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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우시인시선

가난한 축제



가난한 축제 우은숙 


                                   


우리 동네 과수원에 봄마다 피는 배꽃

올해도 어김없이 허리 휠 듯 피었는데

고딕체 

영농금지가 

개발구역 통보한다


숨 막히게 피워낸 눈부신 절정의 행렬

시리도록 폭죽 터진 저 축제 언제 끝날지

아찔한 

고요의 시간

화두처럼 번져갈 쯤

  

난 재빨리 몸 안으로 배나무를 가지고 와

거친 내 몸 구석에 정성 다해 심는다

입안은 

금방 배꽃으로

가득 찬 수레다


그 때, 과수원 앞 좁은 길 사이로

천천히 자전거를 밟고 오는 사내 아이

스르륵 

흰 꽃잎 열고

배꽃으로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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