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시인 중앙시조대상 전화선을 타고 들려온 수상소식은 투명하게 쏟아지는 겨울 햇살이었습니다. 언제나 시린 손을 말리며 달을 키우던 제 가슴 속이 환해지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덜컥 겁이 났습니다. 나의 작품이 이 상에 버금가는 것인가 하는 뼈아픈 반성이 솟구쳐 오르기만 하던 기쁨을 세차게 눌렀기 때문입니다.
빈 모니터 앞에 앉을 때면 가끔 절망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절망이 깊으면 깊을수록 도달하고자 하는 곳도 더욱 높다는 것을 알기에 위안으로 삼기도 했습니다. 이 시대 이 땅에서 시조를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민족시라는 의미 외에 시조가 사람들의 마음을 더 따뜻하게 하고,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도 읽혀져야 한다는 바람을 꿈꾸고 있습니다.
이에스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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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하루
온 종일 달을 키웠다
시린 손을 말리면서
눈물을 매단 새는
좌표를 향해 날고
벌판을 걸어온 창문
꾸역꾸역 뒤따른다
지친 발에 걸린 눈썹
낮은 길로 돌아눕자
내 몸을 감싸던 벽
푸른 잎 여리게 돋고
허기진 저녁의 숲엔
따스해지는 발자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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