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년 간장’은 무엇이 만드는가?
충청도의 한 가문에서 350년간 전해 내려온 간장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는 기사가 서울신문에 보도되였다. 주인공은 충북 보은군에 있는 보성 선씨 가문의 종가 간장. 대대로 내려오는 간장에 매년 햇간장 20ℓ를 담아 섞는 덧간장 방식으로 전통을 이어 왔다. 이 간장은 2006년 한 백화점이 마련한 판매전에서 1ℓ에 500만원에 팔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만큼 만드는 방법도 특별하고 보관 방법도 엄격하다.
매년 늦가을 무공해 콩으로 메주를 쑤고, 정월이 되면 여기에 1년 이상 묵힌 천일염 간수를 섞어 햇간장을 만든다. 그런 뒤 아미노산·핵산 등 발효균이 풍부한 덧간장을 섞으면 종가간장이 완성된다. 간장은 안채 앞 장독대에 특별보관되는데, 간장독에는 솔가지와 고추, 숯 등을 매단 새끼줄을 쳐 액막이도 한다. 21대 종부 김정옥(57)씨는 시할머니에게서 이런 방법을 물려받았다.
공방은 종부 김씨가 2007년 '아당골'이라는 인터넷 쇼핑몰을 열고 보은의 특산품인 대추를 가미한 간장을 팔면서 시작됐다. 엿기름을 달일 때 대추로 끓인 물을 넣은 뒤 350년 된 덧간장을 첨가하는 방식으로 만든 간장인데, 쇼핑몰에서는 1ℓ에 1만 5000원에 팔리고 있다.
"상행위에 빠져 350년의 전통을 날려 버렸다"는 것은 무엇인가? 엄격하게 전통을 지켜온 간장에 잡물을 추가했으니 그 장에선 한국 장 특유의 깊고 중후한 맛은 나지 않을 것이란다. 덧간장에 직접 대추를 넣지 않았다는 사실, 메주에 대추를 넣어서 쒔기 때문에 '종자 간장'인 덧간장 자체를 망쳤다는 사실, 맛이 변하지 않았기에 장이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 등의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고초균, 흔히 바실러스(Bacillus)라고도 불리는 메주균의 일종이 핵심이다. 고초균도 메주균과 같은 정도로 강력하게 단백질이나 전분을 분해할 수 있으며, 더운 환경을 좋아하므로 여름에 발효시켜 끈적끈적한 분해효소를 분비한다. 이 간장들은 '덧장'의 형태로 수백 년을 유지한 것으로, 액체까지 있는 경우도 있었고 소금 결정체의 형태로만 유지된 경우도 있었다. 이 소금 결정체에는 소금뿐 아니라 미생물과 효소를 갖고 있다. 이 균이 간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랜 세월 간장을 후대로 내려 보낸 종가(宗家)는 이 덧장을 잘 보관하고 있다가 그 다음 해에 메주로 간장을 만들 때 자연 발효를 시키지 않고 덧장을 조금 넣어 발효를 시키면 덧장에 있는 미생물이 유전자처럼 똑같은 간장 맛을 유지하게 하는 비결인 셈이다.
미생물의 본 고장인 땅을 만드는 것도 정성과 열정이 필요하다. 시중에 떠돌아 다니는 균들로 진정한 신토불이 농산물을 만들 수 있을까? 농민들이 우리의 토착균을 가꾸고 만들 때 소비자는 진정한 유기농산물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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