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풍나물’ 기능성 채소로 인기
따뜻한 해양성 기후에 물 빠짐이 좋은 해안가라 방풍나물 재배에 적합한 것. 게다가 방풍나물의 기능성을 일찍부터 알아차려 대량 생산에 나선 농업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있는 사람이 바로 태안군 남면의 김종권씨(54)다.
‘풍을 예방한다’하여 ‘방풍(防風)’이라 불리는 방풍나물은 특유의 향과 아삭한 맛으로 입맛을 돋우는 데 최고다. 최근에는 호흡기 계통이 약한 사람에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능성 채소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금은 자생 방풍나물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예전에는 우리 고장만 해도 지천으로 피어 있던 게 바로 방풍이에요. 우리 어머님께서는 그걸 뜯어다 나물로 무쳐 먹거나, 쌈을 싸 먹기도 했죠. 감기 때문에 헛기침을 해대면 국물을 우려내 그걸 마시게 하셨고요. 당시엔 방풍나물이 만병통치약이나 다름없었죠.”
‘방풍’에는 여러 종류가 있으며, 주로 나물로 먹고 국내에서 재배되는 것은 식방풍으로 ‘갯기름나물’이라고도 한다. 어린순, 연한 잎, 열매 모두를 먹을 수 있는데 잎과 줄기는 살짝 데쳐서 나물로 무치거나 볶아서 먹는다. 열매는 술을 담가 먹으면 피로회복·빈혈·두통에 효과가 있고, 뿌리는 한약재로만 이용된다.
1990년대 후반 고향에 돌아와 고추와 마늘 농사를 짓던 김씨가 방풍나물과 인연을 맺은 건 지난 2006년의 일이다. 방풍나물의 다양한 효능이 알려지면서 자연산 방풍만으론 공급이 달리자, 동네 선후배 4명이 모여 ‘태안몽산 방풍작목반’을 구성해 본격적인 재배에 나선 것. 요즘 마늘·고추 농사와 함께 방풍나물 재배에 힘을 쏟고 있다는 김씨는 “방풍나물은 손도 많이 가지 않는 데다, 다른 작물에 비해 소득도 높아 최고의 틈새작목”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미나릿과의 다년생 약용식물인 방풍은 한번 심어 놓으면 몇해를 두고 수확이 가능하다. 게다가 연작피해를 줄이기 위해 11월 중순부터 2월 초순까지 휴면시간을 주는 것 이외에는 사계절 내내 수확이 가능해, 생육환경이 좋은 봄에는 10일에 한번, 가을이나 여름엔 15일에 한번씩 수확할 수 있다.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고도 잘 자라는 탓에 일손도 크게 들지 않는다. 다만 물을 좋아해 3일에 한번 물 주는 일은 빼놓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생산된 방풍나물은 2㎏ 한박스당 1만원에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 친환경농산물로 인기가 높아 지난 한해에만 2,640㎡(800평)에서 3,000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렸다. 다른 작물에 비해 두세배가 넘는 소득이라는 것이 김씨의 설명. 여기에 20~40개의 하얀 꽃이 뭉쳐 빽빽이 달리는 방풍꽃은 작고 아름다운 데다, 희소성이 있어 꽃꽂이 소재로 없어서 못 팔 정도. 여기에 뿌리는 감기와 두통, 가래 삭임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약재로 인기를 얻고 있다.
올해부터는 264㎡(80평)의 밭을 따로 마련해 화훼용 방풍나물을 키우고 있다는 김종권씨는 “지금도 꽃 수확할 날만 기다리는 수집상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다만 김씨는 아직 참여 농가가 적어 시장교섭력이 떨어지는 데다, 유행을 타는 게 바로 기능성 농산물이어서 차별화된 유통망을 확보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방풍나물은 어느 한가지 버릴 게 없어 좋은 상품만 재배한다면 얼마든지 승산이 있다고 믿는다”는 김씨는“앞으로는 방풍나물을 이용한 식품개발에도 나서겠다”고 말했다.
태안=백연선 기자 whit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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