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歸農)
입력 : 2012.12.09 22:26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2007년 서울대 교수 생활을 그만두고 자기가 설계해 직접 지은 시골집에서 산다는 K씨를 찾아간 일이 있다. 풍광 좋은 곳에 자리 잡은 집이었다. 뜻밖에 그는 동네 사람들 배척에 가슴앓이를 하고 있었다. 지하수를 파면 "마을 지하수 다 말라버린다"고 시비 걸었다. 포클레인으로 동네 일 거저 해주겠다고 나섰더니 "그럼 여기 사람 일거리 떨어지는 것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작년 귀농 인구가 1만75가구였다고 한다. 2010년(5405가구)보다 86%나 늘었다. 귀농인 평균 연령이 52.4세인 것을 보면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가 대거 시골로 가고 있다는 말이다. 그중 1인 가구가 58%나 된다. 초기 정착 위험 때문에 가장(家長) 먼저 귀농해 정착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개중엔 남편은 시골, 아내는 도시에 살면서 두 집 살림하는 경우도 있다.
▶농촌에 뿌리내리려면 이웃과의 친교(親交)만큼이나 고독과의 친교도 중요하다. 19세기 호숫가에 살면서 무소유 삶을 실천했던 미국 사상가 헨리 D 소로는 숲에 들어가 뭘 하겠다는 거냐는 물음에 "계절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할 일은 충분하지 않겠소"라고 했다. 시골생활 6년째인 어느 인사는 블로그에 "번잡한 대도시에 살면서도 고독을 느끼는 사람이 얼마나 많으냐"고 썼다. '군중 속 고독'은 마음을 가난하게 만들지만 '자연 속 고독'은 때로 마음이 충일(充溢)한 경지에 이르게 해준다는 것이다.
작년 1만가구 넘어서… 37%는 농사 안짓는 '귀촌'
"은퇴자도 농촌선 청년 대접" 5%는 1년 만에 다시 도시로
3년 전 금융회사 퇴직 후 충남 서천으로 내려가 농사를 짓고 있는 안병현(56)씨. 그는 요즘 친구와 친지들로부터 농사꾼이 다 됐다는 소리를 듣는다. 지난해 가을엔 쌀 15가마(80kg)를 수확해 먹고 남은 것을 서울에 사는 친구와 친지들에게 보냈다. 4000m² 규모 밭에선 배추, 양파, 마늘 등 채소를 자연농법으로 지어 소득도 올린다.
안씨는 마을에서 재주꾼으로 통한다. 65세 이상 노인이 대부분인 마을에서 보일러가 고장나면 바로 달려가 수리해주고, 몸이 아픈 노인이 있으면 승용차로 읍내 큰 병원까지 태워다 주기도 한다. 마을 주민들의 신망을 얻은 덕에 그는 지난해 청년회 총무까지 맡게 됐다. 안씨는 "2008년 땅을 사 2009년 집을 지어 내려왔는데, 농촌 생활이 더없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어촌에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을 살려 수산물 유통업도 겸하고 있는 안씨의 한 달 소득은 200만원가량. 안씨는 "수입이 많지는 않지만 은퇴 후 생활을 즐기기에 부족하지 않다"고 말했다.
◇2010년부터 귀농 눈에 띄게 급증
베이비부머(1955~1963년)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귀농(歸農)·귀촌(歸村)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3일 "지난해 귀농한 가구수가 1만503가구로 전년(4067가구)보다 158% 증가했다"고 밝혔다. 귀농 가구수는 2001년 880가구에 불과했지만 베이비부머 은퇴가 본격화된 2010년(1955년생이 직장 은퇴연령 55세에 도달한 시점)부터 크게 늘기 시작했다. 지난해 귀농한 가구주들의 연령은 40~60대가 전체의 77.9%를 차지했다.
예전엔 직장에서 도중하차한 월급쟁이들이 시골로 내려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엔 번듯한 직장을 때려치우고 내려가는 사람들이 더 많다. 지난해 귀농한 가구주들의 과거 직장을 보면 무직자 비율은 5.6%에 불과하다. 지난해 귀농 가구들의 52.7%는 벼농사처럼 특별한 시설을 필요로 하지 않는 농업에 종사하며, 나머지는 과수재배, 시설원예, 축산업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귀농을 한다고 해서 모두 농사를 짓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귀농한 1만503가구 가운데 3962가구(37.7%)는 농사를 짓지 않고 전원생활을 하는 '귀촌'가구로 분류됐다. 서장관은 "많은 도시민들이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농촌 생활을 즐기면서 본인 인생도 활기를 되찾고, 농촌 지역에도 활력소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모두가 귀농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농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2009년 귀농한 4080세대 가운데 5.4%(221세대)가 그 다음해에 다시 도시로 돌아갔다. 실패 사례가 적지 않은 것은 귀농에 대해 환상을 갖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실패해서 돌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바로 수익을 내려고 조급한 모습을 보이다 만족하지 못하거나 시골 생활의 불편을 참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귀농에 성공한 사람들은 충동적인 귀농을 삼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길게는 5년 가까이 준비를 해야 하고, 귀농 초기엔 바로 수익을 내려 하기보다 귀촌했다는 마음가짐으로 생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원생활에 대한 환상을 가져서도 안된다. 안병현씨는 "아파트가 아니라 개인주택에 살면 주택 관리비가 더 많이 든다"며 "경우에 따라 도시에 살 때보다 생활비를 더 많이 쓰면서도 생활은 훨씬 불편해질 수 있다"고 했다.
또 농촌 토착민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도 중요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시골에 내려가서 가장 먼저 할 일은 마을회관을 방문해 어르신들께 인사부터 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집을 지으면서 익히게 된 주택수리기술 등을 활용해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힘이 되어 주면, 토착민들로부터 농사기술 전수, 농기구 대여 등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따로 미용기술을 배워 내려가 주민들에게 무료 이발을 해주며 적응을 한 사례도 있다. 농식품부는 도시민들의 귀농을 돕기 위해 '귀농귀촌종합센터(www.returnfarm.com)'를 운영하고 있다. 각종 정보를 제공하면서, 관련 교육과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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