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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나의이야기

어머니의 겨울

어머니의 겨울

 

 

 겨울엔 침묵을 배우겠습니다. 겨울은 우리 모두를 뿌리로 돌아가게 하는 계절입니다. 시끄럽고 소란스럽던 날들을 잠재우고 침묵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그런 계절입니다. 한 겨울을 지내며 수척해지는 겨울산의 모습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천둥을 동반하는 비 바람이 몰아치는 폭풍의 전야에도 흔들리지 아니하던 노송들이 한 겨울이 지나면 수척해지는 모습을 봅니다. 말없이 내리는 겨울 눈의 무게에 의해 가지를 꺽이우는 소리를 이 겨울에 들을 수 있습니다.

 

그동안 걸쳤던 얼마쯤의 허영과 위세와 위선의 탈을 벗어 버리고 자신의 분수와 속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비발디의 겨울과 차이코프스키(Tchaikovsky)의 비창(교향곡 6번)을 들으며 겨울처럼 누워 계신 어머니의 모습을 조용히 바라 보고 있습니다. 조용하나 강하게 다가오는 운명의 길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 추운 겨울밤이였지요. 어머님이 만들어 주던 호박국을 먹은 기억이 있습니다.  겨울내 간직했던 한줌의 호박으로 정성 다해 끓여주셨던 겨울밤의 호박국을 잊지 못합니다. 단지 카로틴이라는 색소를 섭취한 것이 아니라 겨울밤의 사랑을 먹었던 겁니다. 삶이란 눈에 보이지 않던 사랑으로 커간다는 것을 벌써 가르쳐 주었습니다.

 

추워가는 겨울밤, 지금 지난날 어머님의 호박국과 같던 마음이 아직도 철이 없는 제게 필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나의 가슴속에서 만들어지는 따스한 호박국을 서로의 마음에 전달 할 수 있는 스스로의 힘과 마음을 가져야 겠다고 생각합니다. 겨울은 밖으로 한눈 팔지 않고 안으로 귀 기울이면서 여무는 계절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어머니처럼 육신의 나이가 하나씩 더 보태어 질 때 정신의 나이로 하나씩 보태어 질 수 있도록 침묵과 사랑으로 다져져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섣달 그뭄도 버얼써 지나 1월의 겨울 밤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지금쯤 고향 마을에서는 불이 꺼지려는 질화로에 연방 삼발이를 다시 놓아 가면서 오지뚝배기에 된장찌개를 보글보글 끓여 놓고, 자랑스러운 아들을 찬란한 슬픔으로 생각 할 그 옛날 어머니가 그려집니다. 잎새진 겨울의 느티나무 위에서 하얀 배대기를 내놓고 울고 있는 까치의 모습을 보노라면 내 어린시절의 추억이 어둠처럼 나리고 있습니다.

 

고향은 내가 태어난 곳, 어머니가 날 나아준 곳, 어머니의 말을 배우면서 자라난 터전입니다. 그래서 고향은 어머니를 상징 합니다. 고향을 그리워함도 기실 어머니를 그리워함이요. 타향살이에서도 고향을 찾음은 어머니를 뵙기 위함입니다. 어머니의 젖가슴으로 자라던 내가 이제 그 슬하를 떠났으니 사랑이 그리워 짐은 인지상정(人之常情)입니다. 몰아치는 삭풍처럼  이 힘들수록 어머님의 가슴이 그리워 짐은 당연한 정입니다. 인생의 영원한 고향을 찾음도 바로 그 어머니의 가슴 같은 을 그리워 함에서가 아니었던가요.

 

어머님 손 안의 실은

길 떠날 아들의 옷을 지으신다.

나그네 길에 해지지 않도록 꼼꼼히 기우시며,

마음속으로 돌아옴이 늦어질까 걱정하신데

촌초 같은 아들의 마음으로,

三春의 햇볕 같은 어머님 사랑을 보답키 어려워라

-맹교(孟郊)귀입니다.

 

자식에 대한 모든 어머니의 사랑을 이처럼 표현한 가 또 어디 있겠습니까. 이 시속엔 어머님의 보이지 않는 커다란 사랑이 그려져 있습니다.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으리. 이제 곳 봄이 올 것입니다. 반도의 봄은 어느곳에도 아름답지만 내 어린 시절의 영혼이 숨쉬는 고향의 봄은 더욱 아름습니다. 깊어가는 겨울밤 어머니와 고향과 불효자의 길을 걸어 온 스스로를 생각해 봅니다. 부디 평안하소서. 부디 사랑의 얼굴로 평안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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