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農/발효이야기

김장과 김치의 건강학

김장과 김치의 건강학


김치메인그림
한류(寒流)  바람 때문인지, 웰빙 열풍 덕분인지 세계인들의 김치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과거엔 김치를 ‘냄새가 난다’며 싫어했던 일본인마저 이제는 김치를 가장 갖고 싶은 선물중 하나로 꼽는다. 국제 식품규격위원회(CODEX)가 지난 2001년 김치에 대한 국제 규격을 채택하면서 이미 김치는 세계인의 식품으로 자리 잡았다. 사스(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와 AI(조류 인플루엔자)의 예방에 김치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와 주목을 받기도 했다. 

김장철이다. 우리 선조가 매년 이맘 때 김장을 담근 것은 채소가 안 나오는 겨울에 비타민 등 영양소를 보충하기 위해서다. 김장은 침장(沈藏)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침’이 ‘김’으로 발음이 변한 셈이다. 김치가 침채에서 딤채→김채→김치로 바뀌었듯이. 김치는 침채류(沈菜類)의 일종이다. 채소를 소금이나 식초에 절여 만든 것을 침채류라 한다. 중국의 파오차이ㆍ일본의 스케모노ㆍ서양의 피클 등이 여기 속한다.

과학적인 김치의 발효과정  
김치가 다른 침채류와 다른 점은 독특한 담금 법에 있다. 먼저 소금에 절였다가 다시 갖은 양념ㆍ젓갈에 버무린 뒤 항아리에 넣고 발효(젖산 발효)시키는 두 번의 담금(발효)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장작용을 하는 젖산균(유산균)이 더 많이 생성된다. 중국이 뿌리인 침채류는 한반도를 거쳐 일본에 건너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침채류를 중국은 ‘저’(菹), 우리와 일본은 지(漬)라고 썼다. 일본의 절임음식은 스케모노(漬物)이다. 침채류에 대한 첫 번째 기록은 중국 최초의 시집인 ‘시경’(詩經)(3000년 전)에 나와 있다. 이 책에 소개된 침채류는 오이절임이었다. 국내에서 김치가 처음 등장하는 문헌은 고려 후기의 문인 이규보가 쓴 ‘동국이상국집’이다. 무를 소금에 절인 무김치가 소개됐다. 또 김치 담그기는 염지(鹽漬)라 표현됐다.

기록은 없지만 삼국시대에도 김치를 담가 먹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소금을 이미 사용했고 채소가 중국과 같았으며 양조기술이 뛰어났으며 김칫독이 발견됐다는 것이 근거다. 초기의 김치는 채소와 소금물로 만들었다. 요즘 우리가 즐겨 먹는, 고춧가루로 양념하는 김치 담금 법이 정착된 것은 18세기 이후다. 고추가 포르투갈에서 한반도로 들어온 것이 16세기 초이고 배추 재배가 시작된 것이 17세기이고 결구(結球, 잎이 포탄처럼 단단하게 뭉친) 배추가 등장한 것은 18세기에 이르러서다.

 김치는 건강식품으로 평가된다. 그 이유 중 첫 번째는 김치가 요즘 웰빙식의 대세인 발효 식품이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도 채소를 절인 식품은 있지만 김치 같은 발효식품은 찾기 힘들다. 중국은 절임 채소를 만들 때 숙채(熟菜)를 이용해 왔다. 김치를 흉내 내 만든 일본의 기무치는 발효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기무치는 일본인이 싫어하는 마늘ㆍ고추ㆍ젓갈의 양을 줄이거나 넣지 않고, 단맛을 강화한 겉절이식 김치다.

