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발전소' 미토콘드리아
입력 : 2014.01.04 03:02
컴퓨터 화면으로 만들어낸 분열 직전의 세포 내부. 붉은색은 염색체며,
녹색은 이를 둘러싼 세포막이다. 이 사이에 미토콘드리아를 포함한 세포소기관들이 차 있다. / 조선일보 DB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mito는 실, chondrion은 알갱이란 뜻)는 애써 먹은 음식과 힘들게 숨 쉰 산소(O₂)의 종착역이다. 미토콘드리아에서는 소장에서 흡수한 포도당·지방산·아미노산 같은 영양소가 적혈구가 운반해 온 산소와 산화하여 에너지(ATP)와 열, 이산화탄소(CO₂)를 만들어낸다. 이를 구연산회로(TCA cycle)라 하는데, 즉 '세포발전소'다. 재언하면 체력과 체열은 미토콘드리아에서 비롯한다.
뜬금없는 '개 풀 뜯어 먹는'소리로 들리겠지만, 약 15억년 전에 호기성세균(好氣性細菌)이 핵을 가진 진핵세포에 꼽사리 껴 함께 지내게 된 것이 미토콘드리아다(세포 내 공생설). 고작 0.5~1㎛(1㎛는 1000분의 1㎜)인 미토콘드리아를 전자현미경으로 보면 대부분이 길쭉한 막대·강낭콩·소시지 모양을 하고, 10일을 주기로 생멸(生滅)을 되풀이한다. 그리고 미토콘드리아는 독자적 유전물질(DNA)을 가지고 있다. 숙주 세포와 무관하게 세균처럼 이분법으로 분열하고, 꼴을 바꾸면서 아예 이동까지도 한다.
또 세포마다 미토콘드리아의 수도 달라 적혈구에는 이것이 숫제 없고, 대사 기능이 활발한 간(肝)세포에는 무려 1000~2000개나 들었다. 그런데 운동은 심폐 기능, 근육 탄력성, 적혈구 증가뿐만 아니라 미토콘드리아를 네댓 배 늘린다고 하니 운동을 해야 하는 까닭을 여기서도 찾는다.
그런데 0.1mm 남짓한 난자는 염색체를 가진 난핵(卵核), 세포질(미토콘드리아 30만개와 모든 세포소기관이 들어있음), 세포막을 가진 어엿한 정상 세포지만, 겨우 0.06mm밖에 안 되는 정자는 정핵(精核)과 꼬리(편모), 꼬리 운동에 에너지를 주는 나선형(螺旋形) 미토콘드리아 150여개 말고는 도통 세포질이 없는 이상야릇한 비정상 세포다. 한데 난자와 정자가 수정하면 정자의 미토콘드리아를 난자가 송두리째 부숴버려 마침내 수정란에는 고스란히 난자 것만 남는다.
결국 우리 체세포는 핵 속 정자 염색체 23개를 빼고는 죄다 난자(모계)의 핵·세포질·세포막이라, 이런 내림을 모계유전 또는 세포질유전이라 한다. 그러므로 미토콘드리아도 단연코 어머니(모계) 것이고, 어머니는 그것들을 어머니의 어머니(외조모)에게서 받았다. 그리하여 이모와 외삼촌 미토콘드리아가 엄마와 같고, 따라서 내 것과도 몽땅 서로 일치한다. 허허, 그래서 아비(부계)는 생물학적으로 허깨비나 다름없는 셈이요, 이런 점에서 외가와 모계 씨족사회의 의미를 되새겨볼 만하다. 그런데 흔히 말하는 유전(遺傳)이란 세포질이 아닌, 핵의 유전자가 대물림하는 것으로 그런 까닭에 저마다 부모를 반반씩 어슷비슷 닮는다.
그 때문에 힘과 열의 본산인 미토콘드리아에서 일테면 끝없이 사무치는 모정을 헤아려봐도 좋을 듯싶다. 어머니, 당신은 가셨지만 당신의 미토콘드리아가 이내 몸 세포 하나하나에 오롯이 담겨 있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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