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북송의 유학자로 성리학의 기초를 닦은 정이는 인생의 세 가지 불행을 말하고 있는데 첫째가 소년등과(少年登科), 둘째가 석부형제지세(席父兄弟之勢), 셋째가 유고재능문장(有高才能文章)이다.
첫째 소년등과는 젊은 시절의 너무 빠른 출세는 사람을 교만하게 만들고 교만은 인생을 불행으로 이끈다는 것이다. 요즘은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노년기가 확장되면서 오히려 돌아가는 것이 바로 가는 것보다 빠르다는 우직지계(迂直之計)의 교훈이 필요한 때다.
둘째 석부형제지세는 위세가 대단한 부모를 만난 덕에 권세를 누리는 것이다. 'Excellence in flight~' 편안하고 우아한 비행이라는 기업광고를 내보내며 선망의 대상이었던 대한항공이 땅콩리턴이라는 초유의 사건으로 기업경영의 속살이 드러나면서 끝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그동안 쌓아올린 기업이미지 훼손은 물론 막대한 물질적 손해가 외부가 아닌 재벌가 3세 경영자의 일탈에서 비롯된 것이다.
셋째 뛰어난 재주와 문장을 가진 것이 불행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재주가 많고 똑똑하면 재주와 능력을 과신해 안일하게 되고 덕을 쌓지 못해 재승박덕(才勝薄德)하게 됨이다. 우리 모두가 바라는 행복의 조건이 오히려 인생을 불행으로 이끌어가는 길일수도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이다.
반대로 모두가 좌절하고 절망할 상황에서 어려움을 기회로 바꾸어 성공하는 삶도 있다. 일본식경영의 신으로 불리우면서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콸콸 쏟아지듯 물건의 공급을 통해 사람들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하겠다"는 '수도철학'을 실현한 마쓰시다 고노스케(松下幸之助)는 후일 성공의 이유를 세 가지 불행에서 찾았다.
첫째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모진세파에 내몰려서 세상살이의 경험을 쌓게 되었고 둘째는 태어날 때부터 병약했기 때문에 운동과 섭생을 통해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고 셋째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했기 때문에 누구나 스승으로 여기고 배움을 게을리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술회하였다.
을미년 새해가 밝았는데 밝은 희망보다는 비관적 전망의 어두운 그림자가 정치, 경제, 사회의 모든 면에 드리워져 있는 것 같다. 해남신문이 그동안의 숱한 어려움과 난관을 극복하고 25세의 청년으로 성장한 것을 축하해 마지않는다. 그러나 앞에 놓인 여건은 인구감소와 급속한 고령화, 지역경기의 침체, 언론생태계의 악화 등 요즘 청년세대의 고민이나 고통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우리 모두가 새해에는 자신을 낮추고 항상 낮은 곳을 지향함으로 가뭄이 들어 세상이 모두 타들어가더라도 마르지 않는 곡신불사(谷神不死)의 정신으로 어려운 환경과 불행의 조건을 도약의 기회로 삼는 전화위복(轉禍爲福)의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배충진(동아인재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