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파는 아낙
우은숙
보길도 예송리에 미역 파는 아낙 있다
오-메 후딱 사소, 좋은 미역 있어라
젖은 꽃 가득 핀 얼굴에 바다가 내 비친다
예순 생의 고리들을 우려낸 짠 미역은
질긴 햇살 닻을 올려 바람처럼 휘돌고
섬보다 깊어진 주름 이마 위에 내린다
차르르 차르르 음표 없는 집을 짓는
예송리 바닷가의 흑자갈 소리 소리들
아낙의 눈시울만큼 붉은 동백꽃을 부르고,
어느 새 미역은 눈물이 되었다가
엽서가 되었다가 하늘이 되었다가
내가 든 봉지 안에서 바다 되어 출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