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초복에 쏟아지는 장대비와 긴 행렬로 장사진을 이룬 인파를 뚫고 삼계탕을 먹었다. 물에 빠진 생쥐 꼴로 이렇게까지 닭을 먹어야 하나 싶었다. 꿀꿀한 기분도 잠시. 삼계탕 국물이 입으로 들어오는 순간 모든 게 다 용서가 됐다. 흡족한 마음으로 닭을 향한 손놀림이 바빠지는데, 옆에 앉은 동료가 한마디 던졌다. 인삼의 뇌두는 제거하고 먹어야 하고, 삼계탕에 든 인삼은 안 먹는게 좋다고. 그게 사실일까.
한방에서는 수삼(밭에서 갓 캐낸 인삼)이나 백삼(수삼을 씻어 껍질을 벗겨 말린 삼)의 뇌두를 먹으면 구토를 유발한다고 해서 섭취를 금하고 있다. 인삼 꼭지로 불리는 ‘뇌두’에는 신경독성을 함유한 성분이 있다. 남기열 박사(전 KT&G 중앙연구원 인삼효능부장)는 “뇌두에는 유로톡신이라는 신경독성 성분이 아주 조금 들어 있어 수삼을 먹을 때는 떼는 게 좋다”면서 “하지만 이 독성 성분은 열에 약해 찌거나 끓이는 등의 열처리를 하거나 홍삼으로 만들 때는 분해되기 때문에 잘라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일부 인삼전문가들은 뇌두를 그냥 먹어도 된다고 한다. 뇌두를 먹고 구토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거의 없고, 인삼의 유효 성분인 사포닌이 잔뿌리·뇌두 순으로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먹는 게 낫다는 것이다.
삼계탕을 먹을 때 인삼을 빼내는 사람들을 가끔 본다. 인삼이 닭의 독성을 빨아들이기 때문에 안 먹는 게 좋다고 하는데, 이는 잘못 알려진 것이다. 닭에는 독성이 없는데다 인삼의 수용성 성분 이외에 기타 유효 성분을 섭취하기 위해서는 다 먹는게 좋다.
‘인삼은 열이 많은 사람에게 해롭다’는 속설도 잘못된 것이다. 체질에 따라 나타나는 반응속도가 다를 뿐이다. 열이 많은 사람에게는 인삼의 효능이 빨리 흡수되고, 속이 찬 사람에게는 우러나듯이 서서히 나타나는 것의 차이지, 몸에 맞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인삼은 6년근을 최고로 친다. 인삼의 효능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변수가 재배연수다. 홍삼을 만들 때는 6년근이 가장 좋지만 식품으로 활용할 때는 4~5년근, 삼계탕에는 1~3년근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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