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어라 대지를! 보아라 미래를!
농업을 시작하는 그대에게 주는 글
생명력이 꿈틀대며 고개를 드는 ‘시작의 계절’이 왔습니다. 오늘이 어제와 다를 바는 없겠지만 진리와 이상이 흐르는 화산(華山) 캠퍼스는 어느 곳의 봄보다 더욱 아름답게 빛나고 있습니다. 가슴에 큰 뜻을 품고 「농업」이라는 이름의 출발선 위에 서 있는 그대들의 용기있는 선택에 찬사를 보내며 새로운 시작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출발선에서의 화두(話頭)는 늘「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일 것입니다.
이 때, 나는 감초(甘草)라는 식물에서 하나의 교훈을 얻고자 합니다. 감초는 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로서 담자색 꽃이 피는 약제식물이지요. 「동의보감」에 보면 감초는 모든 약의 독성을 해소시켜 주며 다른 약초와 조화를 이루어 약효를 내게 하는 약초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아마 감초라는 식물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한약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흔히 우리는 어떤 일이든 빠지지 않고 끼어드는 사람을 “약방의 감초”라고 부릅니다 그런 사람은 아마도 생약적 가치는 거의 없고 지상부만 무성한 개감초 같이 살며 주위에 먼지만 피우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감초의 존재가치는 바로 글리실리진(Glycyrrhizae)이라는 내면의 감미성분과 해독작용에 달려 있지요. 그것은 톡톡 튀는 화려한 개성보다는 진정, 없어서는 안되는 소중한 역할인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삶도 생명산업인 농업의 일선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로 키워나가는 삶이 되어야 하리라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스스로의 내면을 채우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나 스스로의 끊임없는 방황과 대립 속에서 살아오지 않았던가요. 우리는 삶 자체를 알기도 전에 사는 기술을 익혀왔고 어떻게 사는 것이 훌륭한 것이며 무엇을 위해 사는 것이 올바른 길인지 아직도 모릅니다. 우리들은 그렇지만 쉽게 만나고 소주잔을 나누면서 공식처럼 인생을 이야기 해 왔지요. 인터넷부터 심야의 음악프로까지 타인의 문제에 필요이상의 정열을 쏟고 있다는 생각이 이 땅의 젊은이들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스스로 돌려받고 싶은 충언입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돌아가야 할 고향을 상실했다고 합니다. 아니. 고향을 상실한 것이 아니라 그 길목에서 끝없이 방황하고 배회하는 미아가 되어 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를 방황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요. 우리의 우둔성과 이기심, 대중의 아집과 혼돈 속에서 진정 자신을 잊어가고 있었습니다. 「프로이드」의 시를 빌리지 않더라도 이제 우리는 노란 숲 속에 갈림길에서 한 길을 택했습니다. 아픔과 고독을 간직하더라도 진정한 농업인으로서의 자신을 길을 걸어가야 할 것입니다.
이제 우리들은 내면을 끊임없이 동요시키는 현세적 유혹과 농업의 길을 줄기차게 회의시키는 타인의 무관심과 싸워야 합니다. 남들이 차분한 행복감에 젖어 깊은 잠을 자는 동안에도 깊은 고독과 번뇌 속에서 어둠을 사르며 개척자의 길을 설계해야 할 것입니다.
품으십시요 대지를! 크게 보십시요 미래를!
이 곳 화산 캠퍼스가 고통을 감내하는 슬기로운 터전이 될 때 비로소 우리의 내면에 감초 같은 성분이 축적되리라 봅니다. 그리하여 스스로 일어서서 작은 힘이나마 고향의 아픔을 치유하는 인생이 되어야 하리라 믿습니다. 그대의 내면이 맑고 밝고 바르게 채워지면 스스로 빛날 것입니다. 그대들의 자신이 빛나면 반드시 고향도 빛나리라는 것을 믿습니다. 물론 우리의 농업도......
2009년 4월 9일 장광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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