김치는 외국의 다른 절임 채소과는 달리 두 번 절이는데 이것이 김치의 건강기능성을 높이는 숨은 비결이다.
배추ㆍ무 등을 소금에 절였다가 세척하고 탈수하는 과정에서 각종 유해 미생물이 떨어져 나간다. 이때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양념이 스며들어갈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확보된다. 이를테면 발효가 잘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는 것이다.
생강ㆍ마늘ㆍ고추ㆍ부추 등 갖은 양념으로 절이는 과정을 통해선 우리 음식 문화의 독특한 특징인 고명과 복합 양념이 김치 안에 스며든다. 이 과정에서  양념들이 발효되면서 유해균은 제거되고 장(腸) 건강에 유익한 유산균이 생성된다. 양념들의 상호 작용에 의해 파이토케미컬 등 새로운 건강 기능성 물질이 생성되기도 한다.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꼽혀
미국의 건강전문지인 ‘헬스’는 김치를 ‘세계 5대 건강식품’중 하나로 꼽았다. 비타민(B1ㆍB2ㆍC 등)과 미네랄(칼슘ㆍ칼륨 등)이 풍부하고 소화를 도우며 암 예방에 유익하다는 것이 선정 이유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역학조사에서 항암성이 확인된 적은 아직 없지만 동물 실험에선 김치가 간암 등 다양한 암의 발생 위험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김치 안에 든 미지의 성분이 발암물질을 해독시켰거나 암세포의 죽음을 유도한 결과로 보인다. 김치의 항암성분으로 유력시되는 후보는 인돌 등 5가지다. 이중 인돌(특히 인돌-3-카비놀)은 배추ㆍ무ㆍ순무ㆍ브로콜리ㆍ케일 등 양배추과(科) 채소가 분해ㆍ절단ㆍ조리되는 과정에서 생성된다.

또 양배추과 채소에 공통적으로 함유된 아이소사이오사이아네이트도 동물실험을 통해 폐암ㆍ유방암ㆍ식도암ㆍ간암ㆍ췌장암ㆍ방광암을 억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김치의 양념인 마늘에 든 유황성분도 암 예방을 돕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역학조사에서 마늘을 많이 섭취할수록 위암ㆍ전립선암ㆍ결장암의 발생률이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배추ㆍ무 등에 풍부한 식이섬유는 특히 대장암 예방에 효과적이다. 김치엔 또 베타카로틴ㆍ비타민 Cㆍ비타민 E 등 유해(활성)산소를 없애는 3대 항산화(抗酸化) 비타민도 많이 들어 있다. 김치의 항암 효과는 이 다섯 후보들의 합작품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맛이 뛰어나 식욕을 북돋아준다는 것도 김치의 장점이다. 매끼 먹어도 질리지 않으며, 발효식품 특유의 감칠맛은 한번 빠지면 여간해선 외면하기 힘들다. 특히 김치가 잘 익으면 감칠맛과 코끝을 톡 쏘는 탄산미가 최고조에 달한다. 우리 선조들은 이 맛을 보전하기 위해 숨을 쉬는 옹기에 김치를 보관했다. 여름엔 석정(石井)에, 겨울엔 땅속에 묻어 맛을 오랫동안 유지시켰다. 김치 감칠맛의 비밀은 젓갈이다. 탄산미는 김치가 익는 과정에서 탄산이 생기기 때문이며, 이는 서양인이 김치에 빠지게 되는 주된 요인이다. 김치 맛은 여러 재료를 적당한 온도에서 발효(숙성)시키는데서 나온다. 김치의 숙성(익는) 도중 재료에 든 당류가 젖산이나 유기산으로 바뀌면서 신선한 맛이 난다. 담근 지 오래 되면 산(酸)이 지나치게 생성돼 시어지고 맛이 떨어진다.

입맛을 살려주지만 살찌게 하지 않는다는 것도 김치를 돋보이게 한다. 김치의 열량은 100g당 9(동치미)∼55㎉(파김치)에 불과하다. 배추김치는 29㎉다. 또 수분이 많고 식이섬유가 풍부하며 고추의 매운 맛 성분인 캡사이신이 지방의 분해ㆍ연소를 촉진하는 것도 김치를 다이어트 식품으로 꼽는 이유다. 이런 이유로 최근 일본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선 김치ㆍ고춧가루 붐이 불고 있다.
장내의 유해한 세균을 죽이는 항균(抗菌) 작용과 장을 깨끗하게 하는 정장 작용도 김치의 매력이다. 김치의 숙성 과정에서 다량 생성되는 유산균은 김치 내 유해균의 번식을 억제한다. 김치 먹고 식중독에 걸리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은 이래서다. 또 유산균은 장내 유해균을 억제해 장을 편안하게 한다.

