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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사과

기적의 사과

 

 

 

 

썩지 않는 기묘한 사과는 어떻게 만들어 질까?
농약도 비료도 쓰지 않고 오직 정성만으로 최고의 사과를 만들어낸 한 농부의 감동 스토리!


무농약 사과 재배를 향한 꿈의 도전기 『기적의 사과』. 농약을 안 쓰고 사과 농사를 성공한 기적과 같은 일을 이뤄낸 한 농부가 있다. 2006년 12월 7일 NHK에서 다큐프로그램으로 반영되면서 일본에서 선풍적인 바람을 일으킨 사과 농가 기무라 아키노리씨의 방송에서 못 다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인간의 나약함을 이겨낸 한 남자와 그를 믿고 지켜봐준 가족들의 이야기는 뭐든 쉽게 포기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진정한 가치와 삶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전한다.

문명이 진보하면서 우리는 늘 편하게 살아왔다. 농업 역시 마찬가지였다. 농약과 비료의 발달로 보다 더 손쉽게 채소와 과일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편리함에 반기를 든 한 농부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기무라 아키노리로 불가능 할 것만 같았던 무농약 사과 재배의 꿈을 이뤄냈다. 이 책은 무농약 사과 재배에 최초로 성공한 그의 도전과 역경의 감동 실화를 펼쳐낸다.

사과를 연구하고, 밭을 연구하고, 밭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을 모두 연구하는 기무라 아키노리는 진정으로 자연을 사랑하는 농부이다. 그런 그의 이야기가 감동을 전하는 것은 비단 무농약 사과재배에 성공해서만이 아니라,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낸 꿈꾸는 인간의 참 모습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도전 정신과 인간의 잘못된 상식을 뒤집는 삶의 자세를 통해 진정한 삶이 무엇인지 알아본다.

이 책에 담긴 감동적인 에피소드!
치명적인 문제로 사과밭의 나무들이 죽어가는 순간, 기무라 아키노리씨가 할 수 있는 일은 사과나무들에게 죽지 말라고 애원하는 일 밖에 없었다. 그때 그는 모든 사과나무들에게 매달려 애원했지만 이웃의 밭과 붙어있는 나무들에게는 차마 애원하지 못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살아남은 나무들을 관찰하던 그는 자신이 애원하지 않았던 나무들이 한 그루도 남지 않고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과나무를 사랑하는 기무라 아키노리씨는 진심어린 목소리로 뼈아픈 후회를 전한다.

 

기무라 아키노리木村秋則
1949년 아오모리 현 이와키마치에서 대대로 사과 재배를 해온 농가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히로사키 실업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히타치 계열의 제조회사에 취직하지만 1년 반 만에 귀향하여 1978년부터 사과 재배를 시작한다. 생명농법의 창시자 후쿠오카 마사노부의 《자연농법》을 읽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농법’을 사과 재배에 실천한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도전이었다. 도전의 대가는 혹독했다. 밤낮으로 들끓는 해충과 씨름하고`, 누렇게 말라 죽어 가는 사과나무를 돌보아야 했다. 가난 때문에 죽음의 문턱까지 갔을 때, ‘나무만 보고 흙은 보지 못했다’는 섬광 같은 깨달음을 얻어, 불가능해 보였던 도전을 완성한다. 10여 년간 사과나무는 농약과 비료에 의존하지 않는 야생의 힘을 스스로 회복하여, 현대 문명의 발달 이래 존재하지 않았던 지금껏 인류가 먹어 보지 못한 야생의 사과를 선물했다. 그의 기적의 사과는 2006년 12월 일본 NHK의 <프로페셔널-프로의 방식>에 소개되었고, ‘단 한 번만이라도 기무라 씨의 사과를 먹어 보고 싶어요’ ‘기무라 씨에게 편지를 보내고 싶어요’ 와 같은 사연이 담긴 7백여 통의 편지가 방송국으로 폭주했다. 온라인에서 3분 만에 품절되는 사과, 이를 재료로 만든 수프를 먹으려면 1년간 기다려야 하는 ‘기적의 사과’를 키우는 그는, 여전히 소박한 시골 생활을 유지하며, 자신의 자연농법을 알리는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목차

