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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농업과문화

화천스타일 !

화천스타일 !

[중앙일보] 입력 2012.10.06

 

 

 

 

 

# 서울에서 춘천을 거쳐 2시간 남짓 걸려 다다른 강원도 화천의 화천갤러리에서는 방랑식객으로 더 잘 알려진 산당 임지호의 그림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그는 주변의 자연 재료를 취해 음식만 예술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흙, 모래, 숯, 브론즈 등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한 그림 역시 예사 솜씨가 아니었다. 그런데 산당이 그림 전시회를 연 화천은 그의 고향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이 공들여 그린 81점의 그림 전부를 아낌없이 화천군에 기증했다. 그리고 조만간 그는 이곳 화천에 화천군의 협력을 얻어 자연요리학교를 세울 예정이다.

 # 산당 임지호와 화천군이 엮이도록 가교 역할을 한 이는 다름 아닌 작가 이외수다. 그는 트위터 팔로어만 150만 명에 육박해 ‘트위터 대통령’이란 별칭까지 얻고 있는 이다. 게다가 나꼼수, 안철수와 더불어 속칭 ‘전국 3수’로 불리기도 한다. 그래서 얼마 전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찾아가 협력을 요청해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그가 트위터에서 화천 간동산 멜론을 언급하자 그 멜론이 삽시간에 동이 났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 역시 화천이 고향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화천 감성마을에 눌러앉아 전국적 인물이 됐다. 그리고 이제 화천은 그의 제2의 고향이다. 그래서 ‘화천’ 하면 이외수를, ‘이외수’ 하면 화천을 떠올리게끔 됐다. 물론 그가 화천에 눌러앉게 만든 것은 화천군의 노력이었다. 26억여원을 들여 감성마을을 조성하고 그를 촌장으로 임명해 살며 글을 쓰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살아 있는 이의 문학관으로는 국내 최초라 할 이외수문학관을 지어준 곳도 다름 아닌 화천군이다. 하지만 화천군은 그 몇 배 아니 돈으로 다 환산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보답을 받고 있다. 이외수라는 독특한 한 인간이 수많은 이들을 이곳 화천으로 이끌고 유인하는 매력의 원천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 화천군의 공식 통계 인구는 약 2만5000여 명이고 지역 주둔 군인이 약 3만5000여 명이다. 그만큼 군사 지역의 이미지가 강했다. 그런데 겨울에 보름 동안 화천에서 열리는 산천어 축제에는 약 150만여 명이 다녀간다. 화천군수를 11년째 하면서 화천을 독특한 문화 거점으로 만들어낸 정갑철 군수와 화천군 관계자들 그리고 인근에 주둔하는 군부대까지 합세한 공들인 노력에 더해 이외수의 트위터가 한몫 이상으로 크게 기여했음은 물론이다. 그 덕분에 화천 산천어 축제는 지역경제 직접효과만 600억원이 넘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흑자 축제가 됐다.

 # 화천군 내에도 적잖은 폐교가 있다. 그중 한 곳인 옛 율대분교 자리에 젊은 목수와 생태화가 부부가 폐교 교실을 작업장 삼고 컨테이너 박스를 개조해 살림집 삼아 살고 있다. 이정인, 이재은 부부가 그들이다. 이들 부부 역시 화천이 고향은 아니다. 하지만 이곳에 터 잡고 살며 정말이지 살아 있는 예술을 한다. 그들은 자신들을 받아준 마을의 가가호호 그림이 있는 나무 문패를 만들어 걸어주고 있다. 그 문패엔 그 집 주인의 이름과 함께 그들이 주로 생산하는 작물들을 그려 넣었다. 그런가 하면 흔히 시골 마을에서 볼 수 있는 초라한 버스 정류장의 대기 장소 안팎에 마을 사람들의 소박한 얼굴을 하나하나 어우러지게 그려놨다. 예술합네 하고 스스로 고립된 것이 아니라 이웃과 함께하는 살아 있는 예술을 그들 부부는 그렇게 만들고 있던 것이다.

 # 고향도 아닌 이들을 오직 문화와 예술이란 공통분모 아래 끌어들인 화천이 살아나고 있다. 화천군민이 스스로 노력하고 이외수, 임지호, 이정인, 이재은 등과 같은 문인, 예인, 장인이 어우러져 문화적이고 예술적인 거점을 만들며 화천이 깨어나고 있다. 이것이 다시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자석과 같은 역할을 하게 만들어 사람들이 찾고 또 다시 찾는 지역으로 만든 것이다. 정말이지 ‘화천스타일’이라고 말해야 옳을 만큼! 바야흐로 지역의 시대, 지방의 시대다. 화천스타일의 매력적인 자력갱생법을 배울 만하지 않은가!

정진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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