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은 혈관 관리
조선일보 : 2013.10.03 03:02
-美코네티컷병원 스테픈스 교수 "혈관 막히면 감정 회로 손상, 우울증이 뇌 해마도 위축시켜…고혈압 등 혈관관리 "
스테픈스 교수는 "지난 십수년간 대규모 역학조사를 통해 우울증을 앓는 노인들이 치매에 잘 걸린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첫째, 노년기에 찾아오는 우울증의 절반 정도가 뇌의 미세한 혈관이 막히면서 생기는 '혈관성 우울증'이기 때문이다. 은퇴, 질병, 지인의 죽음 등으로 심리적 충격을 받아서가 아니라 노화·고혈압·고지혈증·당뇨 때문에 뇌의 미세한 혈관이 막혀 우울증이 온다는 것이다. 스테픈스 교수는 "미세한 혈관이 막혀 감정을 다스리는 회로가 손상되면 우울증에 걸린다"면서 "큰 혈관을 막는 뇌경색은 언어장애나 손발 마비를 일으키지만 작은 혈관을 막는 '침묵의 뇌경색'은 우울증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인 우울증과 달리 혈관성 우울증 환자에게는 의욕 상실, 인지 장애가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슬프고 우울한 것보다는 멍하니 그냥 앉아만 있는 무관심에 가깝다. 기억력·집중력이 떨어지고 동작이 느려지기도 한다. 미세한 혈관이 막혀 판단·계획·실행 등 뇌의 이성적 기능을 총괄하는 전두엽이 손상되면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더 심해지면 혈관성 치매가 된다.
둘째 이유는 우울증이 뇌 해마를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해마는 기억을 관장하는 곳이다. 스테픈스 교수는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코티졸이라는 호르몬이 나오는데, 코티졸은 해마를 위축시킨다"며 "우울증이 있으면 코티졸이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에서 우울증을 앓는 노인의 해마가 정상 노인의 해마보다 작은 것을 확인했다. 해마가 손상되면 기억 장애가 생기고 알츠하이머성 치매가 나타날 확률이 높다. 그는 "조기에 적극 치료받으면 해마 손상을 막는 데 상당히 효과를 본다"고 말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노인 자살률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에선 노년기 우울증 치료가 훨씬 더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인제대 상계백병원 이동우 교수는 "노년기 우울증을 앓으면 전두엽 기능이 떨어져 상황을 냉철하게 판단하고 어려움을 극복할 능력도 부족해진다"고 말했다.
노년기 우울증을 막고 치매를 예방하는 지름길은 혈관 관리를 잘하는 것이다. 즉 비만·고혈압·고지혈증·당뇨를 잘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스테픈스 교수는 "하루 30분 이상 걷기, 채소와 생선 자주 먹기, 금연은 필수"라고 했다. 또 과격한 운동이나 사고를 당해 머리를 다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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