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나물, 맛에 반하고 효능에 놀라다
“샥시! 요게 나물 중의 나물, 참나물이야. 요것도 한번 먹어 봐. 맛나지? 우리 어릴 적 먹던 벌금자리야. 요샌 벼룩나물이라나 뭐라나. 이건 뭔지 알지? 것도 몰라? 조팝나무야. 햇순을 싹 훑어다가 참기름에 무치면…. 아유, 오늘 그 집 서방 호강하겠네.”
그러고 보면 이 땅의 풀잎 나뭇잎은 못 먹는 것 빼곤 다 나물입니다. 발길에 차이는 풀 중에 먹을 수 있는 게 800여종, 나뭇잎도 수십가지는 된다는 게 전문가들 이야깁니다.
우리 조상님들, 이 산나물 들나물로 반찬만 해 먹은 게 아닙니다. 배고픈 시절엔 식량으로, 몸이 아플 땐 약재로 썼지요. <동의보감> 같은 데 나온 별의별 한약재도 알고 보면 풀 아니면 나무잖아요. 여릴 때 이파리 뜯어 먹으면 나물이요, 튼실한 뿌리·줄기·열매를 찌고 말리면 약이 되고. 그렇담 시방 저는 서툰 나물꾼일 뿐 아니라 초짜 약초꾼도 되나 봅니다.
그래 봐야 나물이지 뭔 약 타령이냐고요? 모르시는 말씀! 어려운 책 뒤져 가며 공부해 보니 이게 약이 맞습디다. 산나물엔 단백질·지질·당질의 3대 영양소는 물론이요, 칼슘·인·철 같은 무기질과 갖가지 비타민이 사람이 키운 채소보다 월등히 많습니다.
이게 또 산에 들에 절로 자라는 식물이잖아요. 그러니 자기를 방어하려고 온갖 물질을 품고 있는데, 그게 요즘 말로 알칼로이드니 알데히드니 테르펜이니 하는 특수영양성분입니다. 이런 성분 때문에 코에 갖다 대면 상큼하거나 알싸하고, 입에 넣으면 쌉싸래하거나 아릿하지요. 몸에 들어오면 더 놀라운 일이 일어난답니다. 세포의 돌연변이를 억제한다지 뭡니까. 쉽게 말해 암을 막는다는 뜻입니다. 실제로도 “산나물 먹고 나았다”는 암환자가 제법 됩니다.
이 좋은 걸 봄 한철만 먹는다고요? 또 모르시는 말씀! 달보드레한 햇잎은 서두르면 지금도 두어번은 뜯어 먹을 수 있습니다. 머잖아 잎이 제법 옹글어지겠지요. 그때는 끓는 소금물에 슬쩍 데쳐서 입맛대로 무쳐 먹으면 됩니다. 그러다 땡볕에 약이 올라 빳빳하니 억세지면 기를 팍 죽여야지요. 달금한 효소나 간간한 장아찌를 담그는 겁니다. 겨울에는요? 그래서 묵나물이 있지요. 푹 삶아 들기름에 볶아도 별미요, 나물밥을 지어 간장 넣고 쓱쓱 비비면…. 아유, 그 집 서방님도 호강하는 거지요.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맛을 압니다. 산나물도 마찬가집니다. 귀찮다고 멀리하고 쓰다고 안 먹으면 흔하되 귀한 보물을 놓치는 겁니다. 그러니 서방님 입만 챙길 게 아니라 애들도 자꾸 먹여야 합니다. 우리가 물려줘야 할 게 산나물만일까요. 그 진미를 아는 입맛도 대대로 전해야지요.
◇참고자료=<산채생산이용학>(도서출판 진솔), <웰빙식물의 과학>(강원대학교출판부) 손수정, 사진=김병진 기자 sio2son@nongmin.com
'農 > 산채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활(땅두릅) 새순 (0) | 2014.04.12 |
---|---|
강활(개당귀), 구릿대(백지), 누릿대(누룩취) (0) | 2014.03.19 |
다가올 봄 기운 담는 산채 (0) | 2013.01.06 |
신건강작물 삼채재배법 (0) | 2012.10.07 |
방풍나물 인기 (0) | 2012.06.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