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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농업기사철

새롭게 그리는 농업지도

새롭게 그리는 농업지도

 

 

 

# 지난 9일 전남 무안군 운남면 한우 축사. 서울에서 편집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재작년 귀농한 김용환 씨(34)가 태블릿PC를 들고 암소 사이를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다. 그는 "암소가 계속 송아지를 낳을 수 있도록 수정 스케줄을 꼼꼼히 관리해야 자금 회전율이 높아진다"며 "모든 소에 관한 자료를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해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 농가는 지난해 송아지 가격 폭락 사태에도 1억4000만원의 짭짤한 매출을 올렸다.

# 경기도 광주에서 배추를 경작하는 박종현 씨(31)는 건축학도 출신 8년차 귀농인이다. 나이는 어리지만 연매출 4억원을 올리는 어엿한 `억대 부농`으로 자리매김했다. 그의 고수익 비결은 가락시장 작물수급 통계 프로그램이다. 박씨는 "지금 시장에 들어가는 상품 중 경매가와 물량이 높은 작목을 피해 파종 품목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역발상 농사법인 셈이다.

16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귀농인구가 6500가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본격적으로 영농을 공부하려는 `스마트 귀농`이 늘면서 억대 부농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매일경제신문이 2010년 통계청 농림어업총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4년제 대학교 이상 학력을 보유한 농가 경영주는 7만7494명에 이른다. 이전 2005년 조사(5만4510명)에 비해 42.2%가 늘었다.  고학력자가 농가로 유입되며 연간 1억원 이상 고수익을 올리는 농가도 빠르게 늘고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연소득 1억원 이상을 기록한 억대 농업인이 1만6722명에 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억대 부농은 이전 조사했던 2009년 대비 14% 늘어났다.

정황근 농식품부 농어촌정책국장은 "고학력자 귀농이 늘면서 비용 절감, 신기술 개발과 이를 과감하게 적용하는 경영농이 늘며 고소득 농업경영체가 따라 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4050세대 귀농 몰린 전남 억대 富農 2년새 1646명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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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억대 부농 트렌드는 자금력 있는 50대 은퇴자가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기술력을 갖춘 30ㆍ40대 예비 영농인이 그 뒤를 바짝 추격하며 차기 억대 부농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은퇴자와 기술자라는 귀농 수요가 등장하며 전국 농촌 부(富)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매일경제가 12일 농림수산식품부의 `연소득 1억원 이상 농업 경영체 행정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매경 분석 결과 50대 귀농인이 집중적으로 유입된 경북, 전남, 전북 지역 억대 부농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억대 부농의 44.7%에 달하는 7499명이 경북에 포진했다. 전남(2753명) 전북(1568명) 충남(1264명) 경남(1246명) 등이 뒤를 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억대 부농 `톱3` 지역인 경북 전남 전북에 귀농인이 집중적으로 유입됐다는 점이다. 2010년 전체 귀농 가구의 61.3%인 2491가구가 톱3 지역에 정착했다. 2009년에도 전체 귀농 인구의 62.5%에 달하는 2550가구가 이 지역에 터를 잡았다.

특히 전남 지역 억대 부농은 이전 부농 조사가 이뤄졌던 2009년에 비해 148.7%(1646명)나 불어나며 일약 `부촌`으로 거듭났다. 2010년 시골로 내려간 귀농인의 33.1%는 상대적으로 자금 동원력이 큰 자영업자인 것으로 집계됐다.

