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農/건강이야기

장 속의 세균 39조개

장 속의 세균 39조개

 조선일보입력 : 2016.01.14

 

 

 

 

 

사람에 미생물이 기생하는 것일까, 아니면 미생물이 사람을 지배하는 것일까. 지금까지 사람 몸에는 인체 세포의 10배에 가까운 미생물이 산다고 알려졌다. 40년 넘게 과학계를 지배해온 이 주장을 반박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실제로는 인체 세포와 미생물이 거의 같은 수로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보다 중요한 것은 다양성이다. 현대인의 식단이 달라지면서 장내 세균의 다양성이 크게 줄어들며, 이는 후손에게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체 기생 세균과 사람 세포 수 같아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와 캐나다 토론토 아동병원 연구진은 최근 생물학 사이트(bioRxiv.org)에 올린 논문에서 "20~30세의 몸무게 70㎏, 키 170㎝ 남성을 기준으로 볼 때 우리 몸에 사는 세균의 수는 39조 개 정도"라며 "인간 세포 30조 개와 엇비슷한 규모"라고 밝혔다. 비율로 따지면 지금껏 알려진 10대1이 아니라 1.3대1이 된다.

미생물이 인간 세포보다 10배 많다는 가설은 1972년 미국 미주리대의 미생물학자 토머스 러키 박사가 발표한 논문에서 비롯됐다. 사람 몸에 사는 미생물은 대부분 대장 등에 사는 장내 세균이다. 최근 몸에 이로운 장내 세균 군집이 붕괴하고 해로운 장내 세균이 득세하면서 암이나 당뇨, 비만이 발생한다는 증거가 잇따라 나오면서 관련 논문마다 '10대1'이란 표현이 자연스럽게 들어갔다.

하지만 일부 과학자는 "러키 박사의 계산에 근거가 없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2014년 미국 미생물학회는 인체에 사는 세균과 사람 세포의 비율이 3대1에 가깝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과 캐나다 연구진은 지금까지 나온 장내 세균 관련 논문들을 새롭게 분석해 세균과 사람 세포의 비율을 계산했다. 러키 박사는 1L 부피에 100조 개의 장내 세균이 있다고 추산했다. 입에서 항문까지 이어지는 소화기관의 부피가 대략 1L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캐나다 연구진은 장내 세균은 대부분 대장에 살며 대장의 부피는 0.4L에 그친다고 발표했다. 장내 세균의 수는 적혈구의 수와 거의 같게 나왔다. 사람 세포의 대부분은 적혈구이다. 사람 몸에 사는 세균의 수가 지금껏 알려진 것보다 10분의 1로 줄어든다고 해서 장내 세균의 중요성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질병과 장내 세균의 연관 관계는 갈수록 풍부해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번 논문에 대해 "흥미로운 결과"라면서도 "수와 비율이 달라진다고 해서 인체 미생물의 의미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섬유소 섭취 줄면 후손 장내 세균에 영향

과학자들은 장내 세균의 수보다 중요한 것은 다양성이라고 본다. 병에 걸린 사람일수록 유익한 장내 세균이 줄고 나쁜 균만 득세해 다양성이 줄어든다. 한번 나빠진 장내 세균은 회복하기 어렵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 14일자에 발표한 논문에서 "식사 습관의 변화로 장내 세균이 바뀌면 그 영향이 후손에게까지 이어지며 나중에 식사 습관을 바꿔도 회복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장내 세균의 다양성 감소

 

과학자들은 현대인이 육식을 늘리면서 채식을 통한 섬유소 섭취가 줄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섬유소 섭취가 줄면 사람의 건강을 유지하는 장내 세균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장내 세균이 섬유소로 먹고살기 때문이다. 사람에게는 섬유소를 분해하는 효소가 10여 개에 불과하지만 장내 세균은 수천 개나 된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생쥐의 장내 세균을 없애고 사람의 장내 세균을 이식했다. 한쪽은 섬유소가 풍부한 먹이를 주고, 다른 쪽은 섬유소가 거의 없는 먹이를 줬다. 섬유소가 준 쪽에서는 장내 세균의 종(種) 수가 75%까지 줄었다. 후대로 갈수록 장내 세균의 다양성은 더 줄었다.

심각한 것은 한번 종의 다양성이 줄면 후대에 섬유소를 보충해도 회복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장내 세균을 한번 잃으면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아예 건강한 사람의 장내 세균을 통째로 이식해 질병을 치료하려는 연구도 활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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