머리말_ 썩지 않는 사과를 키우는 농가
프롤로그_ 사과 재배 역사를 바꾼 도전

1 한 가지에 미치면 반드시 답을 찾는다

한 가지에 미치면/사과 재배의 역사/가업을 이어받다

2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연 농법
농약에 예민한 아내/자연은 완결된 시스템이다/화학 비료 사용을 멈추다

3 고목 숲을 푸른 사과 밭으로
벌레들의 천국이 된 사과 밭/‘농약’이 아오모리 사과를 살렸다/백 년 전 사과 밭으로 역행하다/농약을 대신할 만한 식품

4 어렴풋한 희망에 매달린 나날
꽃이 피지 않는 사과나무/‘파산자’라는 별명/아버지의 꿈이 가족의 꿈이 되다/출구가
보이지 않는 선택

5 사과나무에게 말을 건네다
벌레 잡기와 식초 뿌리기/사과나무가 들려주는 소리/이 세상에 태어난 의미/숲속 나무에겐 농약이 필요없다

6 나무만 보지 말고 흙을 봐라
잡초를 자라게 하다/사과나무를 지키기 위해서라면/병도 벌레도 자연의 일부다

7 자연, 사과나무, 인간의 합작품
9년 만에 만개한 사과 꽃/이게 정말 사과요?/눈물이 흐르는 사과 맛

눈물 나게 맛있는 사과,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온몸의 세포가 환호하는 사과,
심까지 먹어 버리게 되는, 썩지 않는 기적의사과!
세계 최초로 썩지 않는 사과를 생산해 온 세상을뒤흔든 감동 휴먼 스토리!

온라인 판매 개시 3분 만에 품절되는 사과
기적의 사과로 만든 수프를 먹으려면 1년을 기다려야 한다!

“‘이거야, 이거, 바로 이거야.’ 그 사과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맛있었다. 문득 정신을 차려 보니 손 안에 남은 것은 사과 씨뿐이었다.”
사과를 먹어 본 사람은 절로 감탄사를 연발하는 ‘맛의 조각품’ 같은 사과가 있다. 일본 아오모리 현, 기무라 아키노리 씨가 생산하는 사과, 일본에서는 ‘기적의 사과’로 알려진 사과이다. ‘기적의 사과’는 기무라 아키노리 씨의 사과를 재료로 사과 수프를 만드는 레스토랑(히로사키의 ‘레스토랑 야마자키’, 도쿄 시로카네다이의 레스토랑)의 주방장이 우연히 발견한 사실 때문에 유명해졌다. 기무라 씨의 사과를 반으로 갈라 냉장고 위에 방치했는데 2년이 지나도록 썩지 않고, 일반적인 갈변도 없이, 달콤한 향을 내뿜으며 시든 것처럼 조그맣게 오그라든 상태로 있는 것을 보고 놀라 ‘기적의 사과’라는 이름도 붙여졌다. 도쿄의 이 레스토랑에서 판매되는 기무라 아키노리의 ‘사과 수프’는 예약이 꽉 차 있어 1년을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인기 메뉴이다.
일본 열도에 ‘기적의 사과’가 열풍을 일으킨 것은 2006년 12월 7일 NHK에서 방송되는 다큐프로그램 <프로페셔널-프로의 방식>에 ‘사과 농가 기무라 아키노리 씨’ 편이 방송된 후부터였다. 방송이 나간 후 이례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3개월에 걸쳐, ‘기무라 씨에게 편지를 보내고 싶다’ ‘기무라 씨의 사과를 꼭 한 번 먹어 보고 싶다’는 사연이 담긴 7백 통이 넘는 메일과 편지가 NHK로 몰려들었다. 방송이 나간 다음날 기무라 씨의 집으로 하루 동안 350건의 주문이 폭주했고, 온라인 판매 개시 3분 만에 품절되었으며, 현재까지 기무라 씨의 개인 거래 고객만 2700여 명이 넘는다.
1991년 가을 일본 아오모리 현에 4성급 태풍이 불어, 사과의 90퍼센트 이상이 떨어져 이 지역 사과 농가들이 치명적인 피해를 입은 일이 있었다. 그때 떨어지지 않고 매달려 있던 사과를 한 농부가 아이디어를 내 ‘합격 사과’로 이름을 붙이고, 일반 사과의 10배의 가격을 붙여 판매했는데, 불티나게 팔려 인기를 얻었던 일이 있었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당시 태풍 피해에도 불구하고 기무라 씨의 사과는 80퍼센트 이상이 그대로 달려 있었다고 한다. 다른 사과나무의 뿌리 깊이가 몇 미터인 것에 반해, 기무라 씨의 사과나무는 뿌리가 20미터나 깊고, 사과 꼭지와 가지의 굵기가 다른 사과나무의 사과에 비해 굵고 단단했기 때문이다.
사과 스스로 만들어 내는 밀납성 물질 때문에 리놀산과 올레산이 증가하고 이것이 껍질에 함유된 고형물질을 녹이면서 왁스 성분이 증가되어 기름을 바른 상태처럼 끈적이게 되는데, 이렇게 함으로써, 가장 영양가 높고 먹기 좋은 때임을 스스로 알려주는 기적의 사과! 형태는 살짝 일그러져 있고, 작은 상처도 있는 겉모양은 지극히 평범하지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맛을 선사하는 이 사과의 비밀은 도대체 무엇일까.