연령별로는 베이비붐 세대 은퇴가 겹치며 50대 귀농 인구가 35.8%로 가장 많았다. 억대 농가도 50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연소득 1억원 이상 농업인을 연령대별로 쪼개보면 50대가 8220명으로 절반(49.1%) 가까운 비중을 차지했다. 50대 억대 부농은 2009년 조사 때보다 20.1% 급증했다. 정황근 농식품부 농어촌정책국장은 "은퇴자금 등 어느 정도 자금력 있는 귀농인이 유입되며 파종부터 유통까지 영농 설계를 체계적으로 짜는 경영농이 많아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귀농ㆍ귀촌 교육 전문법인 그린코리아컨설팅의 유상오 대표는 "농촌에서 연소득 8000만원 이상 소득을 올리기 위해서는 최소한 보유 농지가 1㏊ 넘는 규모의 경제가 이뤄져야 한다"며 "경제력과 경영 마인드를 갖춘 귀농인들이 초창기 대체로 자리를 잘 잡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한편으로 전문적인 영농 기술을 갖춘 농업대 출신 인력은 소득 규모를 키워가며 억대 부농 `세대교체`를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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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농사관학교`로 불리는 한국농수산대학 졸업자의 연평균 소득은 2010년 기준 6516만원이다. 도시근로자(4888만원)보다 35.5% 높은 수준이다.
한농대 출신 인력은 2000년 이후 소득 3000만원 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일반 농가(3212만원)에 비해서는 두 배 이상 높은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40대 미만 젊은 농가 평균 소득(4888만원)에 비해서도 훨씬 높은 소득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나 체력보다는 지식이 부농의 핵심 키워드임을 시사했다.

한농대 졸업생의 30~40%가 경북 전남 전북 등 억대 부농 톱3 지역에 진출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돼 이 지역에 예비 억대 부농 잠재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유 대표는 "귀농을 도시에서 시골로 근거지를 옮기는 단순한 인구 이동 현상으로 보는 시대는 지났다"며 "이제 도시의 사회ㆍ경제적 자산을 농촌에 접목해 농촌 활성화를 도모하는 수단으로 귀농 수요를 활용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4년 안에 억대 부농을 5배 이상 키우겠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김종구 농식품부 경영인력과장은 "앞으로 농어업인의 소득 향상을 위해 성장 가능성이 있는 농어업 경영체에 정책 지원을 집중할 것"이라며 "2015년까지 매출액 1억원 이상 경영체 10만개 육성을 목표로 교육, 시설 현대화 지원, 농지 규모화 등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도시농업으로 금맥 캔 사나이
`더푸른` 정준래·정윤섭씨 "창업 1년만에 순이익 1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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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업 지원 전문기업 더푸른의 정준래 대표(오른쪽)와 직원들이

경기도 화성 재배 실험온실에서 실내 조경 시제품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유치원 정원에 텃밭 모듈을 설치하고 싶다고요? 심고 싶은 품목을 말씀해주시면 우리가 현장에 방문해 조경 설계안을 잡아드리겠습니다. 아이들 텃밭 교육 프로그램도 지원하고 있으니 만나서 자세히 논의해보죠."
8일 경기도 화성 소재 도시농업 전문업체 `더푸른` 본사. 이곳 대표를 맡고 있는 정준래 씨(31) 휴대전화는 도시텃밭과 옥상정원 단지 조성을 의뢰하려는 주문으로 종일 몸살을 앓았다.

휴대전화 벨소리에 인터뷰가 중단되기 수차례. 아무래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정 대표가 슬그머니 휴대전화 전원 단추를 누른다. 정 대표는 "도시농업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한 상태에서 창업했는데 이 정도로 반응이 좋을지는 몰랐다"고 환하게 웃었다. 더푸른은 지난해 1월 갓 설립된 신생 회사다. 아직 한국농수산대 창업보육센터에서 26㎡ 규모 사무실을 빌려 쓰고 있지만 불과 1년 만에 연매출 2억1000만원을 일궈내는 기염을 토했다. 순이익만 1억원에 달하는 `알짜 업체`로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주력 매출처는 도심에서 소규모 경작을 즐기려는 사람들을 위한 도시농업 솔루션 사업. 옥상, 베란다 텃밭 조성은 물론 벽면ㆍ실내ㆍ옥상정원 등 도시 녹화 작업까지 병행하고 있다. 유치원, 병원, 교회, 지방자치단체 연구소에서 직접 자기 텃밭을 가꿔보려는 도시인이 모두 그의 고객이다. 더푸른은 경기 화성과 과천, 서울 우면동의 2만3140㎡ 규모 전용 농장에서 조경식물과 야생화 130여 종을 키워 조경 재료로 공급하고 있다. 특히 보유 농장에서는 도시민과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텃밭 경작 노하우와 원예작물 교육 프로그램을 운용하며 짭짤한 부수입을 올리고 있다.

