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로 들어온 희망, 텃밭
이동필농림축산식품부장관
도시로 들어온 농업, ‘도시농업’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본래 도시와 농업은 하나였고, 인류 역사 속에서 도시는 농업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다. 페루의 공중도시 마추픽추에는 테라스형 농지가 존재했고, 프랑스 베르사유 궁에서 마리 앙뚜와네트는 텃밭을 가꿨다. 조선시대 서울에도 도시농업이 존재했다. 종로구 권농동에는 궁중 채소를 공급하는 내농포가 있었고, 연희동에는 왕실의 고추를 재배하던 고초전이 있었다.
하지만 산업화 이후 도시와 농업이 분리되기 시작했다. 인구가 집중되며 비대해진 도시는 부족한 녹지와 환경오염 등으로 신음하고, 도시민들은 고립감으로 정서적·심리적 불안 등이 심해져 사회문제가 됐다.
최근 들어 도시와 농업이 다시 만나고 있다. 2010년 15만명이던 도시농업 참여자가 작년엔 100만명을 넘어섰다. 도시텃밭도 2010년보다 6.4배가 증가한 668ha에 이른다. 어린이집, 초등학교 등에서도 스쿨팜이라는 텃밭활동이 시작돼 3500여개의 학교텃밭이 조성되었다.
도시농업은 세계적 추세다. 미국에서는 버려진 도시공간에 식물을 심는 ‘게릴라 가드닝’을 통해 삭막한 도시를 아름다운 생태공간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일본은 도쿄 긴자에 논을 만들어 시민들과 함께하는 벼농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도심의 텃밭은 그 자체로 생태공간이자 자연으로 채색하는 공간디자인의 일부이다. 그리고 시민사회의 공감과 나눔을 담당하는 소통의 공간이 되어 도시민들은 도시텃밭에서 마음을 위로 받고 건강을 얻을 수 있다. 도시민에게 잊혀져가는 농업·농촌의 가치를 일깨우기도 한다. 텃밭체험을 한 초등학생들의 66%가 이제까지 외면하던 채소를 먹게 되었다고 한다. 텃밭을 가꿔본 국민들의 국산농산물 구매의사는 67.6%로 도시농업을 체험하지 않은 사람보다 7.7%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도시농업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도시농업의 기능을 농작물 재배에서 휴식과 치유까지 확대할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 농업인, 농업단체들이 참여하는 ‘도시농업 전국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도시민과 농업인 모두에게 혜택을 주는 도시농업으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토부와 함께 국가 소유 그린벨트 내 유휴지를 텃밭으로 활용하고, 교육부와는 식생활개선 운동의 일환으로 어린이 텃밭교실을 운영할 예정이다. 특히 4월을 도시농업 활성화 집중 추진의 달로 정하고 도시민과 함께하는 텃밭, 어린이 텃밭교실 등을 통해 도시농업의 저변을 넓히고 정착시킬 계획이다.
도시농업을 통해 회색도시를 녹색생태도시로 만들 수 있고, 소외계층에게는 나눔의 복지를 실천할 수 있다. 그리고 도시민들에게 이웃의 정을 회복시켜 주고, 어린이들에게는 자연 속 교실로서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놀이터가 될 수 있다. 도시와 농촌을 잇는 가교이기도 하다. 이번 봄에는 우리 국민 모두가 작은 텃밭을 가꾸며 심신의 안정과 건강, 그리고 삶의 행복을 누리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서울 도봉구에 사는 유승지씨는 17년째 주말농장을 하고 있다. 그가 주말농장을 시작한 건 딸 때문이었다. 당시 6살이던 딸은 유난히 깔끔해 놀이터 흙도 딛지 않으려 했다.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 궁리 끝에 주말농장에 눈을 돌렸다. 아이는 조금씩 흙과 식물에 익숙해졌다. 상추가 한창일 땐 한 봉지씩 아이에게 들려 이웃에 돌렸다. 그런 덕인지 무난한 아이로 잘 컸다. 최근엔 귀향의 꿈을 그곳에 투사하고 있다. 이젠 신참들에게 농사일을 아는 척도 한다.
유씨 같은 도시민이 늘고 있다. 지난해 연말 기준 도시농업 참여자 수는 108만4000명, 2010년보다 약 7배 많아졌다. 도시 텃밭은 2010년 104ha에서 지난해엔 668ha로 증가했다.
도시농업 확대에는 농림축산식품부도 한몫했다. 2013년 5월 마련한 ‘제1차 도시농업 발전 5개년 계획’을 통해 도시농업 활성화를 지원했다. 2012년도엔 도시농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고, 도시농업 관련 농자재 등의 안전한 관리 및 처리에 관한 기준도 고시했다. 농식품부와 서울시·부산시·대구시는 도시농업박람회를 개최했다. 주말농장·옥상농원·학교텃밭·농업공원 등 도시농업 공간의 확대도 도모했다. 농촌진흥청·농업기술센터 등을 통해 실천기술을 보급했다.
농식품부는 이 같은 성과 위에서 지난 3월 향후 10년 간의 ‘도시농업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다. 도시민에게 농업·농촌의 가치를 확산해 도농상생의 틀을 구축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도시농업 확산을 위한 제도·기반 정비 ▶인프라 확충 ▶교육·인력양성·홍보 강화 ▶도농상생사업 확대 발굴 ▶활성화를 뒷받침하는 생활밀착형 R&D 추진 등 5대 핵심과제를 올해부터 2024년까지 추진한다.
이를 통해 도시지역으로 한정된 공간적 제한을 관리지역을 더해 확대하고 농작물 생산 중심인 도시농업에 힐링·치유와 정서 함양 등이 포함되게 하는 등 외연을 넓힌다. 도시농업 참여자 수는 480만명, 면적은 3000ha까지 확대한다. 또 도시농업 공간 확충과 교육·인력양성·홍보 강화 등을 통해 도시농업 실천을 위한 생태계를 조성한다. 도농상생사업도 계획에 포함됐다.
특히 제도·기반의 정비는 도시농업의 디딤돌을 단단히 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도시농업육성법의 정비도 이중 하나다. 또 도시농업지원센터·전문인력양성기관 지정 기준을 개정해 교육 기회를 확대하는 한편 귀농·귀촌, 농산물 직거래 등을 교육과정에 추가해 도농상생 인식을 높여 나간다. 지자체의 조례 제정을 지원한다.
인프라 확충을 위해 농식품부·농촌진흥청·산림청·지자체 등 관련 기관과 도시농업단체·농업인단체·농협 등 민간조직이 참여하는 도시농업활성화 네트워크를 지난 11일 구축했다. 도시농업 정보를 제공하는 포털사이트를 올해 안으로 출범시키고, 공영도시농업농장 조성 등 도시농업 공간을 확충한다.
아울러 도시농업지원센터 재배기술 교육을 강화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하며 전문가 풀을 확보한다. 4월 11일을 도시농업 기념일로 제정한다. 이미 엠블럼과 캐릭터를 개발해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
11일 체결한 농업인단체와 도시농업단체의 상생협약 등을 통해 도농상생사업을 확대·발굴한다. 또 생활밀착형 R&D로 한국형 도시농업 표준모델과 도시녹화 기반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
김승수 객원기자 sng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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