6만 평 농장에서 4천 년 사과 재배의 역사를 뒤바꾼 불굴의 도전
원칙과 기본에 충실한 ‘바른 농사’로 세상에서 단 한 번도 맛볼 수 없었던
‘사과의 신화’를 창조한 한 농부의 눈부신 용기와 희망 이야기


하루에 한 개를 먹으면 의사가 필요 없다는 신의 과일 사과. 인류가 4000년간 먹어 온 사과의 재배 역사를 10년 만에 뒤집은 한 농부의 위대한 도전의 기록이 여기 있다. 사과를 생산하는 사람도 농약으로부터 안전하고, 먹는 사람도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그런 사과는 없을까? 껍질째는 물론, 씻지 않고 먹어도 기분 좋은 그런 사과는 없을까? 오늘날 인류가 먹는 사과는 19세기 농약이 발명되면서 개량된 농약 없이는 생산되지 않는 개량된 품종이라고 한다.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유기농, 무농약 사과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여기에 의문을 품은 한 농부가 있었다. 사과를 키우는 데 농약과 화학비료가 꼭 필요할까? 손길을 끊고 방기한 사과 밭은 병과 해충이 걷잡을 수 없이 발생해 손쓸 방법이 없다는데 정말 그럴까?
《기적의 사과》는 상식과 불가능을 과감하게 뒤집으며 무농약 사과 재배에 최초로 성공한 고집쟁이 농부의 도전과 역경, 눈물과 성취의 감동 실화이다. 2006년 NHK의 프로그램 <프로페셔널-프로의 방식>에 출연해, 반향을 일으킨 주인공 기무라 아키노리의 이야기는 감동을 넘어 열풍이라고 부를 만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사과 무농약 재배의 성공이라는 위대한 도전의 시작은 소박했다. 농협에서 표창을 받을 정도로 방제 달력에 따라 농약 살포를 성실하게 했던 그는 아내가 농약을 뿌린 후에 일주일씩 앓아 눕는 것을 보고 대책을 찾던 중에 우연히 후쿠오카 마사노부의 《자연농법》을 접하게 된다. “아무것도 안 하는, 농약도 비료도 안 쓰는 농업”이라는 문구에 완전히 매료되어 정신없이 책을 읽었고, 농약이 없으면 병이나 벌레로부터 사과를 지켜낼 수 없다는 기존의 상식에 의문을 품게 된다.
청소년 시절부터 진공관을 사용해 컴퓨터를 만들고자 했을 정도로 창조력이 풍부했던 기무라 씨는 늘 뭔가를 하지 않으면 마음이 편치 않아, 이것저것 시도를 해보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사람이었지만, 그런 기무라 씨에게도 ‘무농약 무비료’ 사과 재배의 벽은 높았다.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자, 품종 개량으로 병충해에 약했던 사과나무에는 벌레가 대량으로 발생하고 잎은 병들어 떨어졌다. 제철도 아닌데 사과나무는 미친 꽃을 터뜨렸다. 농약을 쓰는 일반 농사법을 하는 주변 밭의 사과는 순조롭게 열매를 맺었지만, 기무라 씨의 밭만 참상을 드러냈다. 그는 ‘가마도케시’(파산자)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기무라 씨는 가난이라는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려 죽음을 결심하고 산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우연히 사과나무라고 착각할 정도로 탐스러운 열매를 맺은 도토리나무를 발견하여 섬광 같은 깨달음을 얻는다. 숲속에는 그 누구도 농약 한 방울 뿌리지 않지만 나뭇잎들은 우거져 있다. 그 비밀이 나무가 뿌리를 내린 흙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정신없이 산을 뛰쳐 내려와 사과 밭의 흙을 관찰한다. 그는 산속 환경처럼, 사과 밭에 잡초가 무성히 자라도록 내버려 두고, 흙이 본래의 생명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애쓰기 시작하는데 그의 이러한 노력은 9년 만에 결실을 맺는다.

