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받는 이나모리 가즈오
씨 없는 수박을 만들어낸 고(故) 우장춘 박사의 사위
마쓰시타 고노스케(마쓰시타전기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혼다자동차 창업자)와 함께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3대 기업인’으로 꼽힌다. 그가 경영한 교세라·KDDI·일본항공의 연 약 6조 엔(약 89조원). 그가 한국에 왔다. 그의 어록을 모아 험한 농업의 길에 타산지석으로 삼으려 한다. △1932년 가고시마현 출생 △1955년 가고시마대 공학부 졸업 △1959년 교토세라믹(현 교세라) 창업 △1966년 대표이사 사장·회장(1985년)·명예회장(1997년) △2010년 일본항공 회장, 나는 일본 유학시절 그의 철학이 담긴 우주본 학술강당에서 처음 치루어진 행사인 학위수여식에서 감동적인 빛의 향연을 목격했었다. 단돈 만원으로 시골 기차역을 출발했던 그의 인생역정을 들으며 또 하나의 가능성을 찾았었던 기억이 새롭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80) 교세라 명예회장 겸 일본항공(JAL) 회장의 말이다. 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하나금융그룹 주최로 열린 ‘드림소사이어티 강연’에 연사로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미국식 성과주의가 일부 직원에게 일시적 자극제가 될 순 있겠지만 혜택을 보지 못한 사람은 정반대 방향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교세라의 경우 미국 자회사에서도 성과주의로 월급을 주진 않는다”며 “지나친 성과주의가 ‘1대99’의 사회문제를 낳고 있다”고도 했다. 최고경영자(CEO)의 자질에 대해선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인간성이 떨어지면 등용하지 않는다”며 “능력·인간성 중 하나를 고르라면 인간성”이라고 말했다.
이나모리 회장의 12가지 경영원칙
1. 대의명분이 있는 사업 목적을 가져라
2.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직원들과 공유하라
3. 열렬한 소망을 가슴에 품어라
4. 남보다 더 노력하라
5. 매출은 최대화, 비용은 최소화하라
6. 가격 결정이 곧 경영이다
7. 바위도 뚫을 강한 의지를 가져라
8. 불타는 투혼을 간직하라
9. 매사에 용기를 갖고 임하라
10. 항상 창조적인 일을 하라
11. 배려하라. 장사엔 상대방이 있다
12. 어떤 역경에도 밝게 행동하라
이날 그가 들고 온 강연 주제는 자신의 ‘12가지 경영원칙’이다. 이 중 하나가 경영자의 ‘용기’다. 그는 “현재 일본에는 경쟁자·외부 환경으로부터 종업원·기업을 지키긴커녕 제 한 몸 보전에 급급한 경영자가 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업에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도 경영자 자신은 책임지지 않고, 부하가 책임을 지고 그만두는 일이 대기업·은행에서 종종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리더를 잘못 선택했기 때문”이라며 “단순히 능력 있는 사람이 아니라 목숨을 걸고 종업원·기업을 지킬 기개가 있는 사람이 CEO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의명분이 분명하다면 직원들도 하나가 돼 분골쇄신 일할 것”이란 것이다.
그의 경영원칙을 하나씩 뜯어보면 특별히 새로운 내용은 없다. “사업의 목적과 경영 목표를 명확히 한 뒤 열정을 가지고 남보다 더 노력하라”는 식이다. 뻔한 소리 같지만 그의 이력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전혀 달라진다. 그는 스물일곱 살이던 1959년 교세라를 창업해 세계 100대 기업으로 키웠다. 84년엔 통신업체 다이니덴덴(현 KDDI)을 설립해 일본 2위의 통신업체로 성장시켰다. 일흔여덟 살이던 2010년엔 일본 정부의 요청으로 경영난을 겪던 국적항공사 JAL 회장에 무보수로 취임했다. 이 회사는 1년 만에 역대 최대 규모의 흑자로 돌아섰다. 그는 “53년 전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중소기업에서 출발해 이처럼 거대한 기업그룹을 경영할 수 있게 된 것은 중기를 경영하며 체득한 경영원칙을 충실히 지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나모리 회장은 교세라 창업 초기부터 ‘아메바 경영’이라 불리는 경영시스템을 도입했다. 몇 명에서 십여명 정도로 구성된 ‘아메바’로 불리는 소그룹이 이 시스템에 따라 일을 하며 월간 매출과 경비 명세를 조직별로 명확히 알 수 있게 한 시스템이다. 그는 “매출에서 소요 경비를 모두 차감하고 남은 금액을 월간 총 근로시간으로 나눈 숫자로 경영지표를 삼고 있다”며 “이것을 우리는 ‘시간당 채산제도’라 부른다”고 소개했다.
