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리라이트 CEO 샘 렌보그 박사
조선일보 2015.5.16
1930년대에는 비타민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채소와 야채를 굳이 챙겨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저 고기를 먹어야 힘이 나고 건강해진다는 인식이 만연했다. 그런데 건강기능식품회사 뉴트리라이트(Nutrilite)의 창립자 고(故) 칼 렌보그 (Rehnborg) 사장은 중국에서 유제품 영업사원으로 일하면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고기와 백미 중심으로 먹는 부유층은 각기병 등의 질병에 잘 걸리지만, 야채와 현미를 먹는 농민은 각기병에 거의 걸리지 않았다. 미국에 돌아온 그는 식물영양소를 연구한 끝에 종합비타민을 개발했다.
그러나 비타민은 잘 팔리지 않았다. 어떤 소비자도 '비타민이 건강에 좋다'는 렌보그 사장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의사들은 비타민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허위 광고라며 소송을 내기도 했다. 당시 렌보그 사장이 이 집 저 집 문을 두드리며 비타민의 효능에 대해 설명했지만 100명 중 1명이 제품을 살까 말까 했다. 좌절해 있던 렌보그 사장에게 몇 안 되는 고객 중 한 사람이었던 엘마 스튜어트라는 할머니가 '내가 한번 팔아볼 테니 내가 사는 몫은 30% 할인해달라'고 졸랐다. 자기가 직접 비타민을 먹어보니 몸이 좋아졌기 때문에 주변에도 적극적으로 알리고 싶다는 설명이었다. 반신반의하며 할머니에게 비타민 몇 박스를 줬더니, 하루 만에 다 팔았다며 제품을 더 달라고 요구했다. 흰색 가운을 입고 의학적 개념을 설명하는 과학자가 아니라 소비자가 더 훌륭한 판매원이었던 것이다. '다단계 판매'라고 불리는 소비자 직접 판매 방식은 이렇게 탄생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남쪽에 있는 뉴트리라이트 건강연구소에서 창립자 칼의 아들 샘 렌보그(80·사진) 박사를 만났다. 백발이었지만 힘찬 목소리는 20~30대 못지않았다.
―뉴트리라이트가 만들어낸 소비자 직접 판매 방식의 경우, 한국에서는 1990년대 중반에 공식적으로 합법화됐습니다. 유사한 방식의 판매 과정에서 부작용이 난 일도 많았습니다만, 어떤 방식으로 오랫동안 장점을 살릴 수 있으셨는지요.
"뉴트리라이트는 80년 넘게 비타민제를 팔아온 회사입니다. 비타민제 자체가 주방용품과 더불어 다단계로 판매하기 적합한 상품이라는 점이 컸습니다. 비타민제는 소모품입니다. 집에 쌓아뒀을 때 자리만 차지하는 가구가 아니라, 두고두고 쓸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가 추후에 판매할 것을 염두에 두고 대량으로 구매해도 큰 문제가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비타민 같은 소비재는 입소문 마케팅이 가장 중요합니다. 특히 그동안 알고 지내던 친척 혹은 친구가 실제로 사용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 강점입니다. 내 주변 사람이 직접 사용해보니 효과가 좋았다는 평가만큼 강력한 마케팅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입소문이 중요하다면 직접 판매하는 사람 자체가 효과를 봐야 한다는 얘기인데, 모든 다단계 판매가 그런 것은 아니지 않은가요?
"판매하는 사람이 제품이 되어야 합니다. 저를 보십시오. 저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보통 나이부터 묻습니다. 제가 80대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지요(웃음). 저는 스스로를 뉴트리라이트에서 가장 오래된 실험용 쥐(lab rat)이라고 부릅니다. 어머니의 배 속에 있던 시간까지 계산하면 지금까지 80년 하고 11개월 동안 뉴트리라이트 비타민을 복용했습니다.
저는 스스로가 뉴트리라이트 비타민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생 이 제품을 사용해온 제가 건강하지 못하고 생기가 없다면 누가 비타민을 사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영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늘 강조합니다. 당신의 얼굴과 몸이 바로 뉴트리라이트 제품이기 때문에 꾸준한 관리를 해야 한다고. 물론 비타민의 효능에 대한 과학적 근거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비타민을 파는 사람이 어떤 모습이고 어떻게 행동하는지가 판매와 더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국 시장조사 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뉴트리라이트는 종합비타민 및 건강기능식품 분야 점유율 세계 1위다. 한때 뉴트리라이트의 판매 사원이었던 제이 밴 엔델과 리처드 디보스는 직접 판매 방식을 이용해 1959년 화장품과 생활용품 등을 판매하는 암웨이(Amway)라는 회사를 설립했고, 1972년 뉴트리라이트를 인수했다. 뉴트리라이트는 암웨이의 전 세계적인 판매망을 이용하게 됐고, 암웨이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사업을 넓히게 됐다.
―여러 소비재에 적용될 수 있는 판매 방식을 개발했으면서도 다른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지 않았습니다. 판매 방식 자체보다는 오랫동안 한 우물을 판 것이 주효했던 것은 아닌가요?
"물론 당연히 제품의 질이 우선이겠죠. 다만 직접 판매 방식은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식입니다. 백화점이나 길가에 매장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관련 비용이 적고, 그 돈을 제품을 위한 연구·개발(R&D)에 쓸 수 있었기에 제품의 질을 높일 수 있었고, 경쟁력도 유지됐다고 봅니다. 뉴트리라이트는 농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 회사 중에는 유일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씨앗부터 완제품까지(seed to supplement)'가 우리의 모토인데, 식물을 직접 재배해 최적기에 수확하고 천연 원료를 빠르게 농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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