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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나의이야기

도착하는 기차 떠나는 기차

도착하는 기차 떠나는 기차

 

지금은 어느 일몰의 시각인가요.

한해가 저물고 다시금 여명의 날들을 기억하는 때입니다.

당신의 원대한 출발을 기원하며 잠시 명상의 시간을 마련합니다.

마음 편히 긴 머리 휘날리던 그해 겨울로 돌아가 봅시다.

 

그해 겨울은 때로 따스했고 때로 가슴 저미도록 추웠습니다.

손끝이 시린 새벽에 성에 낀 창문 밖으로 중앙선 열차가 떠나는 소리를 들었던 것도 그해 겨울의 일입니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반짝이는 백화점에 가서, 그 많은 물건 중에서 겨우 카드 한 장 사들고 돌아온 것도 그해 겨울의 문턱에서 였습니다. 연말의 그 수선한 밤에는 포장마차의 불빛 아래 앉아 언 발을 구르며 반명의 소주를 마시기도 했습니다. 벙어리장갑을 낀 소녀가 털실로 짠 긴 목도리를 두르고 스케이트를 타러 가는 것을 보면서 남몰래 쓸쓸한 웃음을 지어 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별빛을 겨울 하늘에 푸르게 빛나고 있는 별빛을 보기도 했습니다.

 

텅빈 플랫폼에 바바리 깃을 세우고 이가 시리도록 캄캄한 하늘에 박혀있던

그 푸른 별들을 오래 오래 처다 보면서 우리들 귓가에 울리던 빈 바람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해 겨울을 보내고 새로운 변신의 겨울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설악산 아래의 영하 추위 속에서 그해 겨울의 별빛을 생각하며 그대 가슴에 빛나는 별빛은 어떠한 것입니까.

 

우리는 이따금 몇 가지 변신을 봅니다.

도마뱀이 가지는 자절이 그것이고 또 하나는 곤충의 탈바꿈이 그것입니다.

자신의 꼬리를 잘라 버림으로써 생명을 보호하는 자절도 그렇지만 곤충의 탈바꿈에는 눈부신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번데기라고 하는 그 오랜 시간의 구속 안에서의 인고가 끝나는 어느 날, 그는 빛나는 두 날개를 가지고 하늘을 날아오르는 것입니다.

생각하면 눈물 겨울 일입니다.

사람에게 있어서도 그 뜻은 마찬 가지입니다.

오게 참고 깊이 좌절하고 오래 기다린 자만이 그 해후의 기쁨을 아는 것입니다.

속거나 기만을 당하더라도 오랜 시간을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불면의 긴 겨울밤을 지나면서 하나씩 하나씩 추수리어 온 스스로의 것을 다듬고 건강하게 성숙해지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대가 오랫동안 괴로워하고 긴 시간을 참담히 견디어 내면서 그어놓은 젊음의 공간을 소유하게 되고 언젠가 물을 주고 가꾸면 더욱 굳건한 마음의 대지를 소유할 수 있을 겁니다.

이 겨울이 총총히 빛나는 별빛을 보며 그대 가슴속에서 퍼득이는 한 마리 나비를 생각 하십시오. 꽃들에게 희망을 주는 나비처럼 오늘의 인고는 그대의 주변에 빛이 될 것입니다.

추운밤 편히 주무십시오. 그리고 고향의 부모님께 건강을 묻는 편지를 한 장 쓰십시오.

감사합니다.

 

-1984년 강원 인제 병영일기 중에서-

 

 

 

 

 

 

 

 

 

장기현장실습을 위한 현장교수님들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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