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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우시인시선

안개 그리고 길



안개 그리고 길/우은숙 


                           

지워진 길 위에 길 하나를 만들고,


또 하나의 길 지우는 그 길 위에 내가 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길을 또 지워야 하리


철없던 외침을 날개에 새겨 넣고


하늘을 건너는 은빛 나비 한 마리


빈 배는 나침판 없는 더듬이를 쏟아낸다


길 위에서 길을 잃어 혼자가 된 내 앞에


수척한 뒷춤 열고 줄을 서는 기운 상처


그 상처 안개에 걸린다, 이슬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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