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신호 基本 지키기
1남 1녀의 엄마 B(38)씨는 아이들 방학을 맞아 "우리,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운동하자"고 약속하려다가 말았다고 한다. 아침잠이 많아 못 지킬 것 같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예전 같으면 별생각 없이 약속부터 하고 봤겠지요. 세월호 이후 '지키지 못할 약속을 쉽게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편과도 "우리부터 원칙을 지키자"며 원칙을 정했다. '운전할 때 남들이 보지 않아도 신호 위반 절대 하지 말기' 같은 소박한 원칙이다. 회사원인 남편은 '법인카드를 개인 용도로 쓰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세월호 참사 100일을 지켜본 엄마들은 '제2의 세월호'를 막기 위한 방법을 저마다 고민하고, 이미 실천하고 있었다. 엄마 100명 가운데 19명은 "엄마인 나부터 잘해야 가족이 변하고, 그리고 세상이 변한다"고 대답했다. 거창한 것들이 아니다. 작은 일부터 원칙을 지키자는 약속이다.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최은숙(39)씨는 아들을 태우고 운전할 때면 선생님이 된다. "차가 정지선을 넘으면 위험하다"며 교통 법규를 하나하나 설명하는 식이다. 세월호 이후 100일간 꾸준히 교육했다. 어린 아들이 달라졌다. 얼마 전 부산에 갔을 때 택시 기사가 최씨 모자를 승강장에서 떨어진 곳에 내려주려고 했다. 최씨는 "아들 녀석이 '아저씨, 이런 데서 내려주면 위험해요' 하고 먼저 말하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거짓말이 모여 결국 세월호 같은 참사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대기업에 다니는 워킹맘 김복회(43)씨는 세월호 이후 '나부터 정직해지자' '거짓말하지 말자'고 스스로 약속했다. 김씨는 "시어머니는 육류를 싫어하시고 고교생 아들은 고기를 좋아해서 가끔 아들만 데리고 외식할 때가 있다"고 했다. 그는 "그때마다 괜히 죄송해서 '할머니에겐 말하지 마라'고 시켰는데 아이가 그런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을 보고 작은 거짓말이라도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고 말했다.
대학 겸임교수 남승연(43)씨 모자는 안전행정부 '생활 불편 신고' 앱으로 세상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생활 속 불편이나 부조리, 위험한 곳을 신고하는 앱이다. 최근엔 서울 서초구 학원밀집 지역 골목을 불법 주정차 학원셔틀버스들이 독차지한 장면을 카메라로 찍어 신고했다. 초등학교 6학년 아들에게 "앞으로 어떻게 되나 지켜보자"면서 기다렸다. 며칠 뒤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는 담당자의 답신이 왔다. 남씨는 "이런 소소한 노력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아이에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내 아이뿐만 아니라 이웃집 아이들이 비로소 눈에 들어왔다"는 엄마들도 있다. 사업을 하는 이수연(36)씨는 '나만, 내 가족만'이라는 생각을 버리게 됐다고 한다. 이씨는 "그전엔 아들더러 '불량한 친구들과는 어울리지 마라'고 가르쳤지만 이제는 그런 친구들을 데려와 '어른에게는 인사해야지' '감사합니다 하고 말해야지' 하며 예절을 가르친다"고 말했다. 주부 최분남(54)씨는 얼마 전 집 앞 횡단보도에서 빨간불에 건너는 초등학생들을 불러 세워 타일렀다고 한다. 예전에는 '남의 일이려니' 하고 넘어갔던 최씨에게 생긴 변화다.
엄마들에게 가장 소중한 실천은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세월호 참사 잊지 않겠습니다. 100일이 지난 지금 그저 감정에만 치우치기보다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정책이 바뀔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아이들 문제니까요." 두 아들을 둔 주부 신은주(38)씨의 말이다.
주부 최은숙씨는 "미국에서 9·11 참사 이후 해마다 그걸 기념하는 걸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세월호 참사를 겪고 나니까 알 것 같다"며 "미국 사람들은 스스로 기록하고 해마다 반성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주부 김희정(35)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남편과 함께 노란 리본 400개를 만들어 주변과 나눴다. "앞으로 절대 이런 일이 벌어지도록 하지 않겠다는 다짐,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실천이라고 생각해요."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세월호 없는 세상을 위해.](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407/29/2014072900125_0.jpg)
'詩 > 농업과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펄벅(Pearl S. Buck) 대지(Good earth) (0) | 2014.09.12 |
---|---|
어느 소방관의 작은 이야기 (0) | 2014.08.11 |
5월의 산하가 만드는 기운 (0) | 2014.05.06 |
꽃들에게 희망을! (0) | 2014.03.25 |
아Q정전은 개혁정신서 (0) | 2013.05.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