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農/허브이야기

꽃차를 마시자

꽃차를 마시자.

 

투명한 유리 다관에 뜨거운 물을 부으니 노란 금잔화 한 송이가 피어난다. 마치 저 혼자만 먼저 봄을 맞은 것처럼 활짝 핀 금잔화 한 송이에 마음이 훈훈하다. 사람들이 차를 마시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꽃차를 즐기는 사람은 눈으로 즐기는 맛을 우선으로 꼽는다. 이어 꽃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히고, 혀끝으로 향기를 잡아내는 맛이 싱그럽다. 경기 침체와 추운 날씨에 잔뜩 웅크려 있는 지금, 꽃차 한잔이 잠시나마 휴식과 위안을 주지 않을까. 요즘 같이 봄을 그리는 계절에 딱 맞는 꽃차와 이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을 전문가의 도움으로 알아봤다.


▶매화차=예부터 풍류를 즐기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겼다고 해 ‘풍류차’로 불려 왔다. 한 살 된 아기의 새끼 손톱만 한 크기로 말린 꽃 알갱이는 뜨거운 물과 만나면 2~3배로 커지며 수면 위로 활짝 피어 오른다. 알갱이는 흰색·녹색·자주색이 섞여 있지만 거기서 우려낸 차는 샛노란색이다. 찻잔을 가까이 대면 새콤하면서도 달콤한 향이 코를 찌른다. 매화차는 소화에 효능이 있어 식사 후 뜨거운 물에 말린 매화 잎 3~4장을 우려내서 마시면 소화가 잘 되고 배탈이 나지 않는다. 네 번 정도 우렸을 때 가장 깊은 매화차의 맛을 음미할 수 있다.

▶매괴가차=짙은 자주색의 매괴가 잎을 유리잔에 담은 후 뜨거운 물을 부으면 꽃잎에서 자줏빛 물이 서서히 번져 나오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이 황홀한 볼거리 때문에 메괴가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적당히 우러난 차는 질 좋은 레드와인과 거의 유사한 색을 낸다. 향과 맛 모두 새콤하다. 피부 미용에 좋고 소화를 도와준다. 특히 술 해독을 도와준다.


▶금잔화차=금잔화 꽃잎은 짙은 노란색에 해를 닮은 모양이다. 찻잔에 집어넣은 후 뜨거운 물을 부으면 같은 색 물이 우러나오고 꽃도 커진다. 잔 안에 태양을 가득 머금은 모습이다. 약간 텁텁한 냄새가 난다고 느낄 수도 있으나 효능은 뛰어나다. 감기와 두통, 피로 회복에 좋다.

▶목련차=말린 목련 잎을 잔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으면 납작했던 꽃이 제 모습을 찾으며 통통하게 살이 오른다. 연분홍색과 자주색이 섞인 꽃잎에서 녹차 우린 물 같은 녹색물이 나오기 때문에 색다른 느낌을 준다. 기관지에 좋아 교사처럼 말을 많이 하는 사람에게 좋다.

#꽃차, 스타일과 맛 100% 즐기기

꽃차는 유리로 된 다기를 이용한다. 꽃이 피어나는 아름다운 장면과 색깔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다. 목련처럼 꽃잎 자체가 작은 것은 거름망으로 한 번 걸러줘 꽃잎이 입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준다. 꽃차를 좀 더 스타일리시하게 즐기는 방법은 와인잔을 이용하는 것. 집에 있는 와인잔 다리에 큰 리본을 묶은 후 꽃차를 담으면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거름망을 쓰기 모호한 만큼 매괴가나 금잔화처럼 꽃잎이 큰 꽃차를 선택한다.

모든 꽃은 다 차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독소가 있는 꽃은 살짝 찌거나 소금물에 데쳐 독소를 없앤 후 먹는다. 풍미가 강한 음식을 먹어 입 안이 텁텁한 상태보다는 입 안이 깨끗한 상태에서 마셔야 최상의 맛을 음미할 수 있다. 잎의 상태에 따라 물 온도도 달리해야 한다. 여린 잎일수록 팔팔 끓인 뜨거운 물보다는 약간 식혀 90도 이하로 떨어뜨린 물을 부어준다. 너무 뜨거운 물을 부으면 꽃잎이 익어 쓴맛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꽃차를 판매하는 가게와 인터넷 쇼핑몰이 늘어 계절과 상관없이 원하는 차를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래도 해당 계절에 피는 꽃으로 만든 차를 마시는 것이 가장 좋다. 대표적인 계절 꽃차로 겨울의 동백꽃차·매화차, 봄의 목련차, 여름의 장미차, 가을의 국화차가 있다.

=송지혜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중앙일보) ◆도움말 주신 분=안연춘 차 전문가·명가원 김경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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