자연 농법에 도전하여 발견한 자연의 섭리, 대자연 속 생명의 이치를 엿보다
“내 눈과 손이 곧 농약이고 비료다”
“사과는 인간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과나무가 만든다”


무농약 무비료의 자연 농법을 고집하며 9년간 앞이 보이지 않는 좌절의 시간을 보내다가 죽음을 각오한 그날 섬광 같은 힌트를 발견해 10여 년 만에 이루어 낸 성공!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한 무농약, 무비료 사과 재배의 열쇠는 흙의 위력에 바탕을 둔 자연 재배, 고정관념을 깨뜨려 자연 속에 이미 준비된 해답을 찾아낸 것이었다.
상식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기이한 일을 우리는 ‘기적’이라 부른다. 여기서 ‘상식’이란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는 지식을 의미한다. 이 책은 기적의 이러한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책이다. 기적은 절대 불가능이라 여겨진 사과의 무농약 무비료 재배의 성공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잘못된 상식을 뒤엎는 과정 자체에 있다. 그 고난의 여정 한가운데 아오모리의 ‘돈키호테’라 부를 만한 기무라 아키노리가 있다. 끝없이 되풀이되는 실패와 시련, 절박한 생활고와 세간의 비웃음을 무릅쓰고 뜻을 이루어 낸 그의 인품과 끈기야말로 성공의 원동력이다. 강한 호기심과 발상의 전환, 끊임없는 탐구심과 우직함, 소박하고 진솔한 인간적 자질과 매력이 바탕이 되어 이루어 낸 성공, 또 그런 힘겨운 성취를 자신만의 이익으로 삼으려 하지 않고 주위로 넓혀 감으로써,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자연의 은혜를 나누며 공존해 나가려는 더 큰 뜻을 품은 그에게 존경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규모의 팽창, 기술의 발전만이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시대에 명예도 성공도 아닌, 자연의 섭리를 발견하기 위해 자신을 던진 한 농부의 위대한 인생과 자연의 이야기는 희망을 잃을 시대, 긍정과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 준다.
이 책의 저자인 논픽션 작가 이시카와 다쿠지는 2006년 12월부터 2008년 6월까지 기무라 아키노리를 직접 취재했다. 기무라 아키노리의 삶과 성취를 논픽션인데도 불구하고 인문서를 읽는 듯한 풍부한 지식과 문화론을 곁들이고, 면밀하고 성실한 취재를 통해, 그 희귀한 인물의 삶을 소개하는데 부족함이 없는 글쓰기를 보여 주었다. 절제되고 건조한 표현, 치장이 없는 사실 자체에서 우러나오는 감동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화석 연료 소비를 전제로 자연과의 대결 구조로만 발전해 나가는 현대문명에서 농업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는 산업의 하나이다. 이 책은 환경 문제나 문명의 역기능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 문명 비판서로서 충분히 흥미롭다. ‘내 눈과 손이 곧 농약이고 비료다‘라는 기무라 씨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자연과의 대화와 화해를 바탕으로 생물의 근원, 자연 과학의 심층을 소박하게 풀어내 철학적인 경지로까지 독자들을 안내한다. 불가능이라 여긴 무농약 무비료 사과 재배, 이를 실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온 기무라 아키노리의 인생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드라마다. 극적이면서도 신화적인 기무라 씨의 인생담에는 무언가에 미쳐 보고 싶은 사람, 혹은 미쳤다가 도중에 포기해 버린 사람들의 가슴을 유독 뜨겁게 울리는 감동의 메시지가 살아 숨 쉰다.

