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農/음식이야기

유기농에 대한 논란

유기농에 대한 논란

 

 

 

[이데일리 박보희 기자] 유기농 홍수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기농 식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유기농 인증을 받은 농축산물과 가공식품은 무려 4432건. 한 해 전인 지난 2011년 수입된 유기농 식품이 총 148개 품목으로 이들 또한 시중에 계속 유통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지난해 우리나라 시중에 돌아다닌 유기농식품은 그 품목 수만 최소 약 4680여개에 이른다는 계산이다. 국내에서 유기농축산물과 가공품 생산자로 인증을 받은 이들만 15만명이나 된다.

유기농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기농이 아니면서도 유기농이라고 표기했다 적발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농림식품부에 따르면 이런 허위 유기농 제품들이 지난해 64건(잠정치), 지난 2010년에는 111건이 적발됐다. 적발된 것이 이 정도니 실제 유통되는 가짜 유기농 제품은 더 많을 것이 자명하다. 유기농식품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을까. 과연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유기농'이 되려면...


농축산물이 유기농이라는 인증을 얻으려면 정부에서 인정한 인증기관에서 유기농 인증을 받아야 한다. 농축산물을 어떻게 생산하고 관리하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인증신청서 등 관련 서류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나 정부가 인정한 79개 인증기관에 제출하면 각 인증 기관은 직접 현장에 나가 제출한 서류와 다른 점은 없는지, 친환경농업육성법의 유기농 관리 기준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지 살펴보고, 규정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유기농 인증서를 교부한다. 이렇게 받은 유기인증 표시의 유효기간은 1년. 원하면 1년 더 연장할 수 있다.

유기농 과자, 유기농 초콜릿 등 유기가공식품도 역시 별도의 인증을 받아야 유기농이라는 이름을 달 수 있다. 하지만 가공식품은 다양한 재료가 쓰이고, 가공 과정이 중요한 만큼 농축산물이 유기농 이름을 얻는 과정과는 조금 다르다. 유기 인증을 받으려면 식품에 사용되는 원재료가 유기농 재료임을 증명하는 인증서가 필요하다. 만약 수입산 재료를 사용했다면 해외 인증기관에서 받은 인증서도 유효하다. 또 가공 과정에서 다른 화학첨가물이 사용되지 않았고, 비유기농 재료와 따로 관리되고 있다는 것도 증명해야 한다. 접수를 받은 인증 기관은 서류를 검토하고, 2명의 심사원이 실제 사업장에 현장 실사를 나간다. 심사원의 현장실사와 서류검토 결과 유기제품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각 기관은 인증서를 발부한다.

이렇게 국내 기관의 인증을 받고 나면 초록색 사각형 모양의 인증 마크를 상품에 표시할 수 있다. 국내에 정부가 인정한 유기농 인증 마크는 이것 하나다.

하지만 수입 유기농 제품은 다르다. 완제품으로 수입되는 가공식품은 국내에서 인증을 받지 않았더라도 해외 기관에서 인증을 받았다면 유기농 표시가 가능하다. 국내법상 '유기가공식품 인증제'와 '유기가공식품 표시제'가 동시에 시행 중이기 때문이다. 농축산물은 인증제에 따라 국내에서 유기 인증을 받아야 하지만, 수입식품은 표시제를 적용받는다. 국내 인증을 받지 않았더라도 식약청이 인정한 300여개 해외 인증기관에서 받은 인증서가 있으면 국내에서도 유기농제품으로 표시해 판매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수입품이라도 국내 유기식품처럼 '방사선 조사 처리된 원재료는 사용할 수 없고 유전자재조합식품(GMO)이나 식품첨가물은 사용되거나 검출되선 안된다'는 동일한 기준이 적용된다. 하지만 통관 과정에서 실제 국내 기준에 맞는지 따로 검사를 하진 않고 해외 인증서로 대체한다. 이 경우 해외 기관의 유기농 인증 마크가 제품에 표기된다. 300여개 해외 기관을 인정하는 만큼 인증 표기 마크도 300여개가 있는 셈이다. 우리 주변에 다양한 유기농 마크가 여기저기 눈에 띄는 것은 이 때문이다.

 

◇유기농 인증 받고나면 끝

유기농 인증을 받은 제품들의 문제는 사후관리가 제대로 되지 못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데 있다. 유기농 인증을 받고 난 농산물들이 원칙대로 관리 생산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후 점검의 책임은 인증을 내준 인증기관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있으나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1년에 1회 가량 불시 사후 점검을 하는 데 그치고 있다. 농산물품질관리원과 인증기관 직원들이 농가를 방문해 영농일지를 살펴보고 작물관리 상태나 자재 보관 창고 등을 점검한다. 의심이 생길 경우 잔류농약 검사 등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영농일지를 주로 점검한다.

한국농식품인증원 측은 "유기농산물의 경우 농약이나 비료를 쓰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그 대신 농약이나 비료를 대체할 다른 농자재를 어떤 것을 썼는지 점검한다"면서 "농약 분석을 의뢰할 수도 있으나 시기나 성분에 따라 검출이 안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재배나 수확 단계에서는 유기농 기준을 지켰더라도 출하나 유통단계에서 농약 성분이 섞이는 경우도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생산자가 직접 대형마트에 판매하는 경우보다는 가공업자나 유통업자를 거치는 경우가 많다"면서 "친환경농산물은 생산 과정 외에도 포장, 유통 등 취급 과정에서도 철저한 관리가 이루어져야 하므로 취급자 인증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기농이라고 표기한 수입가공식품은 관리가 더욱 부실하다. 유통되고 있는 가공식품의 경우 각 지자체가 식품에 허가되지 않은 첨가물이나 이물질이 들어가있지 않은지 등을 확인하는 안전성 검사를 하지만 이는 이 식품이 실제로 유기농인지 아닌지를 판단하지는 않는다. 식약청은 지자체에, 지자체는 식약청에 미루는 모양새다. 사실상 해외에서 유기농 마크를 달고 들어오는 제품은 국내에서 별도로 검사를 하지는 못한다는 얘기다.

식약청 수입식품 관리 담당자는 "각 지자체에 식품안전관리지침을 내려 시중에 유통되는 제품을 수거해 조사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으나 A 구청의 식품안전팀 관계자는 "수입식품의 유기농 검사를 따로 하진 않는다. 가공식품의 유기농 여부는 수입될 때 통관 검사를 식약청에서 하기 때문에 유기농가공식품 관리를 따로 하진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나 식약청은 식품을 수입할 때 유기농식품을 가려 따로 검사를 하지는 않는 구조다. 지난 2011년 수입된 유기농식품은 총 148개로 6408만달러 수준이다. 수입 건수로는 4248건에 이른다.

유기농제품 인증을 받지 않고 유기농으로 표기하다 적발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 처벌은 100만원에서 500만원 가량의 벌금을 무는 정도다. 인증을 받은 이후 문제가 발견되면 인증이 취소되거나 표시 정치 처벌을 받는다. 인증이 취소되면 형이 확정된 날부터 1년이 지나고 나서 다시 인증 신청을 할 수 있다.    
이진우 (voice@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