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근아, 너는 흙 맛을 아냐
흙을 대하는 동양과 서양의 인식의 차이는 한자인 토양(土壤)과 영어인 Soil의 어원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토양(土壤)이란 한자의 뜻풀이에서, 흙 토(土)자는 두 二자에 뚫을곤이 합쳐진 글자로서, 두 二의 위 획은 땅 위를, 아래 획은 땅 아래를 뜻하며, 땅 아래에서 새싹이 돋아난 형상이 흙 土이다. 흙은 -성질을 가진 생명을 낳는 어머니라는 뜻이 새겨져 있다.
농사직설은 세종이 농사에 경험이 많은 노인들에게 물어 만든 농업기술지침서라 볼 수 있다. 그래서 농사직설의 농업기술은 그 시대의 실사구시 농업기술을 알아볼 수 있다. 농사직설은 모두 14 편으로 되어 있다. 첫 편은 종자를 어떻게 선별하고 어떻게 보관할지를 다뤘다. 둘째 편은 땅 갈이 방법에 대해 논했고 그 뒤에는 매 편마다 여러 가지 작물들을 가꾸는 방법들을 설명하고 있다. 척박한 땅을 어떻게 비옥한 땅이 되게 할지, 땅의 좋고 나쁨은 어떻게 판별하는지 같은 것을 다뤘는데 매우 과학적이어서 타산지석 오늘의 우리 농업을 돌아 보아야 할 때이다.
땅 갈기: 가을에 땅을 갈 때는 깊이 갈고 봄에 땅을 갈 때에는 얕게 갈아야 한다. 가을에 땅을 갈 때에는 작물의 그루터기나 땅에 남아 있는 거친 유기물을 땅 속 깊이 묻히도록 깊이 갈라고 했고, 봄에 땅을 가는 이유는 종자나 묘가 심길 땅을 부드럽게 하는 데에 있음으로 깊이 갈아 일도 더디게 하고 소도 피곤하게 할 필요가 없음을 의미한다. 거친 땅을 일궈 밭으로 만들 때는 풀이 왕성하게 자랐을 때 땅을 깊이 갈고 그 이듬해 봄에는 얕게 갈라. 척박한 땅을 개간할 때 무성하게 자란 풀이 땅 속 깊이 묻혀 썩게 함으로써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그 이듬해 봄에는 흙을 부드럽게 할 정도로만 갈라는 것이다.
기름지지 못한 땅을 기름지게 하려면 녹두를 심어 무성하게 자라기를 기다렸다가 갈아 엎어라. 이 기술은 지금도 적극적으로 추천되고 있는 기술이다. 놀라운 것은 두과식물을 이용하는 방법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오늘날도 많은분들이 두과작물을 재배하는 것만으로도 땅이 비옥해지는 줄로 잘못 알고 있는데 농사직설이 편찬되던 때(1429년)에 벌써 두과식물이 적절히 자란 다음 두과식물 전체를 땅에 돌려 주어야 토양이 비옥해진다는 과학을 근거로 농업에 접근했었다.
땅의 좋고 나쁨을 판별하는 방법: 땅의 좋고 나쁨을 알아보려면 땅을 한 자쯤 판 다음 그 흙을 맛보라. 달면 상등(上等) 땅이고 짜면 하등(下等) 땅이고 달지도 짜지도 않으면 중등(中等) 땅이다. 흙 맛을 보는 것, 이것이 오늘날의 토양검정의 의미를 담고있다. 흙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여 좋은 땅을 골라 농사를 지으려 했던 우리 조상들을 생각하며 바를 배움의 자세를 가져야 할 때이다. 실사구시하는 그대들에게 농업의 희망을 본다. 필근아, 잠에서 깨어나 봄의 흙맛을 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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