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의 풍부한 미네랄과 양기를 듬뿍 받고 자란 약초는 왕성하게 자라는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4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토종약초는 종류도 다양할뿐더러 품질 또한 다른 나라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월등히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예부터 기침과 심장병에 쓰이던 질경이가 암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약초꾼들에게도 생소했던 함초는 숙변·변비·비만 치료 등 그 효능이 알려지면서 ‘흙 속의 진주’로 떠올랐다. 갯벌이 많은 우리 해안가에서는 흔하디 흔한 약초지만, 일본에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정도로 귀한 식물이다. 자연이 주는 생명력을 우리는 듬뿍 받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약초시장에 일찍 뛰어들어 성공한 벤처농업인도 여럿 있다. 경남 진주에 위치한 ㈜장생도라지는 21년 묵은 도라지를 농축액·분말·한방비누, 약주인 〈진주(珍酒)〉 등의 제품으로 만들어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오래 묵은 도라지는 무병장수의 선약이 된다’는 선조들의 체험이 빛을 보고 있는 것. 이영춘 ㈜장생도라지 대표는 “선친께서 1980년대 중반 경남 일대 농민 250여명과 임야 및 농경지 100㏊에 장생도라지를 재배하기로 계약을 맺어 원료수급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면서 “지금은 매출액의 절반 이상을 수출로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10여년 전만 해도 약초는 술을 담가 마시거나 달여 먹는 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참살이(웰빙) 바람을 타고 음식은 물론 화장품·모발치료제 등으로 쓰임새가 확산되고 있다.
의약품 제조기업인 한국콜마는 이달 초 경남 산청군과 손잡고 지리산에서 자생하는 약초를 활용한 기능성 화장품 및 건강기능식품 개발에 나섰다. 이 업체는 이르면 올해 안에 주름 제거 및 노화 방지 등의 기능성 화장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발모제 제품 전문 제조업체인 ㈜드림모코리아는 〈동의보감〉에 근거해 창포·감초·당귀·하수오 등의 약초로 발모제를 개발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밖에도 구절초·인진쑥·쇠비름·오미자 등은 향 치료제로, 깊은 산속 양지바른 개울가에서 자생하는 헛개나무는 술로 망가진 간을 치료하는 데 두루 쓰이고 있다.
토종약초가 농촌의 새로운 특화작물이 될 것이란 판단 아래 각 지자체도 약초 재배를 장려하고 있다. 지리산과 덕유산을 끼고 있는 경남 함양군은 2003년 병곡면 일대 임야 330만㎡(100만평)에 약초를 심은 것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1,650만㎡(500만평)에 달하는 전국 최대 규모의 산약초 단지를 조성, 세계적인 약초밸리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대한한의사협회와 제휴, 협회가 추천하는 오갈피 등 30여 품목을 단지화하고 있다. 인근 산청군은 약초재배단지 조성과 한방휴양관광지 조성 등 약초의 산업화를 위한 ‘한방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5월 초 열린 산청 지리산 한방약초축제는 6일 동안 100만명의 관람객이 몰려드는 등 지역축제로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이밖에 강원 정선군은 약초 재배농가에 1㎡당 150~300원의 장려금을 지원하고 있다. 충북 제천시는 우수 약초 재배지원사업, 한방약·화장품 제품화 사업, 약초유통 선진화사업 등을 담은 제천약초산업클러스터를 추진하고 있다. 김상영 기자 supply@nongm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