살아있는 음식이라 불리는 이유
잘 익은 김치엔 유산균이 요구르트보다 최고 4배까지(같은 무게당) 더 들어 있다. 숙성이 잘된 김치 1g에 든 유산균 숫자는 자그마치 1억 마리에 달한다. 김치를 ‘살아있는 음식’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래서다. 김치의 유산균은 공기가 없는 상태에서 더 잘 자란다. 김치를 담근 뒤 손으로 누르고 뚜껑을 꼭 닫아 놓으라고 권하는 것은 이래서다.

과거엔 김치의 유산균은 대부분 살아서 장까지 도달하지 못할 것으로 봤다. 특히 위에서 위산에 노출되면 생존이 불가능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부산대 김치연구소의 연구를 통해 이런 추론은 ‘잘못됐다’는 것이 확인됐다. 김치를 하루 300g쯤 먹으면 대장에 유산균이 100배가량 증가하는 데 이는 김치의 유산균이 장에 무사히 안착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김치의 유산균은 잘 익은 김치는 물론 덜 익은 김치ㆍ신 김치ㆍ묵은 지에도 풍부하게 들어있다. 다만 김치가 숙성하는 과정에서 유산균의 주류가 교체된다. 김치가 시어지기 전엔 류코노스톡이란 유산균이, 시어진 뒤엔 락토 바실러스(요구르트 등 유제품에 든 유산균)가 주종(主宗)을 이룬다. 그러나 김치에서 군내가 나기 시작한다면 유산균보다는 잡균이 주류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 이런 김치는 식용 외 다른 용도로 돌리거나 버리는 것이 좋다. 김치가 너무 시어지면 발암성 물질인 니트로스아민이 생길 수 있다.  

 단점도 있다. 고혈압의 원인인 소금이 상당량 들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영호남 등 남부지방에선 김치가 빨리 시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습관적으로 소금ㆍ젓갈을 많이 써서 더 짜다. 전문가들은 소금 섭취가 많아 발생하는 고혈압ㆍ위암 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싱거운 김치를 즐겨 먹으라고 권장한다. “덜 짠 김치는 맛이 못할 것”라고 막연히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유기산 등 맛 성분도 고염 김치보다 저염 식품에 더 풍부하다. 배추나 무를 절이는 소금물이 염도는 9∼12%면 적당하다. 또 김치를 먹을 때는 채소 등 칼륨이 풍부한 식품을 함께 먹는 것이 좋다. 고구마와 김치를 ‘찰떡궁합’이라고 보는 것은 이래서다. 고구마에 함유된 칼륨은 김치의 나트륨(소금)을 몸 밖으로 배출시킨다.

 우리는 김치 종주국이지만 그 위상과 애정이 예전만 못하다. ‘환상의 콤비’인 쌀 소비가 줄고 외식 문화, 서구화된 식생활, 어린이ㆍ청소년의 김치 기피로 김치 섭취량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1992년엔 국민 1인당 하루 김치 소비량이 96g이었으나 지금은 80g에도 미달할 정도다. 과거엔 200여종에 달하던 김치의 가짓수도 크게 줄어들었다. 요즘 가장 흔히 먹는 통배추 김치가 만들어진지 100년이 약간 넘었다. 이제는 우리 김치가 또 한 번의 업그레이드를 준비할 때다.   

 박태균  중앙일보 식품의약전문기자



김치가 좋은점

1. 김치는 세계인의 건강식품
●  미국 <헬스> 잡지에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2006년 3월호)
● 암 예방 효과ㆍ항암효과
● 동맥경화 예방
● 항산화효과ㆍ피부노화 억제기능
● 면역증강효과
● 비만억제 효과
● 변비예방 효과

 

2. 김치는 식욕 증진 효과가 있다.