책속으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건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니야. 모두들 기무라가 열심히 노력했다고 말하지만, 실은 내가 아니야. 사과나무가 힘을 낸 거지. 이건 겸손이 아니야.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 그렇잖아, 인간이 제아무리 애를 써본들 자기 힘으로는 사과 꽃 하나 못 피워. 손끝이든 발끝이든 사과 꽃을 피울 순 없지.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니냐고 생각할지도 모르지.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그것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는 거야. 온 밭 가득 활짝 핀 꽃을 보고 난 그걸 절실히 깨달았어. 저 꽃을 피운 건 내가 아니라 사과나무라는 걸 말이지. 주인공은 인간이 아니라 사과나무였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지. 그걸 몰랐던 거야. 내가 사과를 키운다고 믿었던 거라. 내가 사과나무를 관리하는 줄 알았지. 그러나 내가 할 있는 일은 사과나무를 돕는 것 정도야.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면서 간신히 그걸 깨달았지. 그걸 알아채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어. -본문 중에서

사과나무는 사과나무 혼자서만 살아갈 순 없어. 주변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생물이었던 거지. 인간도 마찬가지야. 인간은 그걸 잊어버리고, 자기 독자적으로 살아가는 줄 알지. 그리고 어느 새인가 자기가 재배하는 작물도 그럴 거라고 믿어버리게 된 거야. 농약을 사용하는 가장 큰 문제는 실은 그 부분에 있지. -본문 중에서

그때는 사과나무에게 부탁을 하며 걸어 다녔지. 사과나무가 점점 약해졌으니까. 아마도 뿌리까지 못 쓰게 되었을 거야. 살짝 밀기만 해도 나무가 흔들흔들했거든. 그런 상태라면 곧 말라서 죽어버릴 것 같았지. 사과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돌며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어. ‘힘들게 해서 미안합니다. 꽃을 안 피워도 열매를 안 맺어도 좋으니 제발 말라 죽지만 말아 주세요’라고 사과나무에게 말을 건넸어요. 그때는 이미 뭘 해야 좋을지 막막했으니까. 차마 가족에게는 그런 말을 할 수 없으니 변함없이 밭일은 계속했지만 말이야. 사실은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사과나무에게 애원할 수밖에 없었던 거야. 주위 밭에서 다른 사람이 봤으면, 기무라가 결국 머리까지 이상해졌다고 했겠지. 그렇지만 말이야, 지금 생각해보면 그 무렵의 내가 가장 순수했던 것 같아. -본문 중에서

농약이란 게 참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더라고, 농약을 뿌리는 것만으로 그렇게 심한 병을 막았던 거잖아. 그러나 이상한 소리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고목 숲 같은 밭을 보니 오히려 투지가 끓어올랐지. 이른 봄에 아무 문제도 없을 때는 성취감이 별로 없었거든. 농약을 안 썼을 뿐이고, 퇴비 만드는 일 외에는 거의 아무것도 안 했으니까. 그런데 사과 무농약 재배가 그리 만만하게 뜻대로 되는 일이 아니란 걸 깨닫자 갑자기 의욕이 솟구쳤지. -본문 중에서

농약을 안 쓰면 사과 수확은 꿈도 꿀 수 없다. 사과 재배의 현실을 아는 사람에게 그것은 상식 이전의 문제이다. 농약을 안 쓰면 수확이 줄어든다는 식의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 농약을 안 쓰면 사과 밭이 남아나지 않기 때문이다. 평년의 10퍼센트 이하 수확이라는 큰 피해를 입은 나무는 이듬해에 꽃을 피우지 못한다. 꽃이 안 피면 당연히 열매도 맺을 수 없다. 다시 말해 무농약 재배를 2년간 계속 하면, 사과 수확은 거의 확실하게 제로가 된다는 뜻이다. 현대의 사과와 빌헬름 텔이나 뉴턴 시대의 사과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