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피부를 바꾸는 아모레
상하이=정성진 기자 한경진 기자
"중국을 제2의 내수(內需) 시장으로 삼아 '아시아의 아름다움'을 세계로 퍼뜨리는 글로벌 화장품 기업이 되겠습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이달 22일 상하이시 자딩구 마루전(馬陸鎭)에서 '아모레퍼시픽 상하이 뷰티사업장' 준공 기념 간담회를 갖고 중국 시장을 겨냥한 두 번째 출사표(出師表)를 던졌다. 2020년 중국 매출액을 올해(4000억원 이상 추정)의 8.5배인 3조3000억원으로 늘리고 그룹 총매출액은 지금의 3배인 12조원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그는 "상하이 뷰티사업장 건설을 위해 2년 3개월 동안 1300억원을 투자했다"며 "축구장 12개 크기인 9만2787㎡(약 2만8100평)의 대지와 연간 화장품 1억개 생산 능력 등은 예전 공장의 10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물류센터는 중국 전역 배송 시간을 7일에서 3~4일로 단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 회장은 사장 시절이던 2004년에도 상하이에서 공장 준공 기자회견을 갖고 "상하이에 도전한다"고 말했다. 10년 만에 '두 번째 상하이 선언'을 한 것이다.
그의 이번 도전은 10년 전 '첫 번째 상하이 선언'이 달성됐기에 더 빛을 발한다. 최근 7년간 중국 매출이 매년 평균 36%씩 성장한 결과, 아모레퍼시픽 주가(株價)는 이달 24일 243만원으로 롯데칠성·롯데제과 등을 제치고 한국 최고가(最高價)가 됐다.
◇"최악의 위기 때도 놓치지 않은 중국"
서 회장은 중국에서 약진하는 비결에 대해 "중국과 수교한 1992년 중국에 진출한 후 22년 동안 120번 중국을 찾았다"며 "서두르지는 않았지만 단 한 번도 중국을 놓은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IMF 외환위기 같은 외부 여건 악화 시 중국 사업을 대폭 축소하는 여타 한국 기업과 대비된다.
"20여년 전 우리 그룹은 '사업 다각화냐, 국가 다각화냐'를 놓고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글로벌 기업을 살펴보니 모두 전문 분야에 자리 잡고 세계 각국으로 판로를 다각화한 게 공통점이었습니다. 그래서 화장품 단일 품목에 집중키로 하고 중국 진출을 결행했습니다."
실제 아모레퍼시픽그룹은 1990년대 중·후반부터 증권·프로야구단 등 비(非)핵심 분야 사업을 대폭 구조조정했어도 중국 사업은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베이징·상하이 같은 대도시가 아닌 선양(瀋陽)부터 진출하는 결단도 한몫했다. 한국 공장에서 쓰던 기계를 갖고 선양으로 가 공장을 세웠다. 비용 부담을 줄여 실패 확률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중국과 중국인 특성을 면밀 조사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승부수는 20년 가까이 진행한 현지 시장 조사와 연구개발이다. 일례로 1997년부터 지금까지 중국 여성 5200여명의 피부를 연구했다. 6대 도시의 피부과 병원과 공동으로 지역별 여성 피부의 특성과 필요한 화장품의 기능 등을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별 주력 제품을 정해 영업활동을 벌이고 중국에만 특화한 신제품도 만들었다.
기온이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는 중국 동북지역을 겨냥해 만든 라네즈 ‘울트라 모이스처 스킨 리파이너 & 에멀젼’이라는 로션이 대표적이다. 동북지역 여성은 건조한 혹한(酷寒) 탓에 얼굴에 습기가 적어 피부가 갈라지는 것을 가장 싫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정철 상하이연구소 제품연구팀장은 “주름도 다른 지역 중국 여성들보다 많은 이들을 위해 얼굴에 습기를 보완해주는 기능을 더 많이 넣었다”고 말했다.
더 완벽한 현지화를 목표로 서 회장은 2011년부터 국내 직원을 수개월 동안 중국 각지에 보내 배우고 탐구하는 ‘혜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는 “한국 최초의 국제인으로 왕오천축국전을 쓴 ‘혜초’의 도전정신을 배우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중국 로컬 기업이 가장 위협적"
하지만 “진정한 도전은 지금부터”라고 서 회장은 밝혔다. “제일 무서운 것은 매년 40~50%씩 급성장하는 중국 기업들입니다. 외국계 회사들보다 중국인을 더 속속들이 가장 잘 아는 이들이 위협적인 존재입니다.”
서 회장은 “한류(韓流)가 많은 도움이 됐지만 한류에만 기댈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고객이 한류 때문에 한번 물건을 살 수는 있지만 재(再)구매를 하느냐 마느냐는 철저히 품질에 달렸고 결국 남는 것은 제품의 힘입니다.”
그는 “20여년 동안 중국 비즈니스를 하면서 중국인은 정말 한국과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며 우리가 정말 중국에 대해 무지(無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는 중국 동북지역을 겨냥해 만든 보습 로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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