"부처님 말씀에 '만족을 알라'고 했습니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습니다. 그것 때문에 발전도 하지만, 파멸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인간의 욕망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절제하고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일한다는 이타심과 사랑으로 베이스를 조금씩 옮겨가야 합니다. 자본주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법률과 규칙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의 마음입니다." 그의 경영 철학은 '자비(慈悲)'라는 말로 요약된다. 그는 한때 머리를 깎고 불가에 입문하기도 했다. 그와의 인터뷰는 불교 설법처럼 엄숙했다. 질문을 하면 그는 눈을 내리깔고 깊이 생각에 잠겼다가 한참 후에 대답하곤 했다.
―한국에선 대기업이 빵집까지 뛰어들어 비판받고 있다.
"어떤 일이든 돈만 벌면 된다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이익을 추구하되 올바른 일을 한다는 도덕감을 가져야 한다. 부처의 말씀처럼 욕심을 억제하고 만족을 알아야 한다. 사자도 배가 부르면 사냥을 하지 않는다. 배가 불러도 사냥하는 것은 사람밖에 없다."
―워런 버핏이 이른바 '버핏세' 도입을 주장하는 등 세계적으로 부유층 증세 움직임이 있다.
"버핏이 그렇게 얘기한 건 정말 훌륭하고 멋지다. 가진 자가 더 부담을 하는 것은 지금의 사회 흐름에 비춰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노다 일본 총리가 소비세 증세, 부유층의 소득세 증세 계획을 내놓아 여론의 비판이 거세다. 얼마 전 총리를 만나 '좋은 일이다. 용기와 결의를 갖고 진행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나도 세금을 더 내야 할 대상이 되겠지만, 시대의 흐름상 필요한 것 같다." (이나모리 회장은 일본 민주당이 야당 시절부터 지원해 왔다.)
―세금을 많이 거두면 열심히 일하는 의욕을 꺾게 되지 않을까.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사람에게 직접적인 에너지원이 되지만, 사회를 위해 공헌하고 도움을 주는 것도 큰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 부유층이 단지 돈을 많이 벌어서 느끼는 만족감이 아니라 남에게 베풀어서 느끼는 만족감이 더 크다. 그래서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일도 더 열심히 하게 된다."
―기업에 이익이 먼저인가, 사회적 책임이 먼저인가.
"말할 필요도 없이 이익이다. 이익을 못 내고 거꾸로 적자라면 그건 사회에 공헌하기는커녕 민폐가 된다. 부도가 나면 종업원 월급을 못 주고, 많은 사람이 직업을 잃고, 사회의 도움을 받게 된다. 다만 벌어들인 이익을 어떻게 배분하느냐 하는 점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이나모리 회장은 경영 파탄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일본항공의 구원투수로 영입돼 2년간 회장으로 일했다. 회사를 흑자로 돌려놓은 그는 지난 17일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다.
―월급을 한 푼도 안 받고 골치 아픈 일을 맡은 이유가 뭔가.
"정부에서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전혀 모르는 일이라 처음엔 사양했다. 그러나 일본항공이 그대로 도산한다면 일본 경제도 큰 영향을 받을 것 같아 받아들였다. 일본 산업의 상징이기도 하고, 직원 수만 명의 일자리와 관련된 일이기도 하니까. 내 나이도 늙었고, 1주일에 3일만 시간을 낼 수 있으니 월급은 필요 없다고 했다. 가족, 친척, 지인 모두가 반대했다."
우장춘박사의 사위 이나모리회장이 좋아했던 백련, 복수초, 부처꽃, 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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