3. 김치는 복합 영양제
●  녹색 채소ㆍ황색 채소ㆍ흰색 채소ㆍ해산물을 이용한 젓갈
● 다양한 미네랄의 공급원

4. 놀라운 채소 발효의 효과를 나타낸다.
김치는 유산균의 보고(寶庫)다
<김치에 들어있는 유산균의 효능>
● 유산균의 항암효과
● 유산균의 면역세포의 활성화
● 아토피와 알레르기 개선 효과

5. 김치는 채소를 주재료로 만든 식품

6. 김치는 국제적으로 승인받은 식품



좋은 김장 원료 고르는 요령

배추
① 잎 끝이 시들고 마른 것은 피한다
② 병충해가 있는 제품은 피한다
③ 벌레ㆍ흙ㆍ금속 등 이물질이 든 것은 피한다

멸치액젓
① 용기의 손상이 없고 액상이 균일해야 한다
② 취급 부주의 등으로 이물질이 섞여 있는 것은 피한다
③ 뚜껑이 열려 있는 등 청결하게 유지되지 않은 것은 피한다


고춧가루
① 용기의 손상이 없고 고춧가루가 균일해야 한다
② 취급 부주의 등으로 수분이나 이물질이 섞여 있는 것은 피한다
③ 장기간 방치해 색상이 변한 것은 피한다

마늘 
① 깨졌거나 부스러졌거나 짓무른 것이 섞여 있으면 피한다
② 부패 또는 변질된 제품이 없어야 한다
③ 다진 마늘은 고유의 냄새 외에 다른 냄새가 나는 것은 피한다
④ 물이 많이 새어나온 것은 피한다


소금
① 용기의 손상이 없고 소금 가루가 균일해야 한다
② 취급 부주의 등으로 수분이나 이물질이 섞여 있는 것은 피한다
③ 장기간 방치해 색상이 변한 것은 피한다

포장 김치
① 신 냄새가 심하거나 배추가 누렇게 변질된 것은 피한다
② 포장이 파손된 것은 피한다






각종 김치 재료의 특성

배추
●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저온성 채소 
● 100g당 14㎉의 열량을 가진 저열량 식품
● 식이섬유ㆍ비타민Aㆍ비타민C·칼슘ㆍ칼륨 풍부
● 질산염 함량이 1572 ppm(줄기가 잎보다 2.5배)으로 높은 것이 단점 


●  특히 껍질에 영양이 풍부하므로 무즙을 낼 때 껍질을 벗기지 않는 것이 좋다
● 생식하면 소화에 유익(무즙에 아밀라아제 등 소화 효소 함유)
● 무잎은 항산화 성분인 베타카로틴ㆍ비타민 C 함량이 높은 녹색 채소

고추
● 고온 건조한 기후를 좋아하는 채소
● 저장성이 뛰어나 연중 내내 출하 가능(홍고추는 6월 중순, 건고추는 7월 하순이면 출하 시작)
● 꼭지가 단단하게 붙어 있으면서 색이 진하며 윤이 나는 것이 양질
                     ● 풋고추보다 익은 고추에 비타민 C 많이 함유


 
 마늘
● 항암ㆍ항산화 식품
● 약용으로 쓰는 마늘은 쪽이 난 마늘보다 통마늘일수록 높은 효력
● 세계의 자연식품 중 세 번째로 높은 영양가로 유명
                     ● 매운 맛 성분은 알리신(항균력이 뛰어나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줌) 


 
생강
● 특별히 잘 어울리지 않는 맛이나 음식이 없는 채소
● 어떤 음식에 넣어도 음식의 맛을 손상시키지 않는 향신료 
● 다양한 김치에 모두 들어가는 채소 
                     ● 다이어트 효과  

 자료=부산대 김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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