.

 

 

지난 20일 오전 경북 봉화군 법전면 법전리에 위치한 한 인삼밭에서 트랙터가 지나간 후 인부들이 땅 위로 불쑥 솟은 인삼을 바구니에 담고 있다. /김동환 기자

 

인삼은 기후, 토질, 자연환경이 적합하지 않은 곳에서는 생육 자체가 어려운 식물이다. 풍기 인삼이 미국의 화기삼(花旗蔘)이나 중국의 전칠삼(田七蔘) 보다 높이 평가되는 이유는 인삼 생육에 적합한 지리적 여건 때문이다. 풍기 인삼이 많이 재배되는 경작지의 위도는 북위 36~38도로 다른 나라 삼보다 생육기간(120~130일)이 50~60일 더 길다. 이 때문에 내부조직이 치밀하고 단단해 인삼 고유의 향도 오래 간직할 수 있는 것이다. 풍기 인삼은 또 다른 특징으로 약탕기에 끓여 재탕, 삼탕을 해도 풀어지지 않고 같은 분량을 달여도 다른 인삼보다 농도가 훨씬 진하다는 점이다.

풍기 인삼은 밭에서 캐낸 상태인 수삼, 주로 4년근 수삼을 말린 백삼, 수삼을 증기로 찐 뒤 말린 홍삼으로 나눠 팔리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 인삼시장의 주를 이루는 품목은 단연 홍삼이다. 인삼을 가공하면 효능을 좌우하는 ‘사포닌’ 성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영주에서 인삼 판매 및 가공 업체는 모두 1000여 곳. 특히 웬만한 중소기업 못지않은 영농조합법인도 속속 생겨나 홍삼을 대량 생산하고 있다. 풍기홍삼은 타지방 홍삼보다 뛰어난 품질을 자랑한다. 수삼의 질이 좋기에 홍삼의 질도 좋은 이유다.

 

김우교 영주시 홍보담당은 “풍기인삼은 9월 초부터 수확하는 다른 지역과 달리 한 달 늦은 10월부터 캐기 시작해 발육상태가 다른 삼보다 훨씬 우수하다”며 “요즘같이 코로나 시대에 풍기 인삼을 규칙적으로 복용하면 면역력 증진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는 30일부터 영주 세계풍기인삼엑스포가 개최되는 풍기인삼문화 팝업공원 일원. /영주시 제공
                    

 

◇풍기 인삼, 세계를 향해 비상(飛上)…인삼엑스포 30일 개막

풍기 인삼의 우수성을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로 알리는 인삼엑스포가 경북 영주시 풍기읍 일대에서 열린다.

영주시는 ‘2022 영주 세계풍기인삼엑스포’가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23일까지 24일간 풍기인삼문화팝업공원 일원에서 개최된다고 27일 밝혔다. 올해 첫 개최되는 이번 엑스포는 풍기 인삼의 세계화·산업화를 위해 2017년부터 5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마련됐다.

메인 행사장은 주제관과 생활과학관, 인삼미래관, 인삼홍보관, 인삼교역관 등 5개 전시관으로 구성됐다. 주제관은 인삼재배에 처음으로 성공한 주세붕 선생의 스토리와 역사적 문헌에 기록된 풍기 인삼의 우수성을 소개하고, 인삼의 효능과 생애주기별 인삼의 활용 등의 내용을 미디어 아트 형식으로 꾸며졌다. 생활과학관은 인삼 유전체 정보해석 등 인삼에 대한 과학적 이해와 우리 삶 속에 녹아든 인삼 제품을 알아보고 바이오산업·화장품·의약품 등 융·복합 산업으로 확장하는 인삼의 미래가치를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정관장, 농협홍삼, 풍기인삼농협 등 50여개 업체가 입점할 인삼교역관은 가공과 유통, 제약·바이오 등 8개 분야로 구성돼 국내외 기업 홍보와 판매 등을 지원하는 해외 진출 교두보 역할을 맡는다. 이희범 세계풍기인삼엑스포 조직위원장은 “이번 엑스포는 인삼을 식품·의약품·화장품·음료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저변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영주시 풍기읍 풍기역 인근에 위치한 풍기인삼시장에서 관광객들이 진열된 인삼을 살펴보고 있다. /영주시 제공
                

관람객을 위한 즐길 거리와 체험거리도 풍성하게 마련된다. 개막식 축하공연에는 인순이, 브레이브걸스, 송가인, 비투비, 정동원 등 유명 가수들이 출연한다. 청소년 트롯가요제, 청소년 K팝 경연대회도 열린다. 또 인삼 깎기와 산양삼주 만들기 체험, 행사장 인근 인삼밭에서 인삼 캐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인삼체험장에선 커피자루를 활용한 심마니 가방, 인삼비누, 화장품 만들기 등의 체험을 할 수 있다. 이밖에 인삼 팥소로 만든 빵·파이, 인삼달고나, 생강청과 인삼을 활용한 과자 만들기 등의 체험도 마련된다. 기존 오프라인 축제에서 벗어나 시공간 제약 없는 메타버스 공간도 마련돼 행사장 일원을 가상공간으로 첨단 영상 콘텐츠도 선보일 예정이다.

영주시는 이번 엑스포를 통해 글로벌 인삼도시의 시발점이자 소수서원과 부석사 등 세계적 문화유산과 연계한 국제 관광도시로 입지를 다질 계획이다. 박남서 영주시장은 “이번 엑스포는 영주 풍기 인삼의 우수성에 대한 미래 청사진을 그리는 자리”라며 “국내 최고의 인삼 도시인만큼 앞으로 인삼 세계화 기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권광순 기자 입력 2022.09.28,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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