공동 창업자인 정윤섭 실장은 "기존 전문 조경 업체를 통해 옥상 녹화를 하려면 방수, 방근 작업에 담수, 배수, 플랜트, 식재 등 대공사가 이뤄져 부담이 만만치 않다"며 "반면 우리는 모듈형 텃밭상자를 이용해 20만~30만원 선에 저렴하게 도시농업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에는 소규모 농업을 경험해보려는 도시인 수요가 급증했다"며 "예비 귀농인을 위한 귀농 사업에서 금맥을 캔 셈"이라고 말했다.

정준래 대표와 정윤섭 실장은 모두 대도시 출신 귀농인이다. 정준래 대표는 대구에서 플로리스트로 활동하다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고, 정윤섭 실장은 2005년까지 LG전자 디자인연구소에서 선임연구원으로 활약한 산업디자이너 출신 귀농인이다. 두 명 모두 귀농을 준비하다 2006년 한국농수산대 화훼학과에 늦깎이로 입학했다. 이듬해 한 옥상 녹화 전문회사에서 도시 녹화 실습을 경험하며 도시농업 사업의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고 의기투합해 성공한 것이다.

■ 억대 부농의 요람 `매경 아그리젠토賞`

매일경제신문의 `아그리젠토상(賞)`이 억대 부농 육성의 요람으로 자리 잡고 있다. 매일경제는 농수산식품 분야에서 신기술을 발굴하기 위해 농림수산식품부와 손잡고 혁신성이 우수한 농수산식품을 선정해 매달 아그리젠토상을 수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최초로 아그리젠토상 신청을 받은 이후 바이오브리딩연구소(배추와 무를 교배한 신품종), 다인제주(전자레인지에 바로 데워 먹을 수 있는 흑돼지 돈가스), 보성녹차영농조합법인(녹차식용유) 등 업체 3곳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아그리젠토상을 통해 혁신성을 인정받은 업체들은 본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서며 억대 부농의 꿈에 다가섰다. 보성녹차법인은 이달 대형마트 입점에 성공하며 올해 녹차식용유 예상 매출액을 100억원으로 대폭 높여 잡았다. 보성녹차법인은 지난해 식용유 매출 5억원을 기록했다.

바이오브리딩연구소는 판로 확대를 계기로 기존 신품종에 설포라펜(Sulforaphene)이라는 항암ㆍ항균 성분을 강화한 후속 종자를 개발하고 있다. 다인제주는 올해 5억달러 규모 일본 돈가스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와 매일경제는 올해에도 우수 혁신 식품을 대상으로 매달 아그리젠토상을 수여할 예정이다. 수상 대상은 최초 판매일이 3년을 경과하지 않은 신제품과 신기술로 원예 축산 수산 식품 등 농수산식품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 평가 기준은 기술ㆍ경제적 성과, 관련 산업 파급효과, 기술 개발 노력도 등을 감안해 교수 등 전문가 10여 명이 평가 결과를 종합해 선정한다.

■ <용어설명>
아그리젠토 : 기원전 6세기경 그리스 농업 도시로, 당시 첨단 농업 기술로 부를 축적했다. 매일경제는 그리스 아그리젠토에서 착안해 2010년 제17차 국민보고대회에서 `아그리젠토 코리아-첨단농업 부국의 길`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며 우리 농업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찾자고 제안했다.

[화성 = 김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