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반가사유상
1
까만 어둠 헤집고 올라오는 꽃대 하나
인삼 꽃 피어나는 말간 소리 들린다.
그 끝을 무심히 따라가면 투명 창이 보인다.
2
한 사내가 꽃대 하나 밀어 올려 보낸 뒤
땅속에서 환하게 반가부좌 가만 튼다.
창문 안 들여다보는 내 눈에도 삼꽃 핀다.
무아경, 온몸에 흙물 쏟아져도 잔잔하다.
깊고 깊은 선정삼매 고요히 빠져있는
저 사내, 인삼반가사유상의 얼굴이 환하게 맑다.
3
홀연히 진박새가 날아들어 묵언 문다.
산 너머로 날아간 뒤 떠오르는 보름달,
그 사내 침묵의 사유가 만발하여 나도 환하다.
[당선소감] 배우식/2009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신춘문예 당선! 전화기를 잡은 내 손에는 어느새 햇살이 가득 쥐어져 있었습니다. 내 마음 너무 환해 잠시 머뭇거리다 조심스럽게 한 발짝을 옮기며 잠깐 뒤를 돌아봅니다. 3년 전 우연히 서점에서 시조집 몇 권을 읽으면서 나는 약간의 제한된 틀 속에 자신을 구심점으로 모아 담는 현대시조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날 밤 집으로 가는 길에는 달 같은 시조와 함께 환하게 걸었습니다. 접었다 일시에 날개를 펼치고 비상하는가 싶다가도 어느새 시행에 다시 앉아 날아오를 자세를 취하는 긴장과 절제의 시조는 내게 정말 매력덩어리였습니다. 꿈속에서조차도 여백의 미에 흠뻑 빠져있는 내 삶은 온통 시조뿐이었습니다. 시조만을 껴안고 살아온 지난 시간들, 오늘은 시조가 나를 껴안아줍니다. 이제 다시 한 발짝을 옮기며 고마우신 분들의 이름을 가만히 불러봅니다.
[심사평]
오늘의 시조가 어디까지 왔는가는 신춘문예 응모작품들이 내비게이션으로 보여준다. 분명한 것은 시조가 앞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이 빨라지고 행렬이 늘어간다는 사실이다. 아직도 모국어의 경작을 꿈꾸는 천재들이 시조에 눈을 돌리거나 형식을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 일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지 않은 속에서 새 모습의 시조를 들고 나오는 신인을 만날 때 그 기쁨은 더하게 된다.
당선작 ‘인삼반가사유상’은 오래 흙 속에서 사람의 모습을 하고 태어난 인삼뿌리에 생각을 입혀서 소리와 빛깔을 알맞게 구워내고 있다. 쉽게 찾아지지 않는 글감을 골라 자연의 섭리와 인간의 사유를 명징한 이미지로 엮어내는 시적 기량이 믿음직스럽다. 앞으로 붓끝을 더 날 새워 시조의 틀을 새롭게 짜고 시상의 자유로움을 열어가기 바란